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블로그 창고

그녀, 웃었다. - [아홉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3. 13. 18:41


  


 #9 




 “할아버지.” 


 그 길로 바로 준규는 윤재에게 찾아갔다.


 “무슨 일이더냐?”


 준하의 일로 혈압이 높아진 윤재가 머리에 얼음을 대고 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다.” 


 윤재가 손을 내젓는다.


 “그나저나, 네가 이 이른 시간에 회사에는 무슨 일이냐?”


 “삼촌 말예요.”


 “민용이가 왜?”


 선혜가 옆에서 끼어든다.


 “할머니 잠시만 나가주실래요?”


 “나?” 


 선혜가 자신을 가리킨다.


 “네.” 


 “왜?” 


 “잠시 회사 일로 할 이야기가 있거든요.”


 준규가 미소를 짓는다.


 “그래, 알았다.”


 선혜가 바로 회장실을 나가준다. 다행이다.


 “무슨 일이냐?”


 “삼촌이, 피노키오를 무너뜨리려는 거 아세요?”


 “...” 


 윤재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아시는 군요.”


 준규가 살짝 흥분을 했다.


 “그래, 안다.”


 “그러면 왜 말리시지 않는 거죠?”


 준규가 윤재의 눈을 바라보았다.


 “나는 자격이 없다.”


 “왜요?” 


 윤재는 가만히 창밖을 보았다.


 “해가 좋구나.”


 “할아버지!” 


 윤재는 계속 슬픈 미소만을 지었다.


 “할아버지!” 


 더 이상 준규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오늘은 가게 문 닫자.”


 경화가 미소를 지었다.


 “왜요? 사장님.”


 “우리 피노키오 봄 단장 좀 하자.”


 직원들의 입에 미소가 걸렸다.


 “왜 좋아?”


 “그럼요.” 


 피노키오의 봄단장은 좀 유별나다. 직원들끼리 삼삼오오로 쇼핑을 해서, 예쁜 아이템들을 가져와서, 마음에 드는 곳에다 진열을 하는 방식이었다.


 “이번에도 다섯 개 구역으로 나눌 거야. 조는 어떻게?”


 “지난 번이랑 같이요.”


 직원 중 하나가 말했다.


 “그럼, 상관 없네.”


 경화가 미소를 지었다.


 “그럼, 다녀오고. 영수증 꼭 챙겨.”


 “네.” 




 “좋다.” 


 “네, 사장님.”


 경화가 차를 운전하고 뒤에 신지와 선린이 앉아있다.


 “봄단장이랑 가을단장은 저희만 하는 것 같아요.”


 신지가 경화에게 말을 걸었다.


 “피노키오의 모든 직원들이 행복한 이유지.”


 경화가 대꾸를 하면서 미소를 짓는다.




 “휴.” 


 윤재의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오늘은 저희 피노키오의 정기 봄단장날입니다. 찾아주신 분들, 고맙고 죄송합니다. 내일부터 정상 영업을 하니, 양해를 바랍니다.’


 “경화야.” 


 윤재가 멍하니 카페를 보다가, 천천히 돌아선다.




 “고맙습니다.” 


 진아가 얼굴에 미소를 짓는다.


 “그나저나, 박이사님께서 이렇게 본격적으로 나서실 줄이야.”


 “음, 이제 제가 나서야 할 것 같아서요.”


 진아가 얼굴에 미소를 보인다.


 “고맙습니다. 서이사님.”


 “뭘요.” 


 진아가 미소를 짓는다.




 “뭐?” 


 “사실입니다.” 


 민용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제?”

 “저도, 방금 들은 소식이라...”


 ‘퍽’ 


 민용이 모니터를 향해 골프채를 휘둘렀다.


 “어떻게 형수가 그 주식들을 모두 모으는 것을 몰랐다는 거야!”


 그동안 기미만 보였던 진아가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아버지의 38%, 그리고 민용의 12%보다도 높은 주식 보유율을 가지게 되었다.


 “39%?” 


 “예.” 


 이길 수 있겠는걸.


 민용이 머리를 굴린다.


 “어떻게 순식간에 그 주식들을 다 가진거지?”


 “아, 모두 박이사님의 주식이 아니라, 강준규실장과 이민호실장의 주식까지 모은 거라고 합니다.”


 “!” 


 맞다. 형수의 주식이 아무리 많다해도 기껏해야 10%였다. 거기에 준규와 민호가 가진 7%씩. 형이 가지고 있던 6%.


 “제길.” 


 어디선가. 꽤 많은 주식을 얻었다. 그들 가족의 주식을 모두 모아봤자, 30%다. 무려 9%의 주식이 나올 곳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