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보편적 연애 [완]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46장]

권정선재 2019. 2. 4. 20:44

46

네가 무슨 일이야?”

그러게요.”

서울의 대답에 춘자의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돈이라도 주게?”

그쪽에서 주셔야지.”

?”

부산이 대출.”

바로 춘자의 얼굴이 굳었다.

그건.”

“1억이래.”

?”

춘자의 눈이 커다래졌다. 아마 서울이 말하기 전까지 자신이 저지른 일의 무게를 몰랐을 거였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이자가 엄청난 걸 몰라?”

아니야.”

춘자는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저이자라고 했어. 저금리라고.”

그래요?”

아직 애가 신용도 좋고. 그래서 그렇데. 그래서 돈도 얼마 안 들고. 그냥 잘 갚으면. 그러면 된다고 했어.”

서울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갚으려고는 했어?”

?”

조금이라도 갚기는 했느냐고.”

그게.”

이거 봐.”

서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자신이 모르고 있는 사이 이렇게 자신의 동생을 괴롭히는 거였다.

그러면서 그런 말을 잘도 하고 있어.”

네가 무슨 자격으로 이래?”

?”

너는 자격 없어.”

춘자는 순간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네가 부산이에게 한 게 뭐가 있는데? 네가 네 동생에게 한 게 지금 뭐가 있다고 여기에 와서 이래?”

엄마는?”

서울은 싸늘한 눈으로 춘자를 응시했다. 자기가 한 것은 하나 없다고 해도 그건 춘자도 마찬가지였다.

있어?”

있어!”

춘자는 목소리를 높였다.

걔 내가 키웠어.”

키워?”

웃기지도 않는 소리였다.

내가 키웠어.”

?”

학창시절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내가 걔 준비물 살 돈 주고 그랬어. 체육복도 내 돈으로 사줬어요.”

서울은 소리가 나게 테이블을 내리쳤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것. 그런 것은 하나도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걔 더 건드리지 마.”

내가 걔 명의 좀 쓴 게 큰일이야? 엄마잖아. 엄마인데. 엄마가 아들 돈 좀 쓴 게 그런 죄야?”

. 죄야.”

서울은 단호히 말했다.

아주 큰 죄.”

서울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필요한 것을 얻었으니까. 더 험한 말이 나오기 전에 벗어나는게 맞았다.

 

나 때문에.”

아니야.”

부산의 자책에 서울은 고개를 흔들었다. 애초에 자신이 조금 더 제대로 부산에게 일러줘야 하는 거였다.

나도 얼른 돈 벌어서 누나한테 갚을게.”

됐어.”

갚을 거야.”

부산은 바로 가방에서 노트 한 권을 꺼내서 북 찢더니, 그 자리에서 차용증을 써서 서울에게 내밀었다.

정말.”

미안해.”

서울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네 탓이 아니야.”

내 탓이야.”

?”

부산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푹 숙였다.

내가 선을 그었어야 하는 거였어.”

무슨.”

분명히.”

서울은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부산이 자신의 생각보다 잘 견디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그게 다 가능할 리가 있어?”

그랬으면 이런 일 안 생겼을 거야.”

우리 두 사람 다 아무 잘못 없어.”

서울의 이 말에 부산은 그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이 말이 사실이었으니까. 두 사람이 이 모든 고생을 하는 것. 이 외로운 시간들을 보내는 것. 이건 두 사람의 잘못이 아니었다. 그저 서로가 잘못된 엄마를 만난 것. 그것 탓이었으니까. 정말 두 사람의 탓은 아니었다.

 

큰일이었네요.”

.”

저런.”

세인의 말에 서울은 혀를 내밀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별 것 아닌 척 해도 그렇지 않았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 건. 내가 지금 그 돈이 있어서 동생을 그 상황에서 구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러네요.”

진심이었다. 자신이 지금 돈이 없다면. 이걸 알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면. 그게 더 스트레스일 거였다.

그렇게 아낀다고 말하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한서울 씨 말을 들으면 동생하고 차별이 심한 건데.”

물건이니까.”

물건.”

너무 냉정하게 말한 것 같기는 하지만 사실이었다. 자신과 부산. 두 사람 다 그저 춘자의 소유물이었다.

