★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2018 [29장. 팀플]

권정선재 2018. 8. 20. 21:11

29. 팀플

잘 생각을 했어.”

태훈의 말에 서정은 인상을 구겼다. 결국 자신 때문에 한 것이었던 건가 싶을 정도로 바로 일이 깨끗하게 정리가 되었다.

일부러 그러신 건가요?”

아니야.”

태훈은 여유롭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무슨?”

아버지께 부탁을 드리면 깔끔하게 모든 것을 다 해결해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말씀을 드렸던 거예요. 그런데 지금 보니까 아버지께서는 그렇게 제대로 처리를 해주실 생각이 없었어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태훈은 미간을 살짝 모았다. 서정은 혀로 입술을 축이고 싱긋 웃고 물끄러미 태훈을 응시했다.

아무튼 일은 하죠.”

그럼 된 거야.”

서정은 고개를 숙였다.

 

저희 둘만 해도 되나요?”

그게.”

희건이 손을 들고 말하자 교수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어려울 거 같은데.”

그래요?”

희건은 학생들을 쳐다봤다.

우리랑 할 사람?”

희건의 물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들을 보지 않았다.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푹 숙였다.

네가 왜 고개를 숙여?”

?”

이것들이 지질해서 그러지.”

아니.”

희건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유치한 것들. 얘가 너희보다 수능을 잘 봐서 여기에 온 거야. 얘 아빠 덕분에 여기 온 거 아니라고.”

강의실은 침묵이 이어졌다. 교수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둘만 할까?”

제가 할게요.”

그때 뒤에서 남학생 하나가 손을 들었다.

이름이?”

류동찬이요.”

아정은 혀로 입술을 축였다.

 

왜 처음부터 안 하고?”

그냥.”

희건의 물음에 동찬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뭔가 좀 그래서요.”

약간의 의협심은 있구먼.”

희건의 말에 아정은 코웃음을 치며 미간을 찌푸렸다.

우리 준비나 하죠.”

그러죠. 한국 소설을 주제로. 어떤 걸 했으면 좋겠어요?”

요즘 경향성을 띄고 있는 여성에 대해서 해보는 건 어때요? 소설 속에 여성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는지?”

아정의 말에 희건은 입술을 쭉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런 부분이라면 이목을 끌 수 있을 거 같았다.

그거면 좀 쉬울 거 같기도 하고. 아무래도 점수를 잘 딸 수도 있을 거 같고. 나중에 질문도 많을 거 같고. 괜찮을 거 같은데?”

저는 바대인데요.”

동찬은 손을 들었다.

공격 당할 거 같은데?”

왜요?”

왜라뇨?”

아정의 물음에 동찬은 미간을 모았다.

당연하죠.”

아니.”

근데 신입 아녜요?”

?”

동찬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아정은 혀를 내밀었다.

내가 선배 같은데?”

그런 게 무슨.”

희건은 코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 그런 건 빠지지 말죠? 이 중에서 선배는 내가 제일 선배인 거 같은데. 그거 너무 유치하지.”

아니.”

동찬이 뭐라고 더 말을 하려고 했지만 희건의 태도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아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님은 뭐가 불만이시죠?”

?”

저는 지금 우리가 올바름에 대해서 얘기하기 좋은 시기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해야만 하는 거고.”

아니.”

나도 찬성.”

희건도 손을 들자 동찬은 미간을 모았다.

그러니까.”

셋이 조를 하기로 한 거고. 지금 그 중에서 두 사람이 찬성을 하는 거잖아. 그러면 이 두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

동찬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이건 아니죠.”

?”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보겠어요?”

?”

동찬의 대답에 희건은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리고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이리저리 목을 푸고 의자를 아정의 쪽으로 움직였다.

아무렇지도 않을 거 같은데?”

?”

나는 좋아.”

아니.”

희건은 아정을 보고 싱긋 웃었다.

너는 그냥 하고 싶은 거지?”

. 하고 싶어요.”

두 사람을 보던 동찬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는 그러면 그만 둘게요.”

?”

희건은 얼굴을 구겼다. 동찬은 가방을 챙겨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희건이 따라가려고 하자 아정이 옷깃을 잡았다.

