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보편적 연애 [완]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44장]

권정선재 2019. 2. 1. 21:23

44

네가 왜 여기를 와?”

여기 서점인데.”

서점이라는 게 아니라.”

서울의 지적에 해나는 멍한 표정이었다.

내 말은 그게 아니잖아.”

그럼 뭔데?”

그러니까 내 말은.”

역시나 괜히 온 건가 싶었다. 그냥 돌아서도 되는데 이상하게 해나를 보니까 오기가 생기는 기분이었다.

송해나. 유치하게 좀 굴지 마.”

서울의 말에 해나의 인상이 바로 굳었다.

유치하다고?”

그래.”

한서울! 너 무슨.”

여기 세인 씨 직장이야.”

해나는 머리를 뒤로 넘기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서울은 그런 그를 보고 그대로 지나가려고 하지만 해나가 그 앞을 막았다.

나가.”

어디를 나가?”

너 이제 막 나가기로 했어?”

너야 말로.”

?”

서울이 어이가 없어서 해나를 보고 있자 세인이 다가왔다.

괜찮아요?”

. 괜찮아요.”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서울은 해나의 눈을 가만히 응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송해나 나가자. 우리 나가서 이야기하자.”

안 그래도 돼요.”

아니에요.”

서울의 말에 해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먼저 서점을 나갔다. 아마 자신이 나가면 서울도 나가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인 모양이었다.

세인 씨는 나에게 고마운 사람이니까. 나로 인해서 해나가 세인 씨를 괴롭히게 두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내가 알아서 할게요.”

서울의 미소에도 세인은 한숨을 토해냈다. 서울이 그럼에도 여유로운 미소를 짓자 세인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해나는 그런 둘을 밖에서 보며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안 나와?”

나가.”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갔다. 해나는 그런 서울의 앞에 서면서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한서울. 너 정말 뭐하는 거야?”

서울은 차가운 눈으로 해나를 응시했다.

송해나. 너는 뭐든 다 그렇게 네 마음대로 해야 하는 거야? 뭐든 다 그렇게 불만이고 그런 거야?”

다 불만인 게 아니라 말이 안 되잖아.”

?”

왜냐니?”

해나는 코웃음을 치며 크게 숨을 내쉬었다.

너 동거했잖아.”

그런데?”

아니.”

동거가 죄니?”

너 완전 부부였어.”

완전 부부. 서울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과 철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철수가 자신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모두 다 알고 있으면서. 그리고 그 동거 안에서 얼마나 혼자서 고생했는지 알면서 저런 식으로만 말을 할 수 있을까?

네가 얼마나 고생하고 힘들게 그 시간을 보낸 건지. 헤어지고 나서도 얼마나 시달렸는지 알면서 그렇게 말하는 거니?”

그거 내 가족이랑 관련 없는 거 아니야?”

그러네.”

자신은 가족이 아니니까. 그랬다. 상관이 없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너를 보면 너무 오버하는 거 같아?”

무슨?”

세인 씨에게 그러는 이유가 있어?”

아니. 없어.”

해나의 흔들리는 동공에 서울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아마 둘 사이에 뭔가 있는 거였다. 그래서 이렇게 유난인 거였다.

그건 둘이서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 거 아니래도.”

서울은 혀로 이를 훑었다.

유치해.”

?”

너 너무 유치해.”

한서울.”

?”

서울의 단호한 대답에 해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울은 그대로 서점으로 다시 들어갔다.

세인 씨. 오늘은 날이 아닌 거 같아요.”

미안해요.”

아ᅟᅵᆫ요.”

책을 정리하다가 세인이 바로 청바지에 손을 문지르면서 서울에게 걱정이 가득 담긴 얼굴로 다가왔다.

그럼 조심히 가요.”

그래요.”

그나마 유미가 없어서 다행이었다. 그까지 있었더라면 더 미안할 뻔 했다. 서울은 다시 나와서 멍한 해나를 보며 미소를 지은 채 자리를 떠났다.

 

너한테도?”

.”

미친 거야.”

부산의 대답에 서울은 어금니로 혀를 물면서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부산에게까지.

돈이 왜 필요한 건데?”

전 같은 거 아니겠어?”

뭔데?”

딸 공사 다닌다고 여기저기 펑펑 쓰는 거.”

아니.”

