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PART.2
[여고 4총사]
일곱 번째 이야기
준과 유현의 어색한 데이트
“가, 갈라졌네.”
“그러게.”
유현과 준은 너무나도 어색한 기분에 몸둘 바를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준 역시 말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고, 유현 역시 약간은 무뚝뚝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까? 이 두 사람은 물과 기름이라 어색한 것이 아니라 기름과 기름이라 어색하다고 해야 할까?
“우, 우리 뭐 하지?”
“그러게.”
다시 서로 어색한 상황.
“너, 배 고파?”
준이 조심스럽게 유현에게 질문을 던진다.
“배?”
“응.”
“너는?”
유현은 준에게 다시 되묻는다.
“어?”
유현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준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너는 고파?”
“별로.”
“그럼 나도.”
“그렇구나.”
그리고 다시 어색해지는 두 사람이다.
“다른 애들은 뭘 하고 있을까?”
“글쎄?”
겨우 입을 연 유현의 말에 준이 단답으로 대꾸하자 유현은 다시 무한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든다.
“우리 뭐 하지?”
“글쎄?”
역시 단답형 대답. 유현은 살짝 이마에 힘줄이 돋아나는 걸 느꼈다.
“너 남자 아니냐?”
“응?”
준이 유현을 바라본다.
“그게 뭐?”
“남자 애면 뭐 어떻게 하겠다는 데이트 코스 같은 거 생각해 논 거 있을 거 아니야.”
“그, 그런 걸 왜 남자가 짜?”
준이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데이트의 의무는 남성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성에게도 있는 거거든.”
“흠.”
유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네 말도 일리가 있군. 그러면 우리 뭘 해야 할까?”
“글쎄?”
“또!”
유현이 가볍게 준을 흘겨 본다.
“그러면 우리 오늘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러 가도 돼?”
“뭐?”
“흐음.”
유현이 살짝 자신의 검지 손톱을 문다.
“우리 서점 가자.”
“서점?”
“요즘 책을 좀 안 샀거든.”
“좋아.”
준이 군말 않고 따라나서자 유현은 조금 흐뭇해졌다.
“너도 책 좋아하는 구나?”
“응.”
준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말을 안 했던가? 나 중학교 때 우리 학교에 기록을 세우고 나왔거든. 3년 동안 읽은 책이 5000권을 넘는다니까.”
“그냥 빌렸다 반납했다 한 건 아니지?”
“무슨.”
준이 싱긋 웃는다.
“너도 알다시피 내가 조금 찌질하게 생겼잖아.”
“아니야.”
“괜찮아.”
준이 어깨를 으쓱한다.
“그런 거에 무감각하니까.”
“그럼 조금?”
유현의 말에 준이 피식 웃음을 흘린다.
“운동도 싫어하고, 게임도 할 줄 몰랐어. 그래서 아무도 나랑 놀아주지 않았지. 그래서 내가 할 거라고는 책을 읽는 거 뿐이었어. 그래서 중학교 때 책을 굉장히 많이 읽었어. 쉬는 시간에도 독서, 점심 시간에도 독서, 청소 시간에도 독서, 방과 후에도 도서관이 문 닫을 때까지 독서. 책을 읽는 게 나의 유일한 낙이었어. 뭐 지금은 기서랑 친구들을 만나서 나아졌지만.”
“힘들었겠구나.”
“별로.”
준이 미소를 짓는다.
“책이 있었으니까.”
“그래 책은 많은 위로가 되주지.”
유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런 말 초면에 해도 될 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빠가 없어.”
“뭐?”
준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유현이 작게 미소를 짓는다.
“조금 갑작스러운 이야긴가?”
“나야 괜찮지만.”
“그래서 엄마는 늘
“너희 집에 한 번 가 보고 싶어. 나도 집에 책이 많이 있는 편이거든. 물론 너에 비하면 얼마 안 되겠지만.”
“언제든지.”
유현이 싱긋 웃는다.
“헤헤.”
준이 미소를 지으며 유현을 바라본다.
“우리 뭐라도 마시러 갈래?”
“네가 사는 거야?”
“음.”
잠시 망설이던 준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 정도야.”
“그럼 가지 뭐.”
“너 학교에서 되게 무뚝뚝하다고 소문이 났는데 안 그런가 봐.”
“글쎄?”
스트로우베리 에이드를 마시던 유현이 고개를 든다.
“솔직히 애들이랑 이야기하면 대화 수준이 안 맞잖아. 그래서, 별로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어. 뭐, 내가 조금 까탈스러운 면도 없잖아 있지만 말이야. 그래도 동방신기나 빅뱅 그런 사람들에게 관심이 안 가는 걸 어쩌라는 거야.”
“나도 마찬 가지야.”
준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원더걸스나 소녀시대가 누군지도 관심이 없거든. 아직까지도 원더걸스는 얼굴하고 이름을 매치시키지 못하고, 소녀시대는 이름도 다 몰라. 그러니까 애들이 이야기를 안 하려고 그러지 뭐. 스타크래프트 종족 이름도 겨우 안다니까.”
“킥.”
유현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스타에 나오는 캐릭터 이름은 나도 안다?”
“오.”
준이 해맑은 미소를 짓는다.
“그런 건 별로 관심이 아니어서.”
“그런데 우리 의외로 잘 맞는 거 같지 않아?”
“그러게.”
준이 고개를 끄덕인다.
“너 처음에는 되게 별로일 줄 알았는데 아니네.”
“나도 처음에는 너랑 파트너가 되어서 별로 재미없겠다 싶었는데 아니어서 참 다행이야.”
“우리 그러면 서로가 서로에게 어느 정도 만족을 하고 있다는 건가?”
“그런 건가?”
유현이 싱그러운 미소를 짓는다.
“생각 외로 괜찮네.”
“나도 오늘 소개팅 나온 거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해.”
“헤헤.”
유현이 시계를 본다.
“우리 이제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오, 이런.”
준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내가 너 너무 오래 잡고 있었지?”
“아니야.”
“아니, 미안.”
“괜찮아.”
유현이 싱긋 미소를 지으면서 외투를 입는다.
“너랑 있어서 정말 즐거웠어.”
“나 역시 마찬가지야.”
“그렇다면 다행이고.”
준도 외투를 걸친다.
“내가 집까지 데려다줄게.”
“괜찮아.”
“남자 된 도리를 하라며?”
“킥.”
준의 장난기 어린 말에 유현이 작게 미소를 짓는다.
“너도 꽤나 유머러스한 구석이 있기는 있구나?”
“그럼. 당연하지.”
준이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럼 가실까요?”
“네.”
“우리 다음에도 만날 기회가 있는 건가?”
“글쎄?”
유현이 준을 노려보자 준이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솔직히 잘 모르잖아.”
준이 유현의 얼굴을 바라본다.
“네가 지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도 모르고 말이야.”
“나는 좋아.”
“정말?”
“응.”
유현은 고개를 끄덕인다.
“나 너처럼 말이 통하는 상대 정말 오랜만에 만났어.”
“우와.”
준이 입을 떡 벌리더니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다.
“나 퇴짜 맞을 줄 알았어.”
“왜?”
“음.”
준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더니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괴짜라서?”
“나도 괴짜인걸?”
유현이 해맑은 미소를 짓는다.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어.”
“그러면 다음에 또 만나는 거다.”
“그 때는 심층적인 시사 토론을 한 번 즐겨보자고.”
“네.”
준이 고개를 끄덕인다.
“다 왔어.”
“들어가.”
“다음에 또 봐.”
유현은 이상하게 설레는 기분을 느끼며 집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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