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보편적 연애 [완]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49장]

권정선재 2019. 2. 8. 21:53

49

나는 정말로 안 되는 거죠?”

이건 달라요.”

세인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세인 씨가 좋다고 해도.”

해도?”

아니요.”

서울의 대답에 세인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끝이 난 이야기만 그래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세인을 봐서 무슨 말을 하려고 하니까 잘못된 생각인 것 같았다.

내가 아파서 그래요?”

아니요.”

절대 아니었다.

무슨.”

그런데 왜 그래요?”

아니.”

이건 세인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그런 것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정말로 자신과 관련이 된 거였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되어서는 안 될 거 같아요. 지금 일도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거니까.”

그렇군요.”

서울의 대답에 납득을 한 것인지 세인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요즘 한서울 씨 일이 많으니까.”

미안하고 고마워요.”

아니요.”

서울의 인사에 세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이렇게 보는 것까지 관두지 않을 거죠?”

그럼요.”

다행이다.”

내가 속이 그렇게 좁아 보입니까?”

그건 아니고.”

서울은 혀를 내밀며 그제야 장난스럽게 웃었다. 너무나도 다행이었다. 편안하게 해주는 고마운 사람.

그런데 내가 이렇게 세인 씨 옆에 있으면 괜히 더 좋은 사람 못 만나고. 내가 방해하게 되는 거 아니에요?”

한서울 씨처럼 좋은 사람이 잘 없어서 그렇지 않을 겁니다. 한서울 씨보다 더 나은 사람은 아마 없을 거니까요.”

말이라도 고마워요.”

진심인데요?”

이렇게라도 말을 하니 다행이었다.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별 것 아닌 대화. 그러나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즐거웠다.

 

한서울 씨 괜찮은 사람이었네.”

?”

새 역장의 말에 서울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전 역장. 한서울 씨 욕을 한참이나 하고 그랬어. 그래서 나는 안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안 그래.”

말도 안 되고 무례한 짓을 또 하고 갔다는 거였다.

뭐라고요?”

뭐 좀 자기 말을 하는 거 같은데. 나는 괜찮아요. 그리고 어차피 그 영감 징계 받아서 퇴직금도 깎였어.”

?”

역장의 말에 서울과 용준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내 욕을 하고 갔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돈을 받는 액수가 줄었다고 하니까. 그건 또 속이 시원하네요.”

그러게요.”

용준은 서울에게 따뜻한 유자차를 건넸다.

정말 유치하죠?”

그러게요.”

이 말을 하는 순간 눈에서 눈물이 툭 하고 떨어졌다.

날이 춥다.”

용준은 다른 말을 하지 않고 돌아섰다. 서울은 유자차를 양손에 꼭 쥐고 아이처럼 그렇게 서럽게 울었다.

 

새로 오신 분도 그다지 좋은 사람은 아니네요.”

?”

세인의 말에 서울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그거 굳이 한서울 씨에게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이잖아요. 그런데 그런 말을 하나하나 다 옮길 이유 없잖아요.”

그건 다르죠.”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너무 그러지 마요.”

너무 그러지 말라는 게 아니라.”

세인은 턱을 긁적이며 어깨를 으쓱했다.

한서울 씨가 너무 좋은 사람이야.”

? 내가요?”

그래요.”

우리는 혀를 내밀며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은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너무나도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지금도 자신이 거절했으면서 그저 힘들다는 이유만을 가지고 세인에게 찾아온 거였으니까.

그나저나 해나는 이제 안 괴롭혀요?”

괴롭히죠.”

세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이상해.”

그렇구나.”

한서울 씨에게는 안 가요?”

? .”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마 해나는 자신을 괴롭히기 보다는 세인을 건드리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믿는 모양이었다.

괜히 나로 인해서 이세인 씨가 힘든 건데. 나만 거기에서 쏙 빠진 거 같아서 너무 미안하기도 해요.”

무슨.”

세인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서울의 눈을 응시했다.

한서울 씨. 전에도 말한 것처럼 해나가 나에게 이상한 죄책감을 가져서 그런 겁니다. 여기에 한서울 씨의 잘못도. 책임도. 아무 것도 없으니까 말이죠. 이거 가지고 다른 생각 하지 마요.”

알았어요.”

같은 말도 더 다정하게 해주는 사람.

카레 안 먹고 갈래요?”

. 오늘은 패스. 그냥 우울해서 왔어요.”

