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장. 기말 고사 4
“계속 하게?”
“당연하지.”
“아니.”
서정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도 좀 그렇지 않나?”
“왜?”
“아니. 그래도.”
서정은 긴장된 표정을 지은 채 아정을 응시했다. 아무리 공부를 하면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이라고 해도 이건 아니었다.
“그 동안 일하는 것까지 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이제 조금은 줄여도 되지 않아? 내가 돈도 좀 벌고.”
“왜 내가 관둬야 하는 건데?”
아정은 미간을 모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서정에게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을 줄 몰랐다.
“그러지 마.”
“아니.”
“싫어.”
“아정아.”
“도대체 무슨.”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서정에게 이런 말을 하면서 싸울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아정이 네가 이제 네 일을 하기를 바라는 거야. 그런 곳에서 네 시간을 버리기 바라지 않고.”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야.”
“그게 어떻게 그래?”
“내가 그렇게 생각을 한다고.”
아정은 단호히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서정과 이런 걸로 부딪치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건데 도대체 왜 오빠가 이러는 건데? 다른 사람도 아닌 오빠는 그러면 안 되는 거지.”
“그거야 당연한 거잖아.”
“그만 둬.”
아저은 손을 들었다. 더 이상 서정과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았다. 계속 말을 했다가는 실망만 커질 거였다.
“그만 둬.”
“아니.”
“제발.”
아정의 단호한 말에 서정은 입을 꾹 다물었다. 아정은 그런 서정의 눈을 물끄러미 보며 고개를 저었다.
“오빠 왜 그러니?”
“그게.”
“이상하다.”
아저은 머리를 뒬 넘기고 한숨을 토해냈다. 더 이상 서정과 이런 종류의 대화는 나누고 싶지 않았다. 그는 늘 자신을 위해서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아정이 늘 믿고 기댈 수 있는 사람 중 하나였다.
“오빠도 결국 마찬가지인 거야?”
“뭐라고?”
서정은 주먹을 쥐었다가 풀었다.
“그게 무슨?”
“지금 한심한 거 알지?”
“한심이라니.”
서저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혀로 입술을 축이려고 하는데 아정은 단호히 고개를 흔들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지 마. 제발.”
“무슨 말이야?”
“지금 되게 추해.”
서정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그저 지금 아정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었는데 아정의 반응이 이상했다.
“내가 네 걱정을 하는 거야.”
“지금 그거 걱정이 아니야.”
“그럼 뭔데?”
아정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아니라고.”
“아정아.”
“됐어. 나 공부해야 해. 아직 한 과목 남았어.”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면서도 엷은 미소를 지었다. 서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문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험 끝나고 얘기하자.”
“더 할 거 없어.”
“아정아.”
“나는 지금처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도 할 거야. 나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는 거니까. 그 정도는.”
아정의 말에 서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아정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밝은 표정을 지은 채로 돌아섰다.
“오빠 말이 맞지.”
“뭐?”
“그냥 다.”
“뭐래?”
아정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한 채로 고개를 저었다.
“이런 생각도 못 하나?”
“생각이라니.”
아정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지수의 이런 말이 싫으면서도 그에게 다른 친구는 없다는 게 묘한 느낌이었다.
“됐어.”
“왜?”
“아니야.”
지수는 미간을 모았다.
“너 또 속으로 내 욕을 하는 거지?”
“아니.”
아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지수는 다른 말을 더 물으려고 하다가 입을 다물고 멍한 표정이었다.
“모르겠어요.”
“뭐?”
원희의 대답에 서정은 미간을 모았다.
“무슨 말이야?”
“그건 아정이가 스스로 정하는 거니까요.”
“아니.”
“죄송합니다.”
원희의 단호한 사과에 서정은 한숨을 토해냈다. 서정은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고개를 숙였다.
“내가 뭐라고 해도 안 변할 거지?”
“네.”
“다행이네.”
“네?”
서정의 말에 원희는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그래도 윤아정은 자기 편인 사람이 있으니까.”
“아. 뭐.”
원희가 곧바로 미소를 짓자 서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의 뜻대로 해주지 않더라도 아정에게는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좋아?”
“네.”
“신기하네.”
“왜요?”
“아니.”
자신에게 이런 일이 있었던 걸까 싶을 정도로 서정. 스스로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일단 알았어.”
“네. 알겠습니다.”
서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정이가 뭐 하려는 건지 아시죠?”
“응.”
서정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결국 모든 걸 다 터뜨리려고 하는 거. 그게 문제였다.
“그러다 아정이가 다칠 거야.”
“형님이 계시니까요.”
“그래도.”
“그리고 저도 있고요.”
원희의 자신만만한 모습에 서정은 가만히 웃었다. 원희의 말이 옳았다. 자신과 원희가 있다면 아정이 버틸 수 있을 거였다.
“그냥 넘어가거라.”
“네?”
태훈의 말에 아정은 미간을 구겼다.
“무슨 말이죠?”
‘말 그대로다.“
태훈은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다 아는 거다.”
“그건.”
“그러니 넘어가라.”
“아뇨.”
태훈은 물끄러미 아정을 응시했다. 자신의 딸이라고 하지만 자신보다는 확실히 서정과 비슷한 구석이 보였다.
“따질 건 따져야죠.”
“무슨.”
태훈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네가 내 딸이라는 게 싫어지는 구나.”
“뭐라고요?”
“정말 처음부터 내 딸이었다면 지금 네 모습이 그런 식으로 튀어나올 수는 없었을 텐데 말이다.”
“무슨.”
아정은 어이가 없었다. 평생 자신을 딸로 인정한 적도 없는 주제에 지금 와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웠다. 기말고사를 마치고 이렇게 따지러 온 건데. 차라리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착각이 있으시네요.”
“착각?”
태훈의 얼굴이 굳었다.
“무슨?”
“그런 거 아니에요.”
“뭐?”
“아버지라니.”
아정의 태도에 태훈은 침을 삼켰다.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지금 그거 다 녹음을 했다고요. 그리고 저는 단 한 번도 그쪽을 아버지라고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
태훈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아정의 여유로운 태도를 취하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씩 웃었다.
“지금 그거 다 녹음을 했어요.”
“녹음이라니.”
아정은 싱긋 웃으면서 휴대전화를 다시 만졌다. 그리고 방금 전까지 전까지 태훈이 한 말을 다시 태훈에게 들려주었다. 말도 안 되는 그냥 다 덮고 가라는. 모두가 알고 있다는 그 말들까지도.
“들으셨죠?”
“무슨.”
태훈은 이를 악 물었다.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냐?”
“이런 짓요?”
아정은 싱긋 웃으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바른 게 좋은 거니까.”
“미친.”
태훈의 입에서 낮은 욕설이 나왔다.
“외 이러는 거냐?”
“그냥 옳은 걸 하고 싶은 게 전부에요. 일부러 그쪽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 곤란한 무언가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요.”
“무슨 말이야.”
아정은 그저 웃었다. 태훈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오히려 다 마음이 편안하고 다행이었다.
“그래도 다행이에요.”
“무슨 말이냐?”
“저는 혹시라도 지금 그쪽이 제대로 된 말. 그러니까 지금 알아서 고치겠다는 말을 할까. 그게 미안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그런 생각도 했었는데. 다행히 제가 바라는 대로 행동을 하시네요.”
아정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고맙습니다.”
“무슨?”
“알아서 하시지 않으면 지금 하신 모든 발언.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서 자막까지 달려서 유투브에서 보실 거예요.”
아정은 이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아정이 정중히 허리를 숙이자 태훈은 주먹을 쥐었다. 아정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채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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