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보편적 연애 [완]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45장]

권정선재 2019. 2. 4. 20:36

45

도대체 개인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제 잘못이 아닌데요?”

뭐야?”

역장님. 이건 말이죠.”

춘자가 사무실을 온 것을 가지고 역장이 한 마디 하려고 하는데 부역장이 서글서글 웃으면서 여유롭게 끼어들었다. 다른 사람은 역장에게 저럴 이유가 하나 없는데 확실히 다른 성격의 캐릭터였다.

한서울 씨가 그런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아니.”

역장님도 다음 달 정퇴신데. 열 내고 그러지 마시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여기에 계신 거 아닙니까?”

역장은 끙 하는 소리를 내더니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늘 저러시나?”

? 아니.”

그렇습니다.”

서울이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자 용준이 바로 대답했다. 부장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 형은 안 변하네.”

부장은 이 말을 남기고 이리저리 기지개를 켜고 자신의 짐을 챙겨서 밖으로 일을 하러 나갔다.

신기하시네요.”

그러게요.”

서울은 침을 삼켰다. 그래도 고마웠다. 다른 말도 더 하지 않고 딱 자신의 편만 들어주는 사람. 신기했다.

 

아까 당황한 거 봤죠?”

그러니까요.”

부장이 끼어들지 않았더라면 아마 구러지 않았을 거였다. 역장의 그런 꼬락서니라니. 웃음이 나왔다.

웃기지도 않아요.”

그러게요.”

용준은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피곤해 보여요.”

그래요?”

용준은 턱을 문지르며 씩 웃었다.

주간 다 나온 적이 없어서.”

그럼 쉬지.”

아니에요.”

용준의 밝은 미소에 서울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아마 역장과 자신만 두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혹시라도 한서울 씨는 어머니께서 무슨 일이 생기셔서 그러시는 거. 뭐 그런 건 아니겠죠?”

? 그럴 거예요.”

서울의 모습을 보며 용준은 다른 말을 더 하지 않았다. 서울 스스로도 다른 말을 더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용준은 기지개를 켜며 일부러 딴청을 피웠다. 나름 배려를 해주는 것이 고마운 사람이었다.

 

학교를 찾아가?”

.”

부산은 처음 당한 일에 놀란 모양이었다.

아니 그게 어떻게 가능해? 네가 어떻게 대출을?”

엄마가 내 학자금 대출 받는다고.”

아니.”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어떻게.

거기에서 명함이라고 줬어.”

나 줘.”

? 여기.”

부산이 내민 명함. 대부업. 캐피탈이라고 적혀 있기는 하지만 그냥 그런 사금융. 서울은 크게 한숨을 토해냈다.

정말. 너는?”

아니.”

됐다.”

이건 부산의 탓이 아니었다. 그도 몰랐었을 테니까. 오히려 지금 이 순간 가장 놀란 사람이 부산일 거였다.

다른 말은 안 해?”

? . 내가 갚아야 하는 거라고.”

그래.”

그나마 다행이었다. 서울은 침을 삼켰다.

어떻게 하지?”

내가 알아서 할게.”

누나가 어떻게?”

너는 방법이 있니?”

? 아니.”

부산의 대답에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부산이라고 해서 다른 방법이 나올 것도 없었다. 아니. 애초에 여기에서 다른 방법을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더욱 우스운 일이었다.

내가 알아서 할게.”

위험한 건 아니지?”

.”

서울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잘난 따님 얼굴을 보내.”

제가 좀 잘 났죠.”

서울의 대답에 직원은 서늘하게 웃었다.

엄마 돈 갚으러 오신 겁니까?”

아니요.”

무슨.”

바로 직원의 표정이 굳었다.

그럼 여기를 왜 와?”

내 빚은 없죠?”

뭐라고?”

내 이름으로 된 빚 없냐고.”

서울이 진지한 표정으로 나오자 직원은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겁도 없이.”

너도 없는 거 같은데?”

서울은 싱긋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대답해.”

. 이런. 없어.”

직원은 말은 세게 하면서도 서울 같이 나오는 사람이 잘 없는지 아니면 관심이 없는지 뒤로 푹 기대 앉았다.

뭐가 있어야 하지.”

그래?”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면 다행일 거였다. 자신은 뭐 춘자에게 그런 것을 넘기지도 않았으니 당연한 거지만.