잘 왔어요.”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그네를 몇 번 더 타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나는 가볼게요.”

조심히 가요.”

그래요.”

서울은 싱긋 웃으며 목을 이리저리 풀었다.

 

?”

유정에게서 만나자는 문자가 오자 서울은 한숨을 토해냈다.

만날 이유 없잖아.”

유정도 만날 이유가 없었고 해나도 만날 이유가 없었다. 두 사람은 자신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사람들이니까.

정말.”

그런데 이상하게 신경이 쓰이기는 했다. 서울은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다가 결국 유정에게 문자를 보냈다.

 

네가 오지 않을 줄 알았어.”

그럼 갈게.”

아니.”

서울이 다시 일어나려고 하자 유정이 잡았다.

무슨.”

왜 불렀어?”

좀 앉아라.”

유정은 서울과 해나의 눈치를 살피며 어색하게 웃었다.

우리 정말 오랜만에 만난 건데. 그래도 두 사람 그렇게 서로 노려만 보고. 그러지는 말지. ?”

유정이 너는 도대체 얘랑 나랑 무슨 대화를 하라고 여기에 부른 거야? 우리 두 사람 할 이야기 없어.”

네가 사과를 해야 하는 거지.”

서울의 말에 해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물을 마시고 고개를 삐딱하니 했다.

너야 말로 말도 안 되는 거지. 어떻게 네가 내 사촌이랑 사귈 수가 있어? 그것도 나에게 말을 안 하고.”

안 사겨.”

서울은 힘을 주어 말했다.

나랑 세인 씨 친구 사이야.”

친구?”

해나는 코웃음을 치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게 말이 되니?”

왜 안 되는 건데?”

아니.”

송해나.”

해나의 말이 길어지자 유정이 그의 손을 잡았다.

너 왜 그래?”

유정이 너도 생각을 해봐. 얘 철수랑 동거한 게 도대체 몇 년이니? 그런데 내 사촌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사귄다고 하면. 내 입장에서는 그걸 도대체 뭐라고 생각을 해야 하는 건데? ? 이상하잖아.”

그건 아니지.”

유정의 대답에 서울은 고개를 돌렸다. 놀란 것은 비단 서울만이 아니라 해나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너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서울이가 동거를 한 게 무슨 잘못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야?”

그냥 그럴 수가 있어?”

해나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안 되지.”

?”

.”

됐어.”

서울은 머리를 뒤로 넘기고 웃었다. 너무 어이가 없었다. 애초에 이런 자리를 나올 것도 없었다.

도대체 안 그래도 힘든 내 삶에 송해나 네가 무슨 망할 짓을 더 하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말이야. 네가 지금 걱정하는 그거. 없어. 나랑 세인 씨 사귀고 있지 않아. 그런데 불쌍하니까. 그래서 사귀고 싶네.”

. 한서울.”

?”

서울은 차분한 목소리로 답하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해나가 언제까지 세인에게 그렇게 굴 것인지 궁금했다.

세인 씨가 안 불쌍하니?”

?”

너 때문에 그렇게 된 거야.”

무슨 말이야?”

유정이 호기심을 가졌지만 서울은 다른 말을 더 하지 않았다. 다만 해나는 지금 서울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아는지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서울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복잡할 것도 없었다.

너는 그저 지금 네 이기심. 그거 하나로 그렇게 행동하는 거야. 그저 지금 네 마음만 편하면 되는 걸로.”

아니야.”

해나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나 그렇게 모욕하지 마.”

모욕?”

그래. 네가 지금 하는 거.”

내가?”

웃기지도 않는 소리. 지금 자신이 하는 게 모욕이라고 한다면 해나가 자신에게 한 것은 더한 것들이었다.

송해나. 너 너무 이기적이야. 그리고 지금 네가 그런 식으로 세인 씨의 모든 인생에 대해서 집착하고 관심을 가지면. 그 사람 다시 이전의 그 선택을 할 때로 돌아가게 될 거야. 그거 몰라?”

아니야!”

해나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자 모든 시선이 이리로 향했다. 서울은 침을 삼키며 고개를 흔들었다.

세인 씨 나랑 있으면서 많이 웃어.”

그건.”

그런데 요즘 안 웃더라. .”

서울은 이마를 긁으며 한숨을 토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말의 의미 잘 알 거라고 믿어.”

그리고 서울은 두 사람에게 다른 말을 더 하지 않았다. 딱히 할 말도 없었고. 말을 해야 할 이유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