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장.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
“그 동안 고생했는데 미안해요.”
“아. 네.”
서정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죠.”
“다음에 좋은 기회에서 만나요.”
“네. 알겠습니다.”
서정은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 나왔다. 그리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만 벌써 세 번째였다.
“도대체 뭐야.”
“너 아빠가 이사장이야?”
“네?”
“아니.”
은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냥 신기해서.”
“아. 그게.”
“우와.”
아정이 대답을 망설이자 은수는 아정의 앞에 앉았다.
“왜 말을 안 했어?”
“그게.”
“그럼 그 비리 교수 날린 것도 너야?”
“네?”
“잘한 거야.”
“아니.”
은수는 아정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먼저 하는 중이었다.
“사실 우리 학교에 그런 교수가 한두 사람이 아니잖아. 다들 그런 교수를 날리고 싶어했는데 제대로 멋져.”
“아니. 께.”
은수는 엄지를 들었다.
“그러니까요.”
“나는 동아리가 있어서.”
“네?”
“늦어. 먼저 자. 안 들어올 수도 있어.”
“언니.”
아정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은수는 그대로 방을 나갔다. 아정은 입을 내밀었다. 자신을 오해하는 건 싫었는데.
“도대체 어디에서 안 거지?”
아정은 한숨을 토해냈다.
“왜 그래?”
“어?”
원희의 물음에 아정은 아.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 것도 아니야.”
“무슨 일이야?”
“아니.”
아정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정말 아무 일도 아니라서 그래.”
“서운하네.”
“아니.”
아정은 한숨을 토해냈다.
“룸메이트 언니가 나에 대해서 안 거 같아서.”
“어?”
“내가 누구인지.”
원희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자 아정은 일부러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원희는 그런 아정의 눈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런 거라면 거기도 나오는 게 낫지 않아?”
“아니.”
아정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아닌 거 같아.”
“그래?”
“응. 나쁜 듯은 아닌 거 같아서.”
아정의 대답에 원희늰 그제야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정은 손을 내밀어 원희의 손을 잡았다.
“고마워.”
“내가 해주는 것도 없는데 왜 고마워?”
“그래도 그냥 있어주는 거니까?”
아정의 대답에 원희는 눈을 찡긋했다. 아정은 웃음을 터뜨리면서 가볍게 원희의 어깨를 때렸다.
강의실로 향하던 아정이 멈칫했다. 아버지를 욕하던 교수가 이제는 거기에 아정의 이름까지 적어 놓았다.
“망할 년!”
갑자기 교수가 자신에게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아정에게 달려왔다. 아정이 흠칫하는 순간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미친.”
고개를 돌리니 희건이었다.
“여기에서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주변에 사람들이 물리기 시작했다.
“여기 경찰에 신고를 해주세요. 이런 허가가 되지 않은 불법 집회. 게다가 이거 허위 사실. 유투브에 올라오는 영상이 왜 다 지워지는 줄 알아요? 이 교수가 다 한 거거든. 이 교수가 문제가 많아서.”
“무, 무슨.”
교수는 안경을 주워 쓰면서 악을 썼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그쪽이 문제라서 그렇다는 걸 왜 인정을 안 하죠?”
아정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곧 경찰이 오고 희건이 대신해서 그 모든 것을 처리했다. 아정은 물끄러미 그것을 보는 게 전부였다.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고 멍한 표정이었다. 답답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이럴 때 아버지 힘 좀 써야 하는 거 아니야?”
“뭐라고요?”
희건의 농담이 섞인 물음에 아정은 얼굴을 구겼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예요?”
“아니 뭐. 이런 순간에는 그런 일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그래야 더 간단한 거 아닌가?”
“뭐라고요?”
“아니라면 어쩔 수 없고.”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희건은 입술을 내밀고 이리저리 목을 풀고 목에서 우두둑 소리를 냈다.
“그런데 왜 여기에 있어요?”
“내가 신고를 했잖아.”
“아.”
희건이 휴대전화를 보이자 아정은 한숨을 토해냈다.
“미안해요.”
“뭐가?”
“나 때문에.”
“아니.”
희건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알아서 한 거야.”
“그래도.”
아정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렀다.
“아무튼 고마워요.”
“고맙다.”
희건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희건의 여유로운 표정에 아정은 머리를 위로 살짝 쥐었다가 풀었다.
“여기에서 언제 갈 수 있는 거죠?”
“모르지. 내가 그 교수를 때렸으니까.”
“네?”
아정은 미간을 모았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피해자라는 게 아니네요.”
“그렇지.”
희건이 손가락을 튕기고 씩 웃자 아정은 어이가 없어서 얼굴을 구겼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분명히 그 교수가 먼저 저에게 달려들었다고요. 그런데 지금 우리가 피해자가 되어서 여기에 있다고요?”
“아 우리는 아니고.”
“네?”
순간 멍하게 있던 아정이 고개를 저었다.
“그쪽만 그런 거네요.”
“에이.”
아정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희건은 아정의 가방을 잡았다.
“그냥 가면 안 되지.”
“왜요?”
“증언을 해줘야지.”
“증언.”
아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런 건 해줄 수 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다른 것도 다 들어줄 거라고 믿는 건 아니죠?”
“어?”
“여기에 같이 있을 이유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희건은 여유롭게 가는 아정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네 아버지겠지.”
“네?”
미선의 말에 서정은 얼굴을 구겼다.
“그게 무슨?”
“안 그래도 네 아버지가 너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일까지 터지는 거니까. 결국 너를 막은 거지.”
“아.”
서정의 지친 표정에 미선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미안해.”
“왜 어머니가 사과를 하세요?”
“내가 먼저 알았어야 하는데.”
“아니요.”
서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건 미선이 나선다고 해서 달라질 수도 있는 일도 아니었으니까.
“그럼 갈게요.”
“미안해.”
“아니요.”
서정은 다시 한 번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그러게.”
서정의 얼굴을 보며 아정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토록 서정의 도움을 받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 어쩔 수 없는 거였다. 자신이 바라지 않더라도 결국 서정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진짜 싫다.”
“왜?”
“오빠한테.”
“이래서 오빠가 있는 거지.”
서정은 아정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씩 웃었다.
“일단 변호사는 불렀어.”
“변호사?”
“응.”
“무슨 변호사?”
“희건이 꺼내야지.”
“아.”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건 태훈까지 알게 될 거라는 이야기였다.
“오빠 아버지가 싫어 하실 텐데.”
“뭐래?”
서정은 얼굴을 구기며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거기도 네 아버지야.”
“어떻게 그래?”
“왜?”
“아니잖아.”
“아니긴.”
서정은 심호흡을 하며 아정의 눈을 보고 씩 웃었다.
“윤아정. 네가 왜 이러는 건지는 알고 있는데 그럴 이유도 없어. 그리고 이건 아버지께서 깔끔하게 처리를 못 하신 거니까. 오히려 아버지께서 제대로 처리를 하셔야 하는 종류의 문제고.”
“그래도.”
“어차피 잘려야 할 사람이었어.”
서정은 아정의 말을 막으며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있는 힘껏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에게 더 이상 피해가 가지 않게 할게.”
“어?”
“너를 위해서.”
“오빠.”
“그게 내가 사는 목적이야.”
서정의 말에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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