내 동생 빚은 얼마야?”

“1.”

?”

말도 안 되는 금액이었다.

무슨.”

이자에 이자.”

미쳤어.”

서울은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 직원을 보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지금 바로 줘서 얼마면 다 사라져.”

?”

그래야 이쪽도 낼 생각이 날 거 아니야? 그게 아니면 그냥 바로 경찰서에 가고 싶어지는 거고. 그런데 알다시피 나도 이렇게 막 굴러먹은 년이라 그런 건 귀찮아요. 그래서 얼마 주면 돼요?”

직원은 턱을 긁적이며 입술을 내밀었다. 서울은 침을 삼켰다. 긴장되지만 일단 급한 불을 끄는 게 우선이었다.

“1.”

?”

못 깎아줘.”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나온다면 조금이나마 금액을 낮춰주는 게 옳을 거였다. 그런데 너무나도 뻔뻔했다.

이건 아니지. 본인이 아니라 사기잖아. 다른 사람이 와서 본인 명의로 대출을 한 건데. 그 돈을 다 받는다고?”

물론.”

직원은 싱긋 웃었다.

이봐요. 우리는 그냥 그 동생 팔면 돼. 그렇게 간단한 것을 가지고. 사실 뭐. 남자는 그렇게 쓸모는 없지만 말이야. 그래도 누나를 닮아서 조금 곱상하기는 하더라고. 그런 애 필요한 사람들도 있어.”

무슨.”

서울은 침을 꿀꺽 삼켰다. 보나마나 그냥 하는 협박이지만 저런 끔찍한 소리를 듣는 것 자체가 싫었다.

동생을 지키고 싶으면 돈을 가지고 오세요. . 그게 당연한 거잖아. 아니 돈도 안 가져오고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왜 돈을 우리가 가지고 와야 하는 건데?”

빌렸으니까.”

아니.”

그만.”

직원은 손을 들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품도 안 나오는 거 이제 안 해. 나도 피곤하고 귀찮아. 나는 뭐 이런 대화를 아무에게나 해주는 줄 아나.”

뭐라고?”

가족 문제는 가족 안에서 해결을 하시고. 이건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이거 그냥 알아서 하십시오.”

서울은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이 말이 아예 틀린 말도 아니니까. 이 빌어먹을 관상에 다른 말을 더 할 것도 없었다.

그럼 법적으로 하시죠.”

마음대로.”

서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나도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일단 이 정도만 알아낸 것도 다행이었다.

 

“1?”

그래.”

아니.”

서울의 말에 부산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가능해?”

너는 왜. 바보처럼.”

서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얘한테 물을 일이 아니었는데. 그래도 이해가 안 가는 게 사실이었다.

네 도장을 왜 줘?”

엄마잖아.”

아니.”

정말 그래서 준 거야.”

부산의 대답에 서울은 고개를 저었다. 춘자가 그럴 수도 있음을 예측도 하지 못한 자신의 잘못도 있었다.

일단 신고하자.”

하면?”

원급 갚으면 될 거야.”

그럴 수 있어?”

해봐야지.”

누나.”

어절 수 없었다. 귀찮은 일이기는 하지만 그쪽에서 1원도 깎아줄 수 없다고 나오는 이상 이쪽에서도 그냥 당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지금 이걸 그대로 두면 나중에 부산의 신용에도 문제가 생길 거였다.

너 이거 근야 두면 나중에 취업도 안 되고. 아무 것도 할 수 벗어. 빚이 이런데 누가 너를 써.”

그런 거야?”

그래.”

그제야 부산은 조금 더 긴장한 표정이었다. 하긴. 부산의 입장에서는 그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엄마 만나야 해.”

?”

부산의 얼굴이 굳었다.

싫어.”

녹음 해야지.”

?”

부산은 고개를 갸웃했다. 서울은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본인이 다 했다는. 그래야 네 책임이 없는 거니까. 이걸 뭐 법적으로 어떻게 쓰게 될지는 모르겠짐나.”

.”

서울의 말에 부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다.”

너는 그냥 나만 믿어.”

고마워.”

서울은 침을 삼키며 고개를 저었다. 일단 자신의 손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 처리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처리해야 했다.

그리고 네 잘못 아니니까 기 죽지 마.”

?”

서울의 미소에 부산도 겨우 이를 드러내며 밝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