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여고 4 총사 [완]

여고 4 총사 - [일곱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2. 18. 00:18

 

 

 

우리, 사랑해! PART.2

 

[여고 4총사]

 

 

일곱 번째 이야기

 

준과 유현의 어색한 데이트

 

 

 

, 갈라졌네.

 

그러게.

 

유현과 준은 너무나도 어색한 기분에 몸둘 바를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준 역시 말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고, 유현 역시 약간은 무뚝뚝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까? 이 두 사람은 물과 기름이라 어색한 것이 아니라 기름과 기름이라 어색하다고 해야 할까?

 

, 우리 뭐 하지?

 

그러게.

 

다시 서로 어색한 상황.

 

, 배 고파?

 

준이 조심스럽게 유현에게 질문을 던진다.

 

?

 

.

 

너는?

 

유현은 준에게 다시 되묻는다.

 

?

 

유현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준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너는 고파?

 

별로.

 

그럼 나도.

 

그렇구나.

 

그리고 다시 어색해지는 두 사람이다.

 

다른 애들은 뭘 하고 있을까?

 

글쎄?

 

겨우 입을 연 유현의 말에 준이 단답으로 대꾸하자 유현은 다시 무한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든다.

 

우리 뭐 하지?

 

글쎄?

 

역시 단답형 대답. 유현은 살짝 이마에 힘줄이 돋아나는 걸 느꼈다.

 

너 남자 아니냐?

 

?

 

준이 유현을 바라본다.

 

그게 뭐?

 

남자 애면 뭐 어떻게 하겠다는 데이트 코스 같은 거 생각해 논 거 있을 거 아니야.

 

, 그런 걸 왜 남자가 짜?

 

준이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데이트의 의무는 남성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성에게도 있는 거거든.

 

.

 

유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네 말도 일리가 있군. 그러면 우리 뭘 해야 할까?

 

글쎄?

 

!

 

유현이 가볍게 준을 흘겨 본다.

 

그러면 우리 오늘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러 가도 돼?

 

?

 

흐음.

 

유현이 살짝 자신의 검지 손톱을 문다.

 

우리 서점 가자.

 

서점?

 

요즘 책을 좀 안 샀거든.

 

좋아.

 

준이 군말 않고 따라나서자 유현은 조금 흐뭇해졌다.

 

 

 

너도 책 좋아하는 구나?

 

.

 

준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말을 안 했던가? 나 중학교 때 우리 학교에 기록을 세우고 나왔거든. 3년 동안 읽은 책이 5000권을 넘는다니까.

 

그냥 빌렸다 반납했다 한 건 아니지?

 

무슨.

 

준이 싱긋 웃는다.

 

너도 알다시피 내가 조금 찌질하게 생겼잖아.

 

아니야.

 

괜찮아.

 

준이 어깨를 으쓱한다.

 

그런 거에 무감각하니까.

 

그럼 조금?

 

유현의 말에 준이 피식 웃음을 흘린다.

 

운동도 싫어하고, 게임도 할 줄 몰랐어. 그래서 아무도 나랑 놀아주지 않았지. 그래서 내가 할 거라고는 책을 읽는 거 뿐이었어. 그래서 중학교 때 책을 굉장히 많이 읽었어. 쉬는 시간에도 독서, 점심 시간에도 독서, 청소 시간에도 독서, 방과 후에도 도서관이 문 닫을 때까지 독서. 책을 읽는 게 나의 유일한 낙이었어. 뭐 지금은 기서랑 친구들을 만나서 나아졌지만.

 

힘들었겠구나.

 

별로.

 

준이 미소를 짓는다.

 

책이 있었으니까.

 

그래 책은 많은 위로가 되주지.

 

유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런 말 초면에 해도 될 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빠가 없어.

 

?

 

준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유현이 작게 미소를 짓는다.

 

조금 갑작스러운 이야긴가?

 

나야 괜찮지만.

 

그래서 엄마는 늘 12가 다 되어야 들어오셨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책을 읽으면서 엄마를 기다리는 거 뿐이었어. 다른 용돈은 주지 않으셨지만, 늘 책을 사는데는 인색하지 않으신 분이거든. 조금 살림이 핀 지금도 엄마는 책 사는데는 여전히 인색하지 않으셔. 작은 도서관 만큼 책을 가지고 있을 걸.

