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너는 없었다 [완]

[퀴어 로맨스] 너는 없었다. [12장]

권정선재 2018. 10. 18. 00:07

12

안 돼.”

?”

영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

내가 너에게 그다지 위기를 안기는 것도 아니고. 나는 되게 작은 매장을 운영하는 건데 말이야. 굳이 이런 나에게 네가 경계를 갖고 아무 도움도 주지 않는다ᅟᅳᆫ 거. 그거 이상한 거 아닌가?”

무슨?”

어차피 같은 계열이잖아?”

영준의 간단한 말에 영우는 한숨을 토해냈다. 아니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부정할 수 없는 거였다.

그래서 뭘 하자는 거야?”

그냥?”

영준은 어깨를 으쓱하고 씩 웃었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것. 지금 내가 하는 일에 너의 도움을 아주 약간이라도 받기를 바라는 거야?”

무슨.”

영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영준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나를 어떻게 엿 먹이려는 거야?”

?”

그게 아니고서야 지금 하는 그 모든 행동. 그걸 지금 내가 납득할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

그런가?”

영우는 늘 자신에게 자격지심이 있었다. 아무리 본 부인의 자식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자신이 형이었으니까. 자신이 남자를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영감이 조금 더 그의 편을 들었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미 회사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굳이 나에게 이럴 이유 있어?”

자리?”

영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

아니야.”

아직도 겁이 나?”

?”

영우가 바로 발끈하는 것을 보고 영준은 씩 웃었다. 저런 것에 하나하나 다 반응을 하는 것을 보니 영우는 자신에게 겁을 내는 거였다. 하지만 그런 것에 괜히 주저하며 뒤로 물러날 이유 없었다.

내가 직접 아버지에게 부탁을 하기 전에 네 선에서 해주는 게 좋을 거야. 괜히 아버지께서 아시면 더 많은 것들을 네가 내놓아야 할 수도 있어. 그런 거 네가 감당할 수 있을 거라는 거야?”

영준의 말에 영우는 눈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 것. 그걸 하는 게 우선이었다.

대단하네.”

영준은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빠른 처리.”

아니?”

한 회사잖아.”

이봐.”

영우는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했지만 영준의 장난스러운 미소에 다른 말을 더 할 수 없었다. 영준은 짧게 고개를 숙였다.

 

여기는 무슨 일이냐?”

제가 못 올 곳인가요?”

그래.”

나가는 길에 만난 서혁의 말에 영준은 미간을 모았다.

무슨?”

이 회사에서 네가 그렇게 편하게 다니기를 바라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다. 그리고 그 편하지 않은 사람에는 나도 포함이 된다. 네가 그런 식으로 살 거라면. 이런 곳에 오지 않는 게 맞아.”

그렇군요.”

영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이런 자신을 이해했는데 아버지는 다른 모양이었다.

그냥 카페 일로요.”

카페 일?”

서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그런 건 아실 이유 없죠.”

뭐라고?”

이건 식품 쪽 일이니까.”

영준의 간단한 대답에 서혁은 끙 하는 소리를 냈다. 자신이 무슨 말을 더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었다. 그저 이 정도로 서혁을 약올리는 것. 지금 당장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게 전부였으니까.

그럼.”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

둘만의 무슨 낙원이라도 꿈꿔?”

.”

영준은 이를 드러내고 밝게 웃었다.

그런 거 제가 생각을 하는 거. 뭐 아버지께서 바라시는 게 아니니까.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영우 괴롭히지 마라.”

안 괴롭혀요.”

영준은 아랫입술을 물고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애도 아니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는 꼴이라니.

제가 지금 하려는 거. 이거 결국 영우에게도 도움이 될 일이니까. 아버지께서도 모르는 척을 하시면 되는 겁니다.”

무슨.”

그럼.”

더 말이 길어지기 전에 영준은 돌아섰다.

 

주간만 하라고요?”

그래.”

아니.”

부장의 말에 동선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게 말이 됩니까?”

?”

그래도 이건.”

다들 야간을 해야 하는 거였다. 남성 직원이 역무원 일을 하면서 그런 걸 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였다.

그러니까 지금 저를 업무에서 배제 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해가 안 가는 걸요.”

