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2018 [71장. 계절 학기 3]

권정선재 2018. 9. 26. 00:59

71. 계절 학기 3

나는 못 해.”

그래도 당신이 길렀으니.”

아니.”

태훈의 말에 미선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아니야.”

뭐라고?”

나는 단 한 번도 아정이를 기른 적이 없어요. 아정이가 지금 그런 모습으로 성장을 할 수 이게 된 것. 그것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어. 모든 것 다 서정이가 알아서 한 거니까. 내 자리는 없어.”

태훈은 물끄러미 그런 미선을 응시했다.

자랑인가?”

.”

미선은 여유롭게 대답했다.

자랑이 아닐 건 또 뭐야?”

한심하군.”

태훈의 대답에 미선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왜?”

그걸 어떻게 어미가 되어서.”

당신은 뭐 달라?”

?”

당신도 없었잖아.”

나는 다르지.”

뭐가요?”

미선은 테이블을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과 태훈은 하나도 다를 것이 없었다. 그걸 여태 모르고 살았다는 것이 우스운 일이었다. 멍청하게 그 오랜 시간을 모두 다 참고 살았다. 한심하고 미련하게.

답답해.”

미선은 씩 웃었다.

우리 이혼해요.”

?”

태훈의 얼굴이 굳었다.

무슨?”

이제 자유롭게 살려고.”

미쳤어?”

.”

미선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봐도 미친 거였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이대로 그냥 사는 게 오히려 더 미친 일이었다. 지금 자신이 선택하는 이 일. 이게 오히려 더 제정신인 거였다.

어떻게 여태 그냥 참고 살았던 것일까?”

뭐라고?”

이제라도 내 자유를 찾으려고.”

미선의 단호한 대답에 태훈은 침을 꿀꺽 삼켰다. 미선은 한숨을 토해내며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그럼 서류 보낼게.”

누구 마음대로?”

?”

그 이사장.”

.”

미선은 검지를 들고 씩 웃었다.

관뒀어.”

?”

그냥.”

미선의 말에 태훈은 주먹을 쥐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미선은 그런 그를 보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무슨 일이에요?”

미안해.”

미선의 사과에 아정은 고개를 들었다.

무슨?”

내가 멍청해서 그래.”

미선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나로 인해서 네가 힘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해서. 그러지 않아서 지금 이런 거야.”

아니요.”

아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선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가 원하는 일이 아니었다. 미선과 완벽하게 선을 긋기 위해서는 이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엄마가 왜 이러는 건데요?”

?”

이러지 마요.”

나 이혼해.”

미선의 말에 아정의 눈이 커다래졌다.

뭐라고요?”

다행이야.”

무슨?”

네가 그 사람 딸이 아닐까 나도 의심했어.”

자신의 말이 아정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모르는 것일까? 어떻게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할 수가 있는 걸까?

도대체.”

너에게 돈을 좀 줄 수 있을 거야.”

돈이요?”

그래.”

아니요.”

아정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그런 돈을 바란 적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그런 건 필요도 없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건데요? 나는 그 돈을 달라고 한 적이 없어요. 왜 그러는 건데요?”

그러게.”

미선은 싱긋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신기하네.”

뭐라고요?”

너는 그 사람을 닮은 것 같기는 한데. 오히려 나를 닮지 않은 거 같기는 해. 내가 너를 낳았기에, 네가 내 딸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이상하게도 너는 오히려 내 딸은 아닌 거 같구나.”

아니.”

미선은 고개를 푹 숙였다. 모든 것이 결국 다 자신의 잘못이었다. 자신이 일으킨 모든 문제였다.

정말 미안해.”

그만 둬요.”

아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미선에게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이건 자신이 바라는 일이 아니었다.

갑자기 저를 보러 온다고 해서 걱정을 했어요. 그런데 지금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데요?”

이사장도 관뒀어.”

?”

아정의 얼굴이 굳었다.

이게 무슨?”

정말로 너를 자유롭게 해주려고.”

자유요?”

.”

미선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태훈에게 묶여있으면 거꾸로 이게 아정에게 문제가 될 거였다.

서정이에게 들었어.”

무슨?”

그 족보.”

.”

그거 인터뷰 좀 하려고.”

아정은 가만히 미선을 응시했다. 자신에게 단 한 번도 엄마인 적이 없는 사람이 이제 엄마가 되려는 걸까?

그렇다고 우리 관계가 달라지지 않을 거야. 네가 나를 여전히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

아정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정의 대답에 미선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래야지.”

아니.”

윤아정.”

미선은 아정의 이름을 부르며 싱긋 웃었다.

잘 해.”

하지만.”

그리고 이거.”

미선은 가방에서 봉투를 꺼내 아정에게 내밀었다.

내가 지금 너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거야. 비록 돈만 주는 거지만. 그래도 너에게 조금의 자유를 줄 거야. 그러니까 지금 그 아르바이트를 줄이거나 해. 너 지금 얼굴 많이 거칠하니까.”

그건 싫어요.”

마음대로.”

미선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가세요.”

아정은 멍하니 봉투를 쳐다봤다. 자신이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을 당하는 건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성실히 있네?”

언니는 안 성실하네요.”

.”

은수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나는 사정이 있어서.”

뭔데요?”

그러게.”

은수는 지금 계절이 바뀌어도 자신에 대해서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는 모양이었다. 아정은 고개를 저었다.

이상해요.”

?”

언니가 너무 비밀이 많아서.”

미안.”

은수는 손을 들고 사과의 말을 건넸다. 아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냥 받기 잘 한 거네.”

그래도.”

원희의 대답에 아정은 한숨을 토해냈다.

지금 내가 하는 이 일. 이게 그리 간단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게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거 같아서.”

아니.”

아정의 말에 원희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아.”

네가 어떻게 알아?”

느낌.”

느낌?”

원희의 대답에 아정은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느낌이라니. 아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여간.”

?”

좋아서.”

나도 그래.”

원희는 가만히 아정의 눈을 응시했다.

윤아정.”

?”

잘 하고 있어.”

그렇지.”

계절 학기가 끝이 나는 것과 동시에 공식적인 문제가 될 거였다. 2학기 개강 전에 터뜨려야만 하는 거였다.

아버지는?”

모르겠어.”

모른다.”

아정의 대답에 원희는 입술을 내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 어려운 일이었다.

그럴 수도 있겠네.”

내 말을 다 알아?”

아니.”

원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 몰라.”

그래?”

.”

원희는 조심스럽게 아정의 손을 잡았다.

땀 나서 싫지?”

아니.”

아정은 밝게 웃으면서 오히려 꼭 잡았다.

그래서 좋아.”

나도 네가 좋아.”

나도 네가 정말 좋아.”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보며 싱긋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