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2018 [69장. 계절 학기 1]

권정선재 2018. 9. 26. 00:54

69. 계절 학기 1

일단 고마워.”

그래야지. 내가 이 정도 생색은 내야지.”

생색?”

갑자기 태도가 변한 서정에 아정은 웃음을 터뜨렸다.

무슨.”

그러게.”

아정을 물끄러미 보는 서정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원희가 있고 나서 아정의 표정이 아주 조금이나마 밝아진 기분이었다.

싫다.”

?”

한심해. 나 스스로.”

아정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렇게 말하고 하루 만에 바로 오빠에게 도움을 청하고.”

아니야. 어머니께서 너에게 그러는 게 유치한 거야. 바로 돈도 끊고. 그럴 이유 하나도 없는 건데.”

그래도.”

네가 옳을 수도 있을 거야.”

서정의 말에 아정은 고개를 들었다. 자신이 달라진 것처럼 서정의 태도도 변한 것이 묘한 기분이었다.

뭐야? 지금?”

뭐가?”

아니.”

윤아정.”

서정이 자신의 이름을 낮게 부르자 아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지금의 서정의 모습이 자신이 잘 알고 있던. 그저 평소에 알던 그런 오빠의 모습 같았다.

고마워.”

아니야.”

서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지금 하는 것은 이전처럼 아정을 지키는 거였다.

 

다들 반갑습니다.”

계절 학기를 듣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다들 고학년 같았지만 아정은 여기에서 밀리고 싶지 않았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희건이었다. 그는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들어왔다. 그리고 아정을 보고 밝은 표정을 지으며 씩 웃었다.

 

죄송해요.”

.”

아정의 사과에 희건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준 족보를 가지고 그런 일을 했다는 것에 당황하기는 했지만 어차피 아정이 저지를 것 같았다. 그런 거라면 차라리 이렇게 빨리 하는 편이 나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

너는?”

.”

아정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모르겠어요.”

대책이 없네.”

그렇죠.”

아정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자신이 생각을 하기에 그릇된 것을 고치는 것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있고 나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도 한 적이 없었다.

그냥 다 잘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지금까지도 크게 잘못되거나 그런 것은 없으니까요.”

이건 달라.”

알아요.”

다른 거였다. 그저 강의실 안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 자체와 싸우게 되는 일일 수도 있었다.

나는 내년에 없으니까.”

.”

너 혼자 해야 해.”

. 그럴 거예요.”

아정의 말에 희건은 입술을 쭉 내밀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아정과 서정이 닮지 않았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참 닮은 것이 신기했다. 서정과 아정은 너무나도 똑같은 일을 하면서 부딪치는 거였다.

너 많이 다칠 거야.”

그럴까요?”

당연하지.”

그렇구나.”

희건은 한숨을 토해냈다.

처음에 그 카르텔 안에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은 그게 문제라고 생각을 하지만. 한 번 그 안에 들어오면 그게 얼마나 편리한지 모두 다 알게 돼. 그러면 그걸 망가뜨린 사람을 찾는 거고.”

그게 저인 거고요?”

당연하지.”

당연.”

아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당연한 것을 자신이 이제 부수는 거였다. 희건은 그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나는 못한다.”

하지만.”

못 해.”

태훈의 단호한 말에 아정은 미간을 모았다.

왜요?”

왜라니?”

태훈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모두가 그것에 대해서 아무런 불만이 없다. 너 하나 불만이 있다고 해서 그 모든 것을 다 망가뜨릴 이유는 없어. 여태 그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가 된 건. 모두가 그것을 좋아한다는 거다.”

아니요.”

아정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다들 그냥 넘어가는 것은 좋아서 그러는 것이 아니었다. 절대로.

그렇지 않아요.”

그럼?”

불만이라도 다들 참는 거죠.”

같은 말이다.”

달라요.”

아정의 대답에 태훈은 싸늘하게 웃었다.

한심한 것.”

뭐라고요?”

네가 그런다고 해서 이전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모두 다 가질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거냐? 설마?”

아니요.”

아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태훈이 도대체 자신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건 아니었다.

그럼 알아서 하세요.”

?”

저도 제가 알아서 하려고요.”

아니.”

아정은 태훈을 보고 싱긋 웃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지금은 이것부터 해나가는 게 우선이었다.

 

하고 싶은 일이 없다고요?‘

.”

그게 무슨 말이에요?”

희건의 대답에 아정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말이 돼요?”

?”

아니.”

아정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희건이 오히려 덤덤한 표정을 지은 채로 여유로운 것과 차이가 보였다.

너는 있어?”

?”

있냐고?”

.”

있었던 꿈. 그건 번역가였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일단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것. 그것을 하고 싶었다. 그게 지금 가장 중요한 거였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거요.”

멋있네.”

뭐가 멋있어요?”

멋있어.”

희건이 엄지를 들면서 말하자 아정은 입술을 내밀었다.

정말.”

왜요?”

아니에요.”

아정을 보며 희건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후배님. 잘 하고 있어.”

그래요?”

그럼.”

신기하다.”

희건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아정의 눈을 응시했다. 그리고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나를 별로 안 좋아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너를 응원해. 네가 하는 모든 것들.”

고맙습니다.”

아정의 인사에 희건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계절은 왜 다니는 거야?”

그냥?”

그냥이라고?”

서정의 미간이 모아졌다.

너 정말.”

?”

아정이 때문이지?”

.”

희건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서정은 그런 희건을 보며 침을 삼켰다. 그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뭐 하자는 거야?”

뭐가?”

아니.”

서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싫어.”

?”

네가 그러는 거.”

윤서정.”

정말로 싫어.”

서정은 머리를 뒤로 넘기고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답답하기는 하지만 지금 이게 싫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네가 더 이상 아정이 곁에 없기 바라.”

뭐라고?”

희건의 얼굴이 구겨졌다.

무슨 의미야?”

네가 누구인지 아니까.”

아니.”

희건은 침을 삼켰다. 지금 서정이 하는 그 모든 말이 그의 가슴을 찌르고 있었다. 뭔가 많은 것들.

윤서정. 지금 네가 하는 모든 말. 그게 지금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그런 것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을 해.”

아니.”

서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너 윤아정에게 가까이 가지 마.”

?”

희건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서정이 먼저 도와달라고 하고서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 네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

알아.”

안다고?”

그래.”

무슨 말인데?”

네가 필요가 없다고.”

필요.”

희건은 물끄러미 서정을 응시하다가 씩 웃었다.

그럼 오늘 밤에는 너를 안 봐도 되겠네.”

그래.”

오케이.”

희건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 정리해.”

알았어.”

서정의 대답에 희건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대로 일어났다. 서정은 멀어지는 희건을 보며 한숨을 토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