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보편적 연애 [완]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50장]

권정선재 2019. 2. 8. 21:58

50

너 알았어?”

?”

다짜고짜 직장으로 온 춘자에 서울은 미간을 구겼다. 도대체 뭐가 또 궁금해서 이러는 건지. 자신이 뭘 알았다는 건지.

밑도 끝도 없이 무슨 말이야?”

부산이 남자랑 산대.”

아니. 걔가 그럼 남자랑 살겠지.”

아니!”

춘자는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

그거래.”

?”

그거!”

. 겨우 춘자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게 이렇게 난리를 피울 일인가?

그래서?”

그래서라니?”

춘자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너는 누나가 되어서 아무렇지도 않아? 걔가. ? 부산이 개가. 도대체 그 착한 애가 왜 그러는 건데?”

아니.”

너 때문이야!”

갑자기 화살이 서울에게 날아왔다.

그게 무슨?”

네가 걔를 겉돌게 해서. 네가 걔를 자꾸 흔드니까. 걔가 집에 못 있게 하니까. 걔가 그렇게 된 거잖아!”

이걸 이런 식으로 설명을 할 수가 있는 걸까? 자신을 대신해서 그 모든 기대를 다 받았던 부산이 그다지 행복하기만 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 그게 이제야 조금이나마 더 확신이 되는 순간이었다.

왜 저에게 와서 이러시는 건지 모르겠어요. 이런 말을 저에게 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게 없잖아요.”

뭐라고?”

순간 춘자의 눈이 빛났다.

너는 누나라는 년이 지금 그런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와? 네가 그따위로 사니까! 네가 남자랑 살고 막 그러니까. 네 동생도 그런 식으로 어긋나고! 전부 다 네 년이 망친 거야! 전부 다.”

지나가는 승객들이 이쪽을 봤다. 근처 아파트에 살 사람들. 늘 지나가면서 자신을 볼 사람들이었다.

경찰 부를 거야.”

?”

가세요.”

서울의 차분한 목소리에 춘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마 서울이 진짜로 경찰을 부를 거라는 확신이 있는 모양이었다.

네가 어떻게 나에게 그럴 수가 있어? 네가 그러면 안 되는 거지. 너는 그러면 안 되는 거지!”

내가 왜?”

서울은 차분한 목소리로 답하며 눈을 감았다가 떴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무슨 자격으로 이러는 걸까?

애초에 나는 부산이가 그런 선택을 하고 그런 삶을 사는 게 잘못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 걸?”

뭐라고?”

서울의 대답에 춘자는 주먹을 세게 쥐었다.

그게 왜 아무렇지도 않아.”

?”

한서울.”

그거 부산이 선택이에요. 아니. 선택이 아니지. 부산이가 정말로 그런 거라면 애초에 그렇게 태어난 거야. 걔가 그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라고요. 그냥 그게 부산이의 용기인 거야.”

겨우 부산이 무슨 말을 하지 못했던 것. 그 모든 것이 그런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가 더욱 지끈거렸다.

가세요.”

망할 년.”

그리고 춘자가 손을 내밀려는 순간 서울은 여유롭게 그것을 피했다. 춘자가 순간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

에구구. 망할 년. 빌어먹을 년!”

거기 경찰서죠.”

서울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휴대전화를 꺼냈다.

 

지난번 오셨을 때 절대로 따님에게 가면 안 된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도대체 왜 가셨어요?”

아니.”

여경의 물음에 춘자는 난처한 기색이었다. 서울은 한숨을 토해냈다. 또 민폐를 끼치는 거였다.

 

고생이 많으시네요.”

. 아니에요.”

여경은 서울에게 커피를 건넸다. 여경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확실히 처음 만났던 남경과 태도가 달랐다.

그래도 다행이에요. 사실 이런 말이 위로가 되실지 모르겠지만. 다른 집은 경찰도 안 통하거든요.”

아 그래요?”

그럼요.”

아마 여경은 꽤나 시달린 모양이었다.

가족 사이의 일을 가지고 도대체 경찰이 왜 끼어드는 거냐고. 그런 말도 정말로 많이 들어요. . 아무리 가족 사이의 일이라도 저희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설명을 해도 모르는 체 하시고요.”

힘드시겠어요.”

알아주시니 고맙습니다.”

여경은 단숨에 음료수를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직장인과 집으로 일단 접근 금지 명령 내리도록 도와드릴게요. 그거 꾸미는 법은 조금 있다가 제가.”

아니요.”

서울은 차분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건 싫어요.”

?”

그렇게까지는.”

.”