?”

왜 그랬어요?”

?”

조금이라도 저 선배 편을 들어야죠.”

아니.”

희건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면서 머리를 뒤로 넘기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거 일부러 그런 거야.”

?”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희건의 미소에 아정은 여전히 걱정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이럴 줄 알았어.”

교수실에 들어간 희건이 씩 웃었다. 동찬이 교수에게 뭔가를 한참 말을 하던 모양인지 얼굴이 붉어진 채였다. 교수는 난감한 표정이었다.

이게 무슨 말이에요?”

뭐가요?”

지금 강희건 학생이 윤아정 학생에게 호감을 갖고 있어서, 무조건 거기만 다 맞춰줘서 팀플이 어려울 거 같다고 하는데.”

그런 게 아니라.”

동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러니까.”

그런 거 아닙니다.”

희건은 씩 웃으면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여기 그게 있거든요.”

동찬의 얼굴은 더 이상 질릴 수 없을 정도로 질렸다.

 

두 사람이 할 수 있겠어요?”

.”

교수는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테이블을 펜으로 두드렸다.

사실 나도 여성으로 지금 페미니즘이 화두인 건 알고 있어. 그리고 이것에 대해서 다뤘으면 하고. 그런데 이게 계속 되면 결국 윤아정 학생이 다치게 될 거야. 그건 강희건 학생도 알죠?”

압니다.”

희건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윤아정이 잘 감당할 겁니다.”

그래요.”

교수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그럼 둘이 하는 걸로.”

. 알겠습니다.”

희건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재수 없는 년.”

동찬의 말에 아정의 눈이 멈췄다.

? 무슨.”

너 지금 너무 잘난 척 하는 거 아니야? 이사장 딸이라고 해서 너무 여유롭게 행동하는 거 아니야?”

아니.”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건지. 아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제가 아버지 딸이라서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거 같은데요? 오히려 지금 보면 피해만 보는 거 같은데?”

피해?”

동찬은 어이가 없다는 듯 앞으로 한 발 왔다.

뭐라는 거야?”

안 그래요?”

?”

되게 지질하시네.”

이 미친.”

동찬은 손을 들었다. 아정은 그런 동찬의 눈을 가만히 쳐다봤다. 동찬은 머쓱한 표정으로 손을 내렸다.

건방지게.”

건방져요?”

그래.”

지금 그거 여성 혐오인 거 아시죠?”

?”

아정의 말에 동찬의 얼굴이 굳었다.

무슨.”

여성이 감히 자신에게 함부로 굴면 안 된다. 지금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니까. 그래서 그런 거잖아요.”

아니.”

동찬은 쉽게 말을 찾지 못하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정은 머리를 뒤로 넘기고 한숨을 토해냈다.

지금 되게 유치하게 행동을 하시는 거 아시죠? 지금 본인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예요.”

내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멍청한 메갈. 네가 자꾸만 문제를 만드는 거지. 너 같은 것 때문에 지금 문제가 생기는 거 몰라?”

무슨 문제요?”

몰라?”

. 몰라요.”

아정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멍청한 소리를 듣고 있엉 i하는 이유는 몰랐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했다. 희건의 도움만 늘 청할 수는 없는 거였다. 자신이 생각을 하는 것을 제대로 말을 하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사람을 마주할 수 있어야만 하는 거였다.

지금 희건 선배가 없을 때야 이런 말을 하는 거. 그거 되게 이상하게 보이시는 거 아시나요?”

뭐라고?”

동찬의 얼굴이 굳었다.

그러니까.”

본인이 되게 유치하게 행동을 한다는 거 아셨으면 좋겠어요. 지금 그리고 저에게 화를 내는 거. 그러니까 그게 저 때문이 아니라 선배가 모자라서 그런 거라는 거죠. 이 정도도 못 받아들이고 말이죠.”

이게 진짜.”

뭐야?”

그때 희건이 나타났다. 동찬은 미간을 모았다.

그렇게 좋아해서 다 해주는 겁니까?”

뭐래? 너 그거 모욕죄야.”

희건의 말에 동찬은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멀어졌다.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