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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랄까 Season 4 - [1화]

권정선재 2009. 3. 13. 23:50




기적이랄까 season 4


1화. 민정 윤호 여행기.




“읏차!”

윤호가 힘겹게 짐을 차에 싣는다.


“무거워?”

“괜찮아요.”

민정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힘들면 도와줄까?”

“아니요.”

윤호가 손사래를 친다.


“왜?”

“선생님 별명 잊으셨어요?”

“내 별명?”

그제야 민정은 윤호가 붙여준 별명 마이너스의 손을 기억한다.


“내, 내가 왜?”

“왜요?”

윤호가 부드럽게 웃는다.


“선생님이 손만 대면 다 망가지잖아요.”

“언제?”

“치.”

윤호가 짐을 싣고, 민정의 손을 잡는다.


“나는 망가뜨리지 마세요.”

“킥.”

윤호의 가슴을 두드리려고 내지른 주먹이, 윤호의 코에 맞은 것은, 정말 사소한 실수였다고 주장하는 민정이다.




“괜찮아?”

“네.”

윤호가 코를 살짝 만져본다. 욱신 거린다.


“부은 거 같아.”

“괜찮아요.”

윤호가 싱긋 웃는다.


“그래?”

이내 윤호의 상태를 잊어버리는 민정이다.


“킥.”

“왜 웃어?”

“아니에요.”

자신보다 더 아기 같은 민정이 귀엽기만 한 윤호다.




“우와.”

윤호가 창에 붙는다.


“왜?”

“바다에요.”

“바다 처음 봐?”

“선생님은 낭만도 없어요?”

“낭만?”

민정이 싱긋 웃는다.


“낭만은 무슨. 이 겨울에 바다가면 얼어죽기 딱 좋다.”

“치.”

윤호가 입을 내민다.


“선생님 정말 너무해요.”

“뭐? 사실만을 가르쳐주는 건데.”

민정이 싱긋 웃는다.


“너라면 이 겨울에 풍덩 빠질 수도 있는 녀석이야.”

“킥.”

윤호가 싱긋 웃는다.


“그나저나 선생님 집 근처에는 바다가 있죠?”

“그럼.”

민정이 미소를 짓는다.


“동해 안 이니까.”

“히히, 기대된다.”

“기대는 무슨?”


“선생님이랑 해변 데이트를.”

“꿈 깨셔요.”

“네?”

“내가 왜 이 추운 날 해변을 거닐어야 하냐?”

“선생님.”

“싫어.”

민정이 눈을 감는다.


“나 잘 거니까 깨우지 마.”

“치.”

윤호가 입을 내민다.


“마음대로 하세요.”

윤호가 돌아서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짓는 민정이다.




“으으.”

윤호가 어깨를 두드렸다.


“힘들어?”

“조금요.”

“길이 막히네.”

원래라면 진작 도착했어야 할 시간이지만, 여전히 버스는 답보 상태다.


“아무래도 강원도로는 스키나 보드 같은 거 타러 가는 사람이 많으니까.”

“그래도 너무 많이 막히네요.”

“좀 그렇네?”

민정이 볼을 부풀린다.


“이거 오늘 안에 도착할 수 있나?”

“저, 선생님.”

“응?”

윤호의 얼굴이 노랗다.


“윤호야 왜 그래?”

“그, 그게.”

“?”

민정이 고개를 갸웃한다.




“아저씨 안 돼요?”

“아유, 아가씨, 당연히 안 돼죠.”

“하지만.”

“갑자기 정체가 풀릴 수도 있어요.”

“그래도요.”

민정이 윤호를 바라본다. 막 죽을 거 같다.


“정말 안 돼요?”

“휴.”

기사가 마지 못해 문을 열어 준다.


“빨리 와야 합니다.”

“네!”

윤호가 재빨리 뛰어 내린다.




“으.”

윤호가 달려가면서 바지 버클을 푼다.


“윤호야!”

“?”

그 때 뒤에서 민정의 소리가 난다.


“!”

그리고 스르르 풀려버리는 바지.


“!”

“꺄악!”


민정의 비명에 윤호는 정신이 든다.


“으악!”

“꺄악!”




“선생님 왜 쫓아 왔어요?”

“아니, 너 휴지 안 가져 가서.”

“그래도.”

윤호가 울상을 짓는다.


“창피하잖아요.”

“괜찮아.”

민정이 미소를 짓는다.


“이제 우리는 연인인 걸?”

“그런데 왜 소리 질렀어요?”

“그게 처음 봐서.”

민정이 어색하게 웃는다.


“어!”

갑자기 윤호가 손가락질을 하며 소리를 친다.


“왜?”

“서, 선생님!”

“응?”

“버스가! 버스가!”

“버스?”

민정이 고개를 돌린다.


“어머!”


버스가 달리고 있다.


“아저씨! 아저씨!”

민정이 뛰어가지만, 역부족이다.


“아저씨!”

어느새, 정체가 풀린 모양이다.


“아저씨!”

민정의 외침을 들은 걸까? 갑자기 버스가 섰다.


“윤호야!”

“네!”

윤호가 속옷만 걸치고 막 뛰어 온다.


‘탕’


하지만, 둘의 간절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버스에서는 그들의 가방만이 던져졌을 뿐이다.


“돈은 돌려줘야 할 거 아니야!”

윤호가 악을 쓰자, 버스가 다시 선다.


“?”

그리고 던져지는 세종 대왕 두 분.


“악!”

“아저씨!”

그렇게 둘의 여행이 처음부터 조금씩 꼬여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