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수다] 안시성, 규모는 커졌지만.
보통 영화를 보면 연기력 구멍이 하나만 있게 마련인데 [안시성]은 커다란 싱크홀 같다고 해야 하나? 누구 하나 제대로 연기를 하는 배우가 없으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도대체 관객들이 [안시성]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라는 건가? 그냥 그 시절 우리가 이기는 것에 대해서 좋다고 해야 한다는 것. 그게 전부인 걸까?
영화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자 하지만 자신이 할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에 바로 넘어간다. 그러다 보니 정작 영화에서는 그 어떤 인물들도 담기지 않게 되었다. 필요 없이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도 싫지만, 이렇게 영화 안에 아무런 내용도 없이 시간만 진행이 되는 경우는 또 처음이라 되게 낯설었다.
[안시성]이 다른 영화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 묻는다면, [안시성]의 주인공은 안시성 그 자체라는 점 때문일 거다. 이 영화에서는 딱히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안시성을 지키기 위한 수많은 무언가가 보이기는 하지만 그 이상은 없으니까. 그저 안시성은 거기에 있고 사람들도 거기에 그저 있었을 뿐. 모든 건 너무나도 우연에 기초한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결국 연기를 잘 하는 배우들까지도 발연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나 ‘박성웅’ 배우가 이토록 연기를 못 하는 것은 그가 중국어를 하기에 너무 급급해서 그의 세밀한 무어가를 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영화가 이렇게 배우들에게 여지를 주지 않는데 배우들이 도대체 무슨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건지. [안시성]은 꽤나 답답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시성]은 실망을 안기는 영화가 아님에는 분명하다. 적어도 돈을 어디에 썼는지는 보이고 자신이 약한 것은 보이지 않고 잘 하는 것만 보이기 위해서 노력을 하니까. 물론 그 이상의 무언가를 찾는 사람이 본다면 너무나도 아쉽겠지만 그저 가볍게 즐기기에 좋은 사람이 본다면 크게 실망하지 않을 영화가 아닌가 싶다.
로맨스 소설 쓰는 남자 권정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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