 

너희 집에 한 번 가 보고 싶어. 나도 집에 책이 많이 있는 편이거든. 물론 너에 비하면 얼마 안 되겠지만.

 

언제든지.

 

유현이 싱긋 웃는다.

 

헤헤.

 

준이 미소를 지으며 유현을 바라본다.

 

우리 뭐라도 마시러 갈래?

 

네가 사는 거야?

 

.

 

잠시 망설이던 준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 정도야.

 

그럼 가지 뭐.

 

 

 

너 학교에서 되게 무뚝뚝하다고 소문이 났는데 안 그런가 봐.

 

글쎄?

 

스트로우베리 에이드를 마시던 유현이 고개를 든다.

 

솔직히 애들이랑 이야기하면 대화 수준이 안 맞잖아. 그래서, 별로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어. , 내가 조금 까탈스러운 면도 없잖아 있지만 말이야. 그래도 동방신기나 빅뱅 그런 사람들에게 관심이 안 가는 걸 어쩌라는 거야.

 

나도 마찬 가지야.

 

준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원더걸스나 소녀시대가 누군지도 관심이 없거든. 아직까지도 원더걸스는 얼굴하고 이름을 매치시키지 못하고, 소녀시대는 이름도 다 몰라. 그러니까 애들이 이야기를 안 하려고 그러지 뭐. 스타크래프트 종족 이름도 겨우 안다니까.

 

.

 

유현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스타에 나오는 캐릭터 이름은 나도 안다?

 

.

 

준이 해맑은 미소를 짓는다.

 

그런 건 별로 관심이 아니어서.

 

그런데 우리 의외로 잘 맞는 거 같지 않아?

 

그러게.

 

준이 고개를 끄덕인다.

 

너 처음에는 되게 별로일 줄 알았는데 아니네.

 

나도 처음에는 너랑 파트너가 되어서 별로 재미없겠다 싶었는데 아니어서 참 다행이야.

 

우리 그러면 서로가 서로에게 어느 정도 만족을 하고 있다는 건가?

 

그런 건가?

 

유현이 싱그러운 미소를 짓는다.

 

생각 외로 괜찮네.

 

나도 오늘 소개팅 나온 거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해.

 

헤헤.

 

유현이 시계를 본다.

 

우리 이제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 이런.

 

준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내가 너 너무 오래 잡고 있었지?

 

아니야.

 

아니, 미안.

 

괜찮아.

 

유현이 싱긋 미소를 지으면서 외투를 입는다.

 

너랑 있어서 정말 즐거웠어.

 

나 역시 마찬가지야.

 

그렇다면 다행이고.

 

준도 외투를 걸친다.

 

내가 집까지 데려다줄게.

 

괜찮아.

 

남자 된 도리를 하라며?

 

.

 

준의 장난기 어린 말에 유현이 작게 미소를 짓는다.

 

너도 꽤나 유머러스한 구석이 있기는 있구나?

 

그럼. 당연하지.

 

준이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럼 가실까요?

 

.

 

 

 

우리 다음에도 만날 기회가 있는 건가?

 

글쎄?

 

유현이 준을 노려보자 준이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솔직히 잘 모르잖아.

 

준이 유현의 얼굴을 바라본다.

 

네가 지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도 모르고 말이야.

 

나는 좋아.

 

정말?

 

.

 

유현은 고개를 끄덕인다.

 

나 너처럼 말이 통하는 상대 정말 오랜만에 만났어.

 

우와.

 

준이 입을 떡 벌리더니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다.

 

나 퇴짜 맞을 줄 알았어.

 

?

 

.

 

준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더니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괴짜라서?

 

나도 괴짜인걸?

 

유현이 해맑은 미소를 짓는다.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어.

 

그러면 다음에 또 만나는 거다.

 

그 때는 심층적인 시사 토론을 한 번 즐겨보자고.

 

.

 

준이 고개를 끄덕인다.

 

다 왔어.

 

들어가.

 

다음에 또 봐.

 

유현은 이상하게 설레는 기분을 느끼며 집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