자신이 공사에 다니는 것이랑 그게 무슨 상관이 있는 건가? 당신은 돈 한 푼 벌어본 적이 없으면서.

돈 해주지 마.”

어차피 그럴 재주도 없어.”

잘 생각했어.”

서울은 음료수를 단숨에 비웠지만 그래도 속이 개운하지 않았다.

도대체 어쩌려고.”

잡혀가겠지.”

?”

사채도 쓰는 거 같더라.”

아니.”

미쳐도 단단히 미친 거였다. 돈 한 푼 벌지 못하면서 쓸려고 대출까지 한다는 것. 웃기지도 않는 일이었다.

사채라니.”

꽤 있는 거 같아.”

제 정신이래?”

그러니까.”

서울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아무리 모르는 척 하고 살려고 해도 이건 아니었다. 잘못하다가는 둘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가자.”

?”

알아야겠어.”

하지 마.”

부산은 서울의 손을 잡았다.

누나에게 또 난리일 거야. ?”

한부산.”

누나 몰라서 가려는 거 아니잖아.”

알지.”

서울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모두 다 이미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지만. 그램에도 갈 수 없었다. 가야만 하는 거였다. 이 복잡한 일에 자신들이 끼지 않아야 하는 거였다.

내가 그런데 가서 확인을 하지 않으면. 너랑 나까지 어떤 방식으로 연결이 되어있는지 그거 모를 거야.”

그건 아닐 거야.”

?”

어쩌면 이렇게 안일할까?

확신하니?”

.”

부산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가 그렇게 모진 사람이기는 해도. 설마 우리 두 사람에게 피해가 가게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야.”

아니.”

춘자라면 능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일단 오늘은 늦었고. 나도 약속이 있으니까 확인을 할 거야.”

누나.”

걱정하지 마.”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 이제 이전의 한서울 아니야.”

서울의 자신만만한 표정에 부산은 한숨을 토해내면서도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은 부러 더 밝은 표정을 지었다.

 

낮에 미안했어요.”

아니요.”

세인이 사과할 일이 아니었다.

해나는 좀 어때요?”

바로 갔어요.”

다행이네요.”

그나마 다행이었다. 자신 때문에 괜히 세인에게 더 난리를 부리게 된다면 세인에게 미안할 거였다.

나에게 미안해하거든요.”

?”

이건 또 무슨 말일까?

어릴 적부터 우울증 증세가 있었어요. 그때 그런 걸 몰랐지만. 해나는 그런 저를 놀렸고. 별 것 아니라고 생각을 했었죠.”

.”

서울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래서 내가 자살하려고 했어요.”

세인은 별 것 아니라는 듯 손목 안쪽을 보여주었다. 몇 개의 선. 꽤나 아파보이는. 그리고 슬퍼 보이는 선이 있었다.

말도 안 돼.”

서울은 자신도 모르게 그 상처에 손을 가져가려고 하다가 불에 대기라도 한 듯 깜짝 놀라며 뒤로 거뒀다.

미안해요.”

그 정도 가지고.”

서울의 사과에 세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아니요.”

서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내가 이래.”

.”

힘든 이야기 말해줘서 고마워요.”

처음부터 했어야 했어요.”

세인은 머리를 긁적였다. 당연히 세인의 입장에서도 별 것 아닌 것처럼 쉽게 꺼낼 수 없는 이야기일 거였다.

아무튼 해나는 아마 그래서 그러는 거 같아요. 그때부터 마치 제 보호자인 것처럼 행동을 하더라고요.”

그렇구나.”

그 이상한 집착. 그게 결국 그런 거였다.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이런 방식인 거였다.

이제 안 그래도 되는 건데.”

그러게요. 둘 다.”

서울은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되게 이상한 말이기는 한데. 그래도 한서울 씨에게 이렇게 시간을 보내니까 기분이 좋네요. 이런 속에 이야기도. 이쪽의 일방적인 사정인 것 같기는 하지만. 모두 다 털어놓으니 편하고요.”

나도 그래요.”

진심이었다. 누군가에게 모든 것을 다 털어놓는 것. 그건 아마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세인일 거였다.

세인 씨라 다행이야.”

고마워요.”

진심이었다. 정말로 그라서 다행인 거였다. 세인이 아니라 다른 사람하고는 이런 말을 나누지 못할 테니까. 그때 세인이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서울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럽게 그 손을 잡았다. 온기가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