다들 자기랑 자기 싫어해.”

그게 무슨?”

그러니까 지금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다들 자신과 같이 근무를 하기 불편하게 생각을 한다는 거였다.

그래서 저를 지금 밀어내시는 겁니까?”

그렇다고 해서 같이 무조건 자라는 거. 그거 말도 안 되는 거지? 자기가 무슨 생각을 하는 줄 알고?”

부장님.”

아무튼 나는 몰라.”

동선은 멍해졌다.

그 말씀은?”

이제 자기는 정상적인 회사원처럼만 근무를 하면 된다고. 아 지금 사람들도 없으니까 짐도 다 빼고.”

알겠습니다.”

사람들이 불편하다고 하는 것. 자신이 더 이상 해야 하는 것도 없었다. 사람들이 불편하다고 하면 피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래서 짐을 다 챙긴 거야?”

.”

너무하네.”

영준의 말에 동선은 고개를 저었다.

너 때문이잖아.”

?”

누가 막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애초에 한 번 나를 막으려고 한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밀리지 않을 거야.”

그건. 미안해.”

영준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어쩌면 그것은 서혁이 한 일일 수도 있기에 미안한 마음이었다.

그래도 버텨.”

그래야지.”

영준은 물끄러미 동선을 응시했다.

잘 생겼다.”

뭐래?”

동선이 얼굴을 붉히며 뒤로 물러나자 영준은 손목을 잡았다.

뭐 하는 거야?”

?”

사람들 있어.”

없어.”

동선의 말에 영준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미 사람들도 다 가고 기민 혼자서 마감을 하는 중이었다.

불편하면 내가 너희 집을 가고.”

싫어.”

동선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네가 다시 치료를 받겠다는 말을 하기 전까지 나는 다시는 너를 내 집에 들이지 않을 거야. 그거 말도 안 되는 거야. 아니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걸 왜 포기하는 거야?”

조용.”

영준은 기민의 눈치를 살피며 입에 검지를 가져갔다.

아직 아무도 몰라.”

?”

너랑 은수. 그리고 나. 이렇게 셋.”

동서는 머리가 갑자기 울리는 기분에 숨을 멈췄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그 사람들만 알면 안 되는 거였다.

도대체 어떻게 이 일을 가족이 모르게 할 수가 있는 거야? 그런 거 말도 안 되는 거잖아. 안 그래?”

가족이 없잖아.”

?”

영준의 말에 동선은 침을 삼켰다. 영준에게서 아무도 없다는 것. 동선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네가 아버지를 부정해서 그렇지 아버지 자체가 안 계시는 것은 아니니까. 그런 거랑은 다른 거지.”

안 달라.”

영준은 머리를 긁적였다.

기민 씨.”

?”

퇴근해.”

?”

기민은 인상을 구겼다.

아직 정리가.”

그냥.”

하지만.”

부탁.”

영준이 짧게 두 손을 모으면서 장난스럽게 말을 하자 다른 말을 더 하려던 기민은 고개를 끄덕이고 앞치마를 벗었다.

그러면 나머지 정리는 제가 내일 아침에 와서 할 테니까. 일부러 사장님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케이. 당연하지.”

기민은 허리를 숙이고 카페를 나갔다. 동선은 남은 커피를 모두 마신 후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지금 뭐 하는 건데?”

뭐가?”

가족에게도 말 안 하고.”

어차피 죽어.”

김영준.”

정말이야.”

영준은 동선의 눈을 보고 싱긋 웃었다.

치료 안 돼.”

너 지금 아파 보이지도 않아.”

쓰러진 거. 그리고 아침에 못 일어나는 거. 그런 거 되게 가볍고 아무 것도 아닌 거 같은데. 그게 다 증상이야. 그리고 나 밥도 못 먹어. 뭐 하나 목구멍으로 넘기면 바로 토할 거 같거든.”

안 그래도 요즘 마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동선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푹 숙였다. 머리가 아팠다.

그래서 내게 뭘 바라는 거야?”

말했잖아. 연애.”

?”

내 마지막 가족이 되어줘.”

그게 얼마나 잔인한 건 줄 알아?”

.”

영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