그나저나 해나는 자신이 분명히 저에 대해서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더라고요. 그래서 부모님에게 다 말했더라고요.”

? 그게 무슨?”

서울의 눈이 커다래졌다.

말도 안 되는 소리잖아요.”

헛짓 한다고요.”

미쳤어.”

그러니까요.”

세인이 안타까웠다.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이었다. 더더군다나 해나가 이런 식으로 대할 사람은 더 아니었다.

이런 데도 내 넋두리만 하고.”

에이. 그건 에나이에요.”

세인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서 고마워요.”

?”

한서울 씨가 그런 속엣말을 해주니까 나도 한서울 씨에게 이런 말들. 이런 무거운 말들을 할 용기가 나는 거거든요.”

. .”

서울은 혀를 내밀며 어색하게 웃었다.

나도 세인 씨가 들어줘서 고마워요.”

진심이었다. 그가 아니라면. 이런 말을 나눌 사람은 없을 거였다.

 

자기 소개팅 안 할래?”

?”

부장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용준은 자신도 모르게 서울의 눈치를 살폈다. 도대체 왜 이쪽은 보는 건지.

그러니까.”

왜 나를 봐요?”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부장의 눈이 동그래졌다.

혹시 두 사람.”

아닙니다.”

아니에요.”

둘이 바로 대답하자 부장은 수긍하는 듯 소리를 내면서도 고개를 갸웃했다.

.”

그리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장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용준의 어깨를 한 번 쥐고 고개를 끄덕였다.

꽤 괜찮은 녀석이야.”

? .”

그럼 수고.”

부장이 나가고 서울은 입을 내밀었다.

왜 그래요?”

뭐가요?”

아니.”

용준이 답답했다.

왜 내 누니를 봐요?”

안 그랬거든요.”

거짓말.”

무슨.”

서울은 한숨을 토해냈다. 용준은 그런 서울의 눈치를 조심스럽게 살폈다.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김최용준 씨 정말로 좋은 남자에요. 누구라도 만날 수 있기 바라요. 그 사람도 좋은 사람일 거야.”

그럴 겁니다.”

하여간.”

용준이 장난스럽게 경례를 하며 대답하자 서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면서도 부러 저렇게 굴어주는 게 고마웠다.

하지만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요.”

그럼 앞으로 부장님이 말해도 이쪽은 보지 말라고요.”

. .”

그렇게 일어나려고 하는데 문이 벌컥 열렸다.

망할 년.”

춘자였다.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춘자가 양동이를 들었다. 뭔가 날아올 것 같아서 눈을 감았는데 생각보다 아무 것도 없었다.

용준 씨?”

악취. 눈을 뜨니 용준이 자신을 막아서고 있었다.

?”

저 어차피 근무복 빨아야 해서.”

용준은 별 것 아니라는 듯 싱긋 웃었다.

경찰 불러도 돼요?”

당연하죠.”

서울은 바로 자리에 가서 경찰을 불렀다. 그리고 다급히 나가려는 춘자의 팔을 잡았다. 춘자가 악다구니를 썼지만 이런 건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여기에서 물러난다면 이게 끝이 아닐 거였다.

 

아무리 그래도 엄마잖아요.”

엄마요?”

경찰의 말에 서울은 미간을 구겼다.

세상의 어떤 엄미도 이런 식으로 하지 않아요. 지금 이야기 안 들으셨나요? 똥물. 다 들으셨잖아요.”

아니.”

고소하죠.”

용준은 싱긋 웃으며 끼어들었다.

그래야 합니다.”

그쪽은 좀 씻고.”

경찰은 코를 잡으며 울상을 지었다.

냄새는.”

에이. 그럼 증거가 사라지지 않습니까?”

용준은 더욱 장난스럽게 웃으며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근무복 벗고 온 게 얼마나 다행인지 아세요? 그거 입고 왔으면 더 큰 문제가 생겼을 겁니다.”

경찰은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서 정말 엄마를 넣으려고?”

. 안 그러면 제가 일하는 곳에 다시 와서 이상한 짓을 할 수도 있어요. 그러면 저만 문제가 아니라 거기 역사에요. 역사에서 어떤 일이 생길지. 경찰이시니까 더 잘 아시는 거 아닌가요?”

남경과 답답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때 지나가던 여경이 이쪽을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