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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랄까 Season 4 - [3화]

권정선재 2009. 3. 13. 23:51




기적이랄까 season 4


3화 처음 뵙겠습니다.




“이제 좀 괜찮아?”

“네.”

윤호가 미소를 짓는다.


“웃는 거 보니 괜찮나 보네.”

“그렇나 보네요.”

윤호가 우동 국물을 떠 먹는다.


“이제 몸이 좀 풀리는 거 같아요.”


“다행이다.”

민정이 싱긋 웃는다.


“많이 걱정했어.”

“이제 가야죠.”

“그래야지.”


민정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버님 어떤 분이세요?”

“아빠?”

민정이 검지를 문다.


“좋은 분이셔.”

“그래요?”

윤호가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거 다행이네요.”

“응.”



‘딩동’


“누구세요?”

약간 느린 듯 하면서, 낮은 목소리.


“저예요.”

“민정이?”

안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더니, 잠시 후 문이 열린다.


“아유 민정아.”

“아빠.”


주현이 민정을 꼭 안는다.


“어떻게 왔어?”

“이번 겨울에는 보충을 안 맡아서요. 잠시 쉬려고 왔어요.”

“그래 잘 왔다.”

주현이 미소를 짓는다.


“들어 오거라.”

“저, 저기 아빠.”

“응?”

민정이 뒤를 가리킨다.


“안녕하십니까!”

“누구냐?”

주현이 시큰둥하게 묻는다.


“아빠, 제 남자 친구에요.”

“뭐?”

그 순간 윤호는 느꼈다. 강력한 살기를.


“잘 부탁드립니다.”

“흠.”

주현은 노골적으로 불쾌한 심기를 내비쳤다.


“들어오게.”

“네.”




“윤호야, 일단 짐부터 내려 놔.”

“네.”

윤호는 마음이 두근 거린다.


“아버님이 제가 마음에 안 드신가봐요.”

“그래?”

민정이 고개를 갸웃한다.


“나는 전혀 모르겠는데?”

“네?”

윤호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저, 전혀 모르겠다니요?”

“아빠, 너 반겨준 거 아니였어?”

“에?”

아무리 눈치가 없다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


“분명히, 저를 싫어하신 다고요. 분명해요.”

“에? 왜? 아빠가 너를 왜 싫어하시냐?”

“그거야, 저도 모르죠. 하지만 저는 분명히 느꼈어요.”

윤호가 단호히 말한다.


“뭘?”

“살의를요.”

“살의?”

민정이 미소를 짓는다.


“살의는 무슨.”

“분명해요.”

윤호가 민정을 바라본다.




“아빠, 뭐 도와드릴까요?”

“아니다.”

주현이 미소를 짓는다.


“어서 손 씻고 앉거라.”

“네.”

“저는 뭐 도와드릴 거 없을까요?”

“!”

윤호가 말을 꺼내자, 주현이 매섭게 쏘아본다.


“저, 저도 손이나?”

“도와줄 거?”

주현이 미소를 짓는다.




“네?”

윤호가 뜨악한 표정을 짓는다.


“노, 농담이시죠?”

“농담?”

전혀 농담으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시킬 일 없냐며?”

“그래도요.”

“싫어?”

윤호의 앞에는 산더미만큼의 장작이 놓여 있었다.


“이걸 다 패라고요?”

“가능하면.”

“하아.”

윤호가 겉옷을 벗는다.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수고하라고.”

윤호가 양손에 침을 뱉고, 도끼를 단단히 잡았다.


“그래, 내가 이기나, 나무가 이기나 보자고.”

윤호가 도끼를 힘차게 들어 올렸다.




“아빠, 윤호는요?”

“그 총각 말이냐?”

주현이 더없이 자상하게 말한다.


“아니, 일을 도와주겠다는 게 아니냐?”

“네?”

“알아서, 장작을 패겠다고 나가더구나.”

“아빠!”

“왜?”

“쟤 감기 걸렸다고요.”

“그래서?”

“아빠가 시킨 거 아니죠?”

주현이 서운한 표정을 짓는다.


“아빠 말 못 믿는 게냐?”

“아니요.”

민정이 외투를 잡는다.


“데리고 올게요.”

“아니다.”

“네?”

“나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거인 모양인데, 기회는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하지만.”

주현이 미소를 짓는다.


“괜찮을 거다.”

“휴.”

“너는 밥이나 먹거라.”

“조금 있다 먹을 게요.”

“응?”

민정이 거실로 가자, 주현이 서운한 표정을 짓는다.


“흠,”

그리고 윤호가 있는 곳을 노려본다.




“하아.”

얼마나 나무를 팼을까? 윤호는 어깨가 떨어져 나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여기에서 포기할 순 없다.


“읏차!”

‘쩍’


장작이 쪼개지는 소리가 경쾌하다.


“휴.”

그래도 나름 보람이 있는 일이다.


“좋다. 이윤호!”

윤호가 다시 힘차게 도끼질을 한다.




“흠.”

주현이 인상을 쓰며 윤호를 바라본다.

“저 자식 그래도 근성은 있구만.”

조금은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다.


“흠.”

하지만 아직은 더 두고봐아 할 듯 하다.




“살의?”

민정이 고개를 젓는다.


“설마.”

하지만 지금 이 엄동설한에 윤호가 나무를 패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그럴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휴우.”

그래도 아직까지는 주현을 믿는 민정이다.




“하아.”

추운 것도 전혀 모르겠다. 아니, 오히려 점점 더워지는 윤호다.


‘끼익’


“?”

주현이다.


“열심히 하는 군.”

윤호가 살짝 미소를 짓는다.


“오늘은 그만하게.”

“하지만.”

윤호가 남은 장작을 바라본다.


“앞으로도 계속 있을 거 아닌가?”

“네, 그렇습니다.”

“민정이도, 자네가 없으니 저녁을 먹지 않는 군, 어서 들어오게.”

“네.”

윤호가 미소를 지으며, 주현을 따라온다.




“선생님!”

“어, 윤호야!”

민정이 미소를 짓는다.


“춥지 않아?”

민정이 윤호의 볼에 손을 가져다 댄다.


“어머, 볼 차가운 거 봐.”

“괜찮아요.”

윤호가 씩 웃는다.


“그나저나 선생님 왜 저녁 안 드셨어요?”

“네가 안 먹는 데, 내가 어떻게 먹어?”

“헤헤.”

윤호가 머리를 긁적인다.


“저녁 드시러 가시죠.”

“그럴까?”

민정이 윤호의 손을 잡는다.




“흐음.”

주현이 눈을 가늘게 뜬다.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있다.


“흠흠.”

윤호가 바로 손을 뗀다.


“왜?”

“우와 맛있겠다.”

윤호는 민정의 물음에 딴청을 피우며 자리에 앉는다.


“선생님 빨리 앉으세요.”

“우와.”

민정이 탄성을 내지른다.


“네가 좋아하는 꽃게탕이다.”

“윤호가 꽃게탕 무지 좋아하는 데.”

“!”

주현의 표정이 구겨진다.


“윤호야 어서 먹어.”

“서, 선생님.”

“어서.”


윤호가 마지못해 민정이 먹여주는 게살을 먹는다.


“맛있네요. 아버님 솜씨가 좋으세요.”

“흠.”

주현은 윤호의 말은 듣지도 않은 채, 혼자 열심히 게를 뜯었다.


“맛있다.”

물론, 민정은 그런 눈치를 전혀 채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