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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웃었다. - [열여섯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3. 13. 18:53





  

#16 




 “여기는 무슨 일로?”


 경화가 차분함을 잃지 않고 묻는다.


 “당신, 지금 내 남편이랑 만나고 있나 해서요.”


 “아니요.” 


 경화가 고개를 젓는다.


 “부탁해요.” 


 “?” 


 경화가 고개를 갸웃한다. 예상과 다르게 선혜가 너무 차분하다.


 “나, 이 가정 지키고 싶어요.”


 선혜의 말에 경화는 숨이 턱 막힌다.




 “나도 알아.”


 준하가 작게 대꾸한다.


 “뭐?” 


 “여보!” 


 “그래도, 내가 이 사람 사랑하니까, 너 건들지 마.”


 “!” 


 민용의 눈이 살벌하다.


 “미쳤어.” 


 “그래, 나 미쳤어.”


 “사랑이 그렇게 중요해?”


 민용이 물었다.


 “그래, 내 인생이 아름다운 이유는 사랑 때문이야.”


 “하하하.” 


 민용이 웃음을 터뜨린다.


 “가장 찬란한 인생의 이유는, 돈이야.”


 “더러운 자식.”


 “어리 석은 거야!”


 민용이 지지 않게 되받아친다.


 “넌 인생을 몰라.”


 준하가 작게 읊조린다.


 “형이야 말로 바보같은 거야.”


 민용이 날카로운 눈으로 준하를 본다.


 “너 왜 그러니?”

“형이야 말로!”


 두 형제가 절대로 물러서지 않는다.


 “결국 넌 자멸할거야.”


 “돈이 있는 자는 무너지지 않아.”


 민용의 주먹이 쥐어졌다.


 “돈이 힘이야.”


 “...” 


 “돈이 권력이야.”


 “...” 


 “돈이 명예야!”


 민용이 악을 썼다.

 “형은 아직 진짜 돈의 힘을 몰라서 그래.”


 민용의 입에 미소가 걸린다.

 “돈은 강한거야.”


 “...” 


 ‘쾅’ 


 민용이 나가자, 준하가 아픈 눈으로 진아를 본다.


 “나 갈게.”


 “여보!” 


 준하의 등을 보고 진아가 외치자 준하가 멈칫한다.


 “고마워요.” 


 진아가 미소짓는다.


 “사랑해서 결혼한 건 아니고, 사랑할 수도 없어요.”


 진아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하지만, 당신말고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없어요.”


 준하가 천천히 뒤돌아본다.


 “이혼, 하지 마요 우리.”


 “!” 


 준하와 진아가 서로를 껴안는다.




 “왜 그래?”


 오늘따라 선혜가 청승맞자 윤재가 타박을 준다.


 “그냥 기분이 그렇네요.”


 선혜가 미소 짓는다.


 “당신 해물탕 잡수려우?”


 “해물탕? 좋지.”


 “내가 저녁에 준비할게요.”


 “얼씨구, 웬 일이야?”


 윤재가 그리 기분이 나쁘지많은 않은 듯 하다.




 “이거 맛있네요?”


 사람들의 반응은 이번에도 대단했다.


 “맛있어요?” 


 “그럼요.” 


 피노키오는 이번 일을 계기로 가게 안에, 아이디어 신청함을 만들었다.




 “김피넛쿠키?” 


 “예.” 


 “별 요상한 걸 다 만드는 군.”


 민용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어떻게 할까요?”


 “정통 크래커로 맞붙어!”




 “!” 


 역시 피터팬의 대응은 빨랐다. 이번에는 정통 크래커였다.


 “우와 맛있다.”


 “부드러워.” 


 나온 사람들의 손에는 모두 작은 상자가 들려있었다.


 “저, 그게 뭐에요?”


 항상 피노키오에 오던 단골이 쭈뼛거린다.


 “시, 신지씨.”


 “뭐라 그러는 거 아니에요. 그 것 좀 알려줘요.”


 신지가 미소를 짓자, 단골이 그 것을 내민다.


 “가져요.” 


 황급히 단골은 사라졌다.


 “이게 뭐지?”


 신지는 조심스레 상자를 열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