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장. 계절 학기 4
“복잡하네.”
“죄송해요.”
“아니야.”
아정의 사과에 선재는 고개를 저었다.
“무슨.”
“그래도.”
“아니.”
선재는 다시 한 번 힘을 주어 고개를 흔들고는 밝은 미소를 지은 채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지금 이 순간에 가장 힘든 사람은 아정이 너라는 게 달라지는 게 아니니까. 너에 대해서 다른 말을 더 할 것도 없고. 아르바이트를 줄이는 것도. 내가 이해를 해줄게. 괜찮아.”
“그래도 지금 당장 사장님이 힘든 거 알고 있으니까.”
“무슨 알바가.”
선재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지 마.”
“그래도.”
“아정아.”
선재가 다시 한 번 힘을 주어 말하자 아정은 그제야 겨우 미소를 지었다. 아주 조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제대로 터뜨릴 거구나?”
“응.”
“미친 거야.”
아정의 말에 지수는 미간을 모았다.
“너 그러다가 큰일이 날 수도 있어.”
“무슨?”
“뭐든.”
“아니.”
아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안 그래.”
“아니.”
지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정이 도대체 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것을 하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 너 빼고는 지금 이 제도가 좋다고 하는 건데. 너만 아니면 다 괜찮다고 하는 건데 왜 그래?”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거야. 그런데 지금 이 안에서 말을 못 하는 거지.”
아정은 미소를 지은 채 지수의 눈을 응시햇다.
“그래서 나는 지수 네가 내 친구이니까 무조건 내 편을 들어주기 바라. 나도 사실은 불안하거든.”
“그럼 하지 마.”
“지수야.”
“제발.”
지수는 간절한 표정이었다.
“너 지금 그러다가 학교에서 못 다닐 수도 있어. 대학교 그거 되게 힘들다는 거 너도 알잖아?”
“그래도 다들 족보만 보고. 교수가 늘 같은 문제를 내니까 그런 게 통용이 되는 거 아니겠어?”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건데?”
지수는 머리를 뒤로 넘기고 싶은 한숨을 토해냈다. 제대로 된 답도 없이 왜 이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은데 지금 네가 뭘 한다고 해서 다른 일이 더 생길 것도 아니잖아.”
“그건.”
아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건 지수의 말이 옳을 수도 있었다. 지금 자신이 바라는 게 도대체 뭘까?
“너만 다칠 거야.”
“그래도 할 거야.”
“아니.”
“왜 말리는 거야?”
가만히 듣던 원희가 끼어들었다.
“나는 아정이 이게 옳은 거라고 생각을 해.”
“아니.”
“잘 하고 있어.”
원희까지 아정을 부추기자 지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가 몰라서 그러는 거야.”
“뭐?”
“아정이 다칠 거야.”
“나는 다칠 거 알아.”
아정은 차분히 말을 받았다.
“다만 그 아픈 것 안에서 네가 뭔가를 해줄 수 있기를 바라는 거야. 그저 내 친구로 그렇게 말이야.”
“아니.”
지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친구라면 오히려 이런 순간에 말려야 하는 거라고 생각을 해. 네가 옳지 않은 일을 하는 거니까.”
“학교의 무제를 깨는 게?”
“문제가 아니잖아.”
“아니라고?”
아정은 혀로 입술을 축였다. 지수는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다가 시간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아르바이트.”
“그래. 가.”
“다음에 보자.”
“응.”
지수는 원희 쪽은 쳐다도 보지 않고 나갔다.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푹 숙였다. 원희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못 해.”
“하지만.”
“그건 아정이 일이야.”
서정의 말에 지수는 미간을 모았다.
“아정이 아직 신입이에요. 그런데 지금 그 학교에서 제대로 다닐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세요?”
“응.”
서정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정은 자신보다 훨씬 더 강한 사람이니까 모두 견딜 거였다.
“내가 그 동안 아정이를 제대로 대접을 해주지 못해서 그러지. 윤아정 생각보다 더 나은 사람이더라.”
“오빠가 그렇게 말을 하니까 아정이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하려고 하는 거죠. 그러다가 다치게 되면요?”
“견딜 거야.”
“오빠.”
“미안.”
서정은 손을 들었다.
“나 이제 촬영을 가야 해서.”
“지금 촬영이 중요해요?”
“응.”
서정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힘을 주어 말했다. 이제 자신의 일을 하는 게 우선이었다.
“아정이도 내 일이 우선이라고 했어.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일을 하는 거. 그리고 내가 제대로 된 배우도 되지 않고서 아정이에게 다른 말을 하는 것도 너무 이상하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거 하려고.”
“하지만.”
“그럼.”
서정의 말에 지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무조건 아정만 챙기려고 노력을 하던 서정이 아니었다.
“도대체 뭐야?”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 동안 고생했습니다.”
교수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끔찍한 계절 학기도 끝이 났다. 방학은 아주 빫았지만 그래도 있었으니 다행이었다.
“선배는 그럼 졸업을 하는 겅예요?”
“아직.”
“네?”
이 수업만 들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러니까.”
“토익도 안 봤거든.”
희건은 이를 드러내고 씩 웃었다. 아정은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이제 내가 좋지?”
“좋지는 않아요. 싫지가 않은 거지.”
“그게 그거지.”
“달라요.”
아정의 명랑한 대답에도 희건은 그저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봐도 아정과 서정은 남매인 것이 분명했다.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건 없다.”
“확실한가요?”
“그래.”
태훈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미선까지도 자신을 떠난 지금. 마지막 선은 오직 아정이었다.
“학교에서 바라는 것. 그런 게 아니니. 그리고 그 교수들은 논문도 제대로 발표를 하고 있다.”
“그게 가짜일 수도 lT는 거잖아요?”
“가짜라.”
태훈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엄마를 닮았군.”
“아니요.”
아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오빠 닮았어요.”
“윤서정을?”
“네.”
“그렇구나.”
아정은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한숨을 토해냈다. 이렇게 유한 사람인 척 하면서 자신을 회유하는 거였다.
“그럼.”
“가지 마라.”
아정은 미간을 찌푸렸다. 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럼 제가 가지 않으면 뭘 해야 하는 거죠?”
“내 곁에 있어라.”
“아니요.”
태훈의 제안에 아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서정도 달아난 자리. 맡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 자리 제 자리가 아니에요.”
“고작 영어영문학과를 나와서 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 게냐? 네 오빠도 결국 돌아오고 너도 할 수 있을 거다.”
“아니요.”
분명히 멍청한 일이었다. 지금과도 같은 취업이 어려운 시절에는 무조건 잡아야 하는 거였다.
“정말이냐?”
“네.”
하지만 이 사람은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의 목숨 줄을 가지고 흥미로운 게임이라도 하는 것처럼 구는 게 싫었다.
“그럼.”
“가세요.”
아정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런데 너무 과한 거 아니세요?”
“무엇이?”
“이 학교요.”
“내 것이다.”
“아니요.”
아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왜 아직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건지. 아정은 깊은 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왜 그러세요?”
“뭐?”
“안 부끄러우세요?”
“부끄럽냐고?”
“네.”
아정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싫어요.”
“무슨?”
“그쪽이 제 아버지가 아닐 때가 나았어요.”
“뭐라고?”
태훈의 얼굴이 굳었다.
“그게 무슨?”
“그럼. 저는 제가 하려는 일을 하겠습니다. 이게 제가 생각을 할 때 더 바른 일이니까요. 그냥 할게요.”
아정은 허리를 숙였다. 태훈은 그런 그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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