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19 어쩌면 나는 이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우리 두 사람의 관계는 조금씩 멀어지고 기울고 있었다. 반대 방향을 향해서 나아가던 우리는 어느 순간 완전히 어긋나 버린 거였다. 네가 나를 원망하지 않듯. 나도 너를 원망하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되어버렸다는 .. ☆ 소설/끄적거리기 2017.12.19
2017.12.06 우리가 사랑했던 시간은 그 자리에 남았다. 그런데 그 시간을 기억할 우리는 그 자리에서 떠났다. 그 시절을 각자의 방식으로 떠올리는 우리는 서로가 기억하는 일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사실에 놀랐다.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에 대한 경험을 해놓고서 그것을 기억하는 모양새가 .. ☆ 소설/끄적거리기 2017.12.06
2017.11.29 가루비 가루처럼 포슬포슬 내리는 비 당신을 향한 나의 마음이 가루비처럼 나려요. 당신은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걸 아시나요? 농담처럼 당신 같은 이가 좋다고 한 나의 말 그저 가벼운 농이 아니라는 것을 아시나요? 너무 겁이 나서 당신에게 다가가진 못했어요. 나는 겁쟁이거든.. ☆ 소설/끄적거리기 2017.11.29
2017.11.28 어릴 적 새 신발은 나를 어딘가로 데리고 가줄 거라고 믿었어요. 마치 오즈의 마법사처럼 말이죠. 하지만 나는 도로시가 아니었고 토토가 없었어요. 그리고 내가 사는 곳은 켄자스가 아니고 내 구두는 마법 구두가 아니었죠. 그런데 당신응 보면 좋은 일이 생길 수 있을 거 같아요... ☆ 소설/끄적거리기 2017.11.28
2017.11.26 오랜만에 자판기에서 율무차를 뽑아봤어요. 고등학생 시절 당신을 좋아하던 내가 떠올랐어요. 나는 당신을 좋아한 걸까요? 아니면 당신을 좋아하는 나를 좋아한 걸까요? 그 시절 200원이 아닌 300원이지만 이렇게라도 당신을 떠올릴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당신은 잘 지내나요? 이.. ☆ 소설/끄적거리기 2017.11.26
2017.11.24 늦은 밤 기차역은 쓸쓸하다. 텅 빈 광장에 눈 나린 자국만 가득하다. 바쁘게 집으로 걸음을 옮기는 이들 기차역의 설렘이란 오간데 없다. 밤은 점점 깊어가고 마지막 승객을 내보낸 후 쓸쓸한 기차역은 홀로 그 자리를 지킨다. ☆ 소설/끄적거리기 2017.11.24
2017.11.23 추운 날 아침 버스를 기다리는 일은 색다르다. 여정을 떠나기 위해 기다리는 버스에서 다른 이들을 살핀다. 하루를 더 바삐 사는 사람들의 모습. 추운 바람을 견디고 그들은 얼굴에 밭고랑을 인다. 덜컹거리는 버스. 미소 하나 짓지 않지만 제 새끼들에겐 누구보다 다정한 부모일 .. ☆ 소설/끄적거리기 2017.11.23
2017.11.21 당신은 나에게 여행 같은 사람입니다. 떠올리기만 해도 설레고 기다려지는 존재죠. 아직 겪어보지 못한 낯선 나라처럼 긴장도 되지만 그 만큼 더 많은 것을 발견하리라 믿습니다. 자주 가본 나라처럼 익숙해진다고 하더라도 괜찮아요. 나는 우리 동네에서도 보물 같은 것을 발견.. ☆ 소설/끄적거리기 2017.11.21
2017.11.17 당신과 무언가를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신과 일상을 같이 나누고 싶어요. 나의 삶에 당신의 자리가 있길 바랍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당신이 나에게 오기만을 바란 거 같습니다. 내가 당신의 삶에 들어가야 하는 것인데 왜 이리 이기적이었던 걸까요? 추운 밤 홀로 방.. ☆ 소설/끄적거리기 2017.11.17
2017.11.17 가방에 훅 하고 나뭇잎이 날아들었다. 낡은 노란 가방에 낡은 노란잎이 날아들었다. 훅 날아들어온 나뭇잎에 묘한 마음이 든다. 당신도 나에게 이리 훅 하고 날아들었다. 미리 온다는 말도 하지 않고 마음에 들어왔다. 당신에게 잘 보이고 싶은 생각에 향수도 뿌리고 좋은 옷도 입.. ☆ 소설/끄적거리기 2017.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