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랄까 season 4
4화 집념의 사나이.
“잘 먹었습니다.”
윤호는 겨우 코로 들어가는 지, 입으로 들어가는 지 모를 식사를 끝냈다.
“흐음.”
주현은 못 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윤호를 바라보았다.
“나도 말 먹었다.”
민정이 싱긋 웃는다.
“그래, 더 주랴?”
윤호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아니, 배 불러요. 아빠, 설거지 내가 할 게요.”
“아니다.”
주현이 손사레를 친다.
“네가 왜 설거지를 해?”
“아빠가 요리 하셨잖아요.”
“그래도.”
그러면서 주현은 윤호를 노려본다.
“제가 하겠습니다.”
“어머? 네가.”
“그래, 자네가 하게나.”
“아빠.”
“자기가 한다잖아.”
민정이 볼을 부풀린다.
“네, 선생님 제가 할게요.”
“너 설거지는 할 줄 아는 거지?”
“에? 저 이래뵈도 보이 스카우트 였다고요.”
“진짜?”
“네.”
“과일 먹거라.”
“잘 먹겠습니다.”
민정이 귤을 까면서 주현을 바라본다.
“아빠.”
“응?”
“아빠 윤호 싫어해?”
“흠.”
주현은 먹던 포도가 목에 걸린 모양인 지 연신 기침을 해댔다.
“켁”
“아빠 괜찮아?”
“켁, 아빠는 괜찮다.”
주현의 얼굴이 새빨게졌다.
“윤호 좋은 아이야.”
“흠.”
주현이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말이다.”
“?”
“아까부터, 아이 아이 하는데, 도대체 몇 살 연하인 거냐?”
“네?”
“몇 살 차이냐고?”
“내가 28살이고, 윤호가 17살이니까.”
“!”
주현의 눈이 커다래진다.
“지금 원조 교제를 하는 거냐?”
“아니, 아빠 원조 교제는 무슨요.”
민정이 손사래를 친다.
“연애는 무슨!”
주현이 인상을 쓴다.
“아빠!”
“사랑? 웃기지 말아라.”
“아빠가 뭘 알아요?”
“뭐?”
주현은 충격을 받은 듯 하다.
“네가 어떻게 나에게?”
“아빠 실망이에요.”
“선생님, 그만하세요.”
“윤호야.”
민정이 윤호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린다.
“아빠가,”
“어서 사과하세요.”
“!”
“!”
주현과 민정 모두 놀라서 윤호를 바라본다.
“유, 윤호야.”
“어서 사과하세요!”
“!”
“아버님께 사과하세요. 선생님이 화를 내면 안 되는 거잖아요. 우리가 천천히 설득하기로 했잖아요. 어서 사과하세요.”
“그, 그래.”
민정이 주현에게 고개를 숙인다.
“아빠, 미안해요.”
“그, 그래.”
주현도 당혹스럽다.
“저도 죄송합니다.”
윤호도 고개를 숙인다.
“진작 말씀을 드렸어야 했는데.”
“아, 아니네.”
“죄송합니다. 저는 올해 2학년에 올라가는 이윤호라고 합니다.”
윤호가 인사를 꾸벅한다.
“나는 민정이 아빠 되는 서주현이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응?”
“참 좋은 아버지라는.”
“!”
윤호가 미소를 짓는다.
“저도 잘 대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그러지.”
“그럼 이제 뭐할까요?”
“응.”
윤호가 생긋 웃는다.
“설거지 다 했는 데요.”
“흠.”
주현은 미소를 짓는다.
“생각보다 괜찮은 녀석인가 보군.”
민정이 남자보는 눈이 조금은 있나 보다.
“그래도, 너무 어린 거 아닌가?”
주현은 답답하다.
“하아.”
아무리 민정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고 해도 이건 아닌 듯 하다.
“휴우.”
하지만 윤호의 그 싹싹한 모습을 보니, 괜찮은 녀석 같기도 하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응.”
민정이 싱긋 웃는다.
“아까 너 좀 멋있었어.”
“에? 진짜요?”
“응.”
민정이 고개를 끄덕인다.
“앞으로도 그렇게 멋있기만 했으면.”
“언제나 그러죠.”
“말은.”
“아버님 조금은 달라지셨겠죠?”
“그런가?”
민정이 고개를 갸웃한다.
“이불 가져가게.”
“네.”
TV를 보던, 윤호에게 주현이 퉁명스레 말을 건넨다.
“그건 안 되네.”
“네?”
아무 무늬가 없는 이불을 가져가려 하자, 주현이 제동을 건다.
“왜?”
“우리 민정이 혼수로 쓰려는 거네.”
“!”
“민정이 엄마가 직접 솜을 골라 만든 거야.”
“아.”
“다른 거 가져가게.”
“알겠습니다.”
윤호가 싱긋 웃는다.
“고맙습니다.”
“응?”
주현이 반문한다.
“무엇이 고맙다는 말인가?”
“저에게 그렇게 소중한 얘기 해주셔서요.”
“!”
“앞으로도 그렇게 편하게 대해주십시오.”
“그, 그러지.”
“그럼 저는 건너가보겠습니다.”
“그러게.”
윤호가 사라지고 주현은 미소를 짓는다.
“녀석 참 싹싹하네.”
“왜 그렇게 웃어?”
“네?”
“왜 그렇게 웃냐고? 나도 좀 가르쳐주라.”
“안 돼요.”
“어?”
민정이 볼을 부풀린다.
“치사해.”
“나중에 다 알게 되실 거예요.”
“뭔데?”
“아주 소중한 비밀이요.”
“아주 소중한 비밀?”
“네.”
“그게 뭔데?”
“아주 소중한 비밀이라니까요.”
“치.”
민정이 윤호를 귀엽게 노려본다.
“너 치사해.”
“치사해도 하는 수 없습니다.”
“킥.”
민정이 미소를 짓는다.
“대신 나중에 얘기해줘야 한다.”
“네.”
윤호가 확실하게 대답한다.
“오케이, 그럼 잘 자.”
“선생님도요.”
윤호가 민정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내일 뵈요.”
“응.”
민정이 싱긋 웃는다.
“하아.”
윤호는 가슴이 두근 거린다.
“여기가 선생님의 집이라.”
민정의 집에서 잔 적은 종종 있었지만, 이렇게 민정의 고향에도 오다니, 윤호는 지금 꿈만 같다.
“하아.”
기분이 좋다. 그리고 주현의 태도도 처음과는 다소 달라진 것 같았다. 윤호의 노력에 조금은 변하는 것일까?
“킥.”
기분이 좋아진 윤호다.
“민정아.”
“네?”
“아까는 화를 내서 미안하다.”
“아니에요.”
민정이 싱긋 웃는다.
“아빠.”
“응?”
“윤호 좋은 아이에요.”
“그래 보이더라.”
“!”
민정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네?”
“좋아 보이더라고.”
주현이 미소를 짓는다.
“조금 더 두고 봐야 겠다.”
“아빠 고마워요.”
“원 녀석도.”
민정이 주현에게 안긴다.
“아빠는 윤호를 알아줄 줄 알았어.”
“후후.”
주현이 낮게 웃는다.
“아직 허락한 건 아니야.”
“아니.”
민정이 고개를 젓는다.
“아빠는 허락할 거야.”
“응?”
“윤호는 좋은 아이니까.”
“그런가?”
“네.”
“그러면 그렇겠구나.”
“헤.”
민정이 싱긋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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