서울의 대답에 여경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해두시는 게 좋아요. 나중에 더 공격적인 일을 하실 수도 있고. 그럼 다치실 수도 있어요.”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어요.”

서울은 빙긋 웃었다. 춘자는 절대로 그가 다치게 만들지 않았다. 늘 상처에 모욕만 주는 사람이었다.

엄마가 오랜 시간 저를 괴롭히는 것에 대해서 인이 박힌 사람이라서요. 그런 일을 하시지 않을 겁니다.”

그래요?”

여경은 여전히 걱정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당사자가 괜찮다고 하니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라도 다른 문제. 그리고 상담이 필요하면 바로 경찰서로 오시면 됩니다. 그래서 있는 거니까요.”

고맙습니다.”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짧게 고개를 숙였다.

 

괜찮아요?”

미안해요.”

아닙니다.”

자신이 없어서 용준은 근무를 계속 서는 중이었다. 부장은 새 역장이 왔다가 회식에 잡혀 갔으니 아마 용준 혼자서 힘들었을 거였다. 사회 복무 요원들이 있다고 해도 그건 다른 일이니까.

어떻게 하기로 했습니까?”

경찰에서는 접근 금지 명령을 내리라고는 하는데. 일단 그건 조금 더 고민하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래도 빠르게 결정을 하는 게 나을 거예요.”

그럴 테죠.”

사실이었다. 아마 춘자가 지금까지 한 것을 보면 다른 일도 더 할 수 있을 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피하고만 싶지도 않았다. 그리고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그건 현실적인 결말이 아니었다.

오늘은 왜 오신 겁니까?”

그건.”

모두 다 말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자신이 말하면 그건 결국 부산의 비밀을 말하게 되는 거니까.

미안해요.”

아닙니다.”

서울의 사과에 용준은 바로 양손을 흔들었다.

그냥 궁금해서 그래요.”

그래요?”

물으면 안 되는 거였습니다.”

에이.”

굳이 그렇게 말을 할 것은 없었다. 그래도 용준은 이렇게 말을 해주니 조금이라도 더 고마운 사람이었다.

더 쉬어요.”

아니요.”

그럴 수 없었다. 용준을 억지로 안에 보내고 나니 머리가 더욱 복잡했다. 이건 부산을 마주해야 하는 거였다.

 

고맙습니다.”

아니야.”

부장은 하품을 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너무 늦으면 그냥 여기에서 재워도 되고.”

. 들어가세요.”

용준도 무슨 말을 더하려고 이쪽을 보다가 짧게 고개를 숙였다. 서울은 부산을 앞에 두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한부산.”

? .”

서울의 낮은 목소리에 부산은 어색하게 웃었다.

왜 부른 거야?”

그게.”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이런 걸 과연 어떻게 물어야 하는 걸까? 머리가 복잡했다.

오늘 엄마가 또 왔어.”

?”

너 때문에.”

?”

자신 때문이라는 말에 부산은 놀란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자신 때문에 그가 찾아올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나에게 할 말 없어?”

무슨 말?”

아니.”

무슨 말이라고 하는데 뭐라고 해야 하는 걸까? 과연 자신에게 그 모든 것을 물을 자격이 있는 걸까?

그러니까.”

쉽게 입이 열리지 않았다. 다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부산은 지금 서울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털어놓을 거.”

없어.”

없어?”

.”

부산의 대답에 서울은 침을 꿀꺽 삼켰다. 당사자가 괜찮다고 하는데 굳이 이것에 대해서 더 물어야 하는 걸까? 부산이가 정말로 자신을 신뢰한다면 언젠가 이에 대해서 말을 해주기는 할 텐데. 그래도 묻기는 해야 하는 거였다. 그래야 춘자가 자신에게 하는 것들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런 거였다.

너 누구랑 사니?”

?”

서울의 물음에 부산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러니까.”

누구야?”

친구.”

서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지금 자신이 아는 것. 이것에 대해서 말을 해야 하는 걸까?

엄마가 왜 왔을 거 같아?”

?”

서울의 물음에 부산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그거 맞니?”

뭐가?”

한부산.”

왜 자꾸 이걸 돌려가면서 말을 하지 못하는 걸까? 두 사람 다 바보도 아니고. 왜 이렇게 망설이기만 하는 건지. 결국 자신의 입에서 먼저 꺼내야 하는 말이었다. 부산을 위해서도 그래야 하는 거였다.

네가 같이 산다는 그 남자. 애인이야?”

누나.”

뭐라고 하는 거 아니야.”

서울의 말에 부산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푹 숙였다. 답답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