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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살다. Season 2 - [열일곱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3. 9. 05:50

 

 

 

추억에 살다. Season 2

 

 

열일곱 번째 이야기

 

 

 

민정아 나 정말로 바보인가 봐.

 

무슨 말을 그렇게 해?

 

형님의 부탁 들어 버렸어.

 

형님?

 

.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이 내게 부탁을 하나 했거든.

 

저기 여기서 형님이라는 건, 그러니까 윤호 어머니 말하는 거야?

 

.

 

신지가 힘 없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윤호 어머님이 너에게 무슨 부탁을 하셨는데?

 

무지하게 힘든 부탁.

 

신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나는 바보처럼, 그 부탁을 거절하지도 못하고, 넙죽 네 할게요. 라고 답을 해 버렸어.

 

무슨 부탁인데?

 

민정이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물었다.

 

힘든 거야?

 

.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지 힘든 부탁.

 

그런데 어떻게 수락했어?

 

수락할 수 밖에 없었어.

 

신지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나는 엄마니까.

 

?

 

오빠 여기에 와서 살 거야.

 

!

 

민정의 눈이 커다래졌다.

 

,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나도 모르겠어.

 

신지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형님이 절대로 준이를 키우지 못하시겠대잖아.

 

, 그런데.

 

그러면 나보고 키우래.

 

신지가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혼자서는 못 키우겠다고 했더니.

 

했더니?

 

민용 오빠를 보낸대.

 

!

 

신지가 배를 어루만졌다.

 

나 오빠 만나면 정말로 충격 받을 것 같은데.

 

싫다고 하지.

 

하지만 어떻게 그래?

 

신지가 가만히 자신의 배를 내려 보았다.

 

이미 형님께는 너무나도 많이 신세를 졌는 걸.

 

할머니랑 할아버지도 계시잖아.

 

아니.

 

신지가 고개를 저었다.

 

이제라도 준이는 내가 키워야지.

 

하아.

 

민정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 여기서 같이 살게 된다는 거야?

 

.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될 거야.

 

말도 안 돼.

 

민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윤호는 알아?

 

아니.

 

신지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지금 너에게 처음 말하는 거야.

 

.

 

민정이 어이가 없다는 듯 신지를 바라봤다.

 

신지야 너 왜 그래?

 

뭐가?

 

이러면, 이러면 안 되잖아.

 

알아.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상황에선 거절할 수 없었어.

 

어째서?

 

나도 오빠를 좋아하니까.

 

!

 

민정의 눈이 가늘게 흔들렸다.

 

, 신지야.

 

너 지금 윤호도 좋고, 오빠도 좋잖아.

 

, 아니야.

 

다 보여.

 

신지는 민정의 눈을 바라봤다.

 

하지만 나 오빠가 정말로 좋아.

 

, 신지야.

 

어떻게든 오빠를 돌리고 싶어. 내 부탁이야.

 

하아.

 

민정이 한숨을 토해냈다.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아?

 

달라질 것 없겠지.

 

신지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저 내 만족일 뿐이야.

 

신지야.

 

민정아 미안해.

 

신지가 민정의 얼굴을 바라봤다.

 

하지만 나 어쩔 수가 없어.

 

후우.

 

신지가 한숨을 토해냈다.

 

?

 

그래.

 

민정이 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내린 결정이니까 내가 뭐라고 말을 할 입장은 안 되겠지

 

미안해.

 

아니야.

 

민정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어떻게든 네 편이 되어 주고 싶어. 그러니까 그런 말 하지 마.

 

고마워.

 

신지가 미소를 지었다.

 

정말 나 친구 하나는 잘 둔 것 같다.

 

그걸 이제 안 거야?

 

.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늦게 알았네?

 

.

 

민정이 웃음을 지었다.

 

신지야.

 

?

 

너무 힘들 지도 몰라.

 

알아.

 

너무 아플 지도 몰라.

 

알아,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 다 알고 형님 부탁 받아 들인 거야.

 

우리 네 사람 어떻게 되는 걸까?

 

민정이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대로 끝인 걸까?

 

글쎄?

 

신지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

 

아무 것도 모르겠지.

 

아무도 모르고.

 

.

 

두 여자는 가만히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우리 참 닮은 것 같아.

 

뭐가?

 

모든 것이.

 

신지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나 언제나 우유부단하다고 너에게 뭐라고 했지만 나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

 

민정이 미소를 지었다.

 

나는 알고 있었는데.

 

알고 있었어?

 

.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었어.

 

알고 있었구나.

 

신지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모르고 있는 줄 알았어.

 

신지야.

 

?

 

우리 둘 우정은 변하지 말자.

 

그래.

 

정말로.

 

.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변하는 거 싫어.

 

하아.

 

신지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아직까지 변하지 않은 거 보면 앞으로도 변하지 않겠지?

 

그건 잘 모르겠지.

 

민정이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하지만 우리 두 사람 정말로 노력을 하면, 두 사람 사이가 정말로 변하지 않도록 노력을 하면 그대로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럴까?

 

.

 

민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신지를 바라봤다.

 

우리 두 사람이 정말로 서로에게 필요하고 변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그런 것도 가능할 거야.

 

그랬으면 좋겠어.

 

신지가 민정의 손을 잡았다.

 

친구.

 

.

 

민정이 웃음 지었다.

 

신지야 징그러워.

 

고마워,.

 

신지야.

 

신지는 민정을 안았다.

 

이렇게 못난 친구도 편 들어 줘서.

 

내가 더 못 났어.

 

민정이 신지의 등을 쓸어 준다.

 

그러니 우리 평생 친구하자.

 

그래.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