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젠장.”
동선은 눈을 뜨기가 무섭게 낮은 욕설을 내뱉었다. 곧 죽을 사람과 잠자리라니. 우스운 일이었다.
“제정신이 아니군.”
“일어났어?”
“일어나.”
“싫어.”
영준은 어리광을 부리며 동선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의 품을 파고 들며 그의 팔을 배고 누웠다.
“뭐 하자는 거야?”
“쉬는 거.”
“일 가야지.”
“아니.”
영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불을 덮었다.
“지금 좋아.”
“아니.”
“나 아파.”
영준이의 말에 동선은 놀라서 손을 그의 이마에 댔다. 그러다가 아무렇지도 않아서 미간을 찌푸렸다.
“미친.”
“왜?”
영준은 눈도 뜨지 않고 웃었다.
“내 걱정이라도 했어?”
“꺼져.”
동선은 영준을 밀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선의 뒷모습을 보면서 영준은 씩 웃었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 엉덩이를 만졌다.
“탄탄해.”
“미친 새끼.”
동선은 욕설을 내뱉으며 욕실로 향했다. 영준은 그런 그를 보며 싱긋 웃고 다시 눈을 감고 고개를 묻었다.
“사장님은?”
“네?”
길을 걷던 동선은 멈칫했다.
“무슨?”
“아. 이기민이라고 합니다.”
기민은 허리를 숙였다. 하지만 동선이 궁금한 것은 이게 아니었다. 그러다가 그가 영준의 카페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어제 같이 가신 거 같아서.”
“그게.”
아니라고 대답을 하고 싶었지만 이미 어느 정도 아는 사람에게 그게 아니라고 말을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몸이 피곤하다고 집에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혹시 압니까?”
“네?”
“그러니까.”
지금 기민의 눈치를 보니 영준이 아픈 것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어떻게 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아들이 아프다는 것을 모를 수 있는 걸까?
“아닙니다. 됐습니다.”
“그렇군요.”
“걱정이라도 되는 겁니까?”
“아니요.”
기민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이유를 알 거 같습니다.”
“네?”
“멋있으십니다.”
기민의 말에 동선은 미간을 모았다. 그리고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다가 짧게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벗어났다.
“젠장.”
컴퓨터를 켠 동선의 얼굴이 굳었다. 게이. 동성애자. 호모. 온갖 더러운 말들이 그의 파일들의 제목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대단하네.”
다들 유치했다.
“인간들 하고는.”
분명 동선의 말을 들었을 것 같은 옆자리의 직원도 지금 동선이 하는 말을 완벽히 외면하는 중이었다.
“대단하다.”
동선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안.”
“아닙니다.”
늦은 출근에 사과하자 기민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사장님이시니까요.”
“비꼬는 건가?”
“아니.”
“하여간.”
기민이 놀란 표정을 짓자 영준은 씩 웃었다.
“신기한 사람이네요.”
“네?”
“아닙니다.”
영준은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농담 같은 것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신기한 매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남자?”
“네. 그습니다.”
서혁은 주먹을 쥐었다가 풀었다.
“미친 새끼.”
아버지가 그 아이를 제대로 단속했다고 믿었다. 그리고 조용해서 그것으로 끝인 줄 알았는데 이제 와서 다시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불쾌하고 불편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거기가 어딘가?”
“카페 근처입니다.”
“카페가 어디라고 했지?”
“주안 시민공원 역 근처입니다.”
“아.”
그제야 기억이 났다. 모두 다. 결국 영준이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러니까 영준의 할아버지가 죽고 나서야 이 모든 것을 했다는 것. 결국 그것은 자신을 기만한 일인 거였다. 웃기지도 않은 일이었다.
“망할 자식. 차 준비 하게.”
“알겠습니다.”
서혁은 한숨을 토해내며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결국 아셨구나.”
“뭐라고?”
“뭐.”
서혁이 놀란 표정을 짓자 영준은 그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지금 여기 손님이 많습니다.”
“뭐라고?”
“여기 아버지 회사와 관련이 있어요.”
서혁은 끙 하는 소리를 내며 입을 다물었다. 영준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뭘 하려는 거냐?”
“그러게요.”
“뭐라고?”
“아무 것도.”
영준의 간단한 대답에 서혁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물끄러미 그런 영준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뭘 해주기를 바라는 거냐?”
“네?”
“네가 그런 식으로 나오면 결국 영우 녀석에게 밀릴 거라는 거. 그걸 모르는 거야? 그래도 네가 형이다.”
“형이요?”
영준은 웃음을 터뜨리며 깨를 저었다. 지금 이게 무슨 말인 건지. 하여간 서혁은 자신의 생각과 달랐다.
“아버지께서는 단 한 번도 저를 아들로 생각도 하신 적이 없으시면서 왜 이러시는 겁니까?”
“그래.”
서혁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네 말처럼 너는 단 한 번도 내 아들인 적이 없어. 그리고 앞으로도 너는 내 아들이 아닐 거다.”
“아프네.”
영준은 가슴이 있는 쪽을 문지르며 일부러 웃었다. 그리고 곧바로 미소를 지은 채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그런 거라면 그냥 저를 두세요. 단 한 번도 저를 아들로 생각도 해보신 적이 없으시면서 지금 도대체 뭘 하려고 하시는 건지 저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지금 그 모습. 되게 이상하게 보여요.”
“이상이라니.”
서혁은 상을 세게 치고 한숨을 토해냈다.
“이러는 이유가 뭐냐?”
“아직 저에 대해서 다 모르시는 모양이에요.”
“뭐?”
“아니요.”
서혁의 반응에 영준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자신과 관련이 된 것에 대해서 크게 관심이 없는 모양이었다.
“아버지께서 생각을 하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 거니까. 제가 여기에 있는 거 그냥 두고 보세요.”
“못 한다.”
“왜요?”
“왜라니?”
서혁은 눈썹을 가늘게 모았다.
“너는 내 아들이다.”
“아들이요?”
영준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단 한 번도 자신은 그에게 아들이라는 대접을 받은 기억이 없었다.
“제가 아들이라고요?”
“그럼 아니냐?”
“아니었죠.”
영준의 덤덤한 대답에 서혁은 끙 하는 소리를 내더니 시선을 피했다. 영준은 그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왜 그러세요?”
“도대체 왜 이러는 거냐?”
“네?”
“뭐가 불만이야?”
“그러게요.”
영준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지만 저에게 더 이상 관심은 갖지 마세요.”
“어떻게 그러냐?”
“왜요?”
“왜라니?”
“그 동안 그러셨잖아요.”
“그거야.”
영준의 지적에 서혁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영준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 저를 건드리시면 저는 더 많은 일들을 할 겁니다. 제가 그런 일들을 하기 바라시는 게 아니라면 그만 두시죠.”
“무슨 말이냐?”
“그러게요.”
“아들.”
“그만.”
영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사람 보러 가야 해서요.”
“뭐?”
“그리고 그 사람도 건드리지 마세요.”
영준의 단호한 말에 서혁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왜 이렇게 된 거냐?”
“전 늘 이랬어요.”
“뭐라고?”
“이게 저니까요.”
영준은 자신을 가리키며 씩 웃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이리저리 목을 풀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저는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인 적 없어요. 그저 저는 늘 이런 모습이었고. 이게 바로 저라는 거죠.”
“그게 바로 너라니.”
서혁은 단호히 고개를 흔들었다. 이대로 그를 모두 다 용납하는 것은 아버지로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네가 망가질 거다.”
서혁의 경고에도 영준은 그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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