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수다] 스포) 너의 결혼식, 남성 판타지의 등장
[너의 결혼식]을 보고 웃으면서도 불편했던 점은 이 영화가 지나칠 정도로 남성의 시선에서 쓰였다는 점이다. 물론 웃겼다. 그리고 즐거웠다. 성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는 것도 좋고, 성인 동영상을 보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게 느끼는 것도 좋고 당연히 남성이라면 그럴 거라고 생각을 하는 것도 웃겼다. 하지만 이거 그냥 웃어도 되는 건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의 결혼식]이 좋은 점은 이전과 다르게 이걸 나아지려고 노력했다는 점이었다. 이전 영화들은 그저 여성을 성적으로만 그리고, 어떤 이상향으로만 그리려고 했을 거다. 그런데 [너의 결혼식]은 최대한 이것을 양성의 시선으로 맞추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리고 대상이 되는 ‘박보영’의 캐릭터에도 입장을 주면서 조금 더 균형을 맞추고자 노력한다.
다른 그 무엇보다도 좋은 점은 ‘박보영’과 ‘김영광’이 헤어진 이유가 ‘김영광’이 그에게 모든 원망을 다 해서라는 점이었다. 후에 결혼식에 와서 자신의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그를 만나서 좋았다고 말해서, 결혼을 앞둔 ‘박보영’의 마음을 풀어주는 장면이 나오는 등, 이 영화는 오롯이 남성의 잘못. 그의 실수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가 자신의 문제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또 좋은 점은 여주인공을 괴롭히는 서브 여성이 없다는 거였다. 도대체 왜 영화들은 이런 것을 만들지 않는 걸까? 늘 남자 주인공에게는 좋은 친구. 현명한 친구가 나와고. 여자 주인공에게는 원수와 같은 존재를 그려낸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오히려 ‘김영광’이 주인공들을 방해하는 존재가 된다. 그의 입장에서는 주인공이지만 타인의 시선에서 그는 악역일 수 있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의 결혼식]이 좋은 이유는 가슴이 설렐 정도로 과거를 잘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오늘날까지. 지금 30대 언저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다 공감을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비록 영화 속의 두 인물처럼 무조건 잘 나가는 청춘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순간이라도 공유할 부분이 있다는 것. 이 자체가 영화의 미덕 아닐까?
로맨스 소설 쓰는 남자 권정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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