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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랄까 Season 5 - [2화]

권정선재 2009. 3. 13. 23:54
 



기적이랄까 season 5


2화 입술만 보여




“왔어?”

“네.”

민용이 머리를 털면서 내려 온다.


“아유, 지저분하게.”

“옷이라도 입고 온 걸 다행으로 알라고.”

신지의 핀잔에 능글맞음으로 대꾸하는 민용이다.


“그런데 너는 왜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냐?”

민용이 윤호 쪽을 바라본다.


“아유 배가 많이 고팠나봐.”

문희가 흐뭇한 눈으로 윤호를 바라본다.


“그래?”

민용이 고개를 갸웃한다.


“설마 서 선생이랑 키스한 거 떄문 아니지?”

‘풉’


순식간에 윤호의 입 속에 있던 잡채가 민용에게로 뿜어졌다.


“!”

민용의 표정이 굳었다.


“이윤호!”

“할머니 잘 먹었습니다!”

윤호가 재빨리 자신의 방으로 도망 간다.


“너 거기 안 서!”

“오빠 그만 해.”

신지가 귀엽게 노려본다.


“하여간 나이는 다 어디로 먹는 지 몰라.”

“여기서 나이가 왜 나오냐?”

“그럼?”

“둘 다 그만하고.”

가운데 낀 민정은 불편하기만 하다.




“하아, 하아.”

윤호는 도저히 얼굴이 식지 않아서 걱정이다.


“삼촌은.”

어쩌면 그렇게 정곡을 찌른 걸까? 정말 대단하다. 왜 체육 선생을 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 도를 아십니까? 그런 거 하면 대박일 텐데.

“휴우.”

윤호는 고민이다. 자신도 이럴 줄은 몰랐는데, 민정의 얼굴을 볼 때마다 입술 밖에 보이지 않는다.


“힝.”

이게 키스의 후유증인가?




“잘 먹었습니다.”

“이제 과일 먹자.”

“엄마 또 먹어?”

“식후 과일이 좋단다.”

문희가 미소를 짓는다.


“네.”

신지가 미소를 지으며 쟁반을 받는다.


“들어.”

그리고는 민용에게 건넨다.


“왜?”

“어서!”

“치.”

민용이 투덜 거리면서, 거실로 들고 간다.


“저는 윤호 데리고 올게요.”

“그래요.”

“네.”


민정이 싱긋 웃으며 윤호 방으로 향한다.




‘똑똑’


“누구세요?”

“윤호야.”

“!”

윤호의 얼굴이 더 뜨거워진다.


“왜, 왜요?”

“할머니가 과일 먹으래.”

“과일요?”

“응.”

그래 숨으면 더 이상할 뿐이다. 윤호는 문을 열고 나갔다.


“어, 윤호야 너 어디 아파?”

“네?”

“얼굴이 되게 빨게.”

“저거 또 이상한 짓 했구만?”

민용이 빈정 거린다.


“내가 삼촌인 줄 아냐?”

“응?”

민용이 뜨끔한다.


“작은 엄마 몰래, 노트북에 야동이나 깔아놓는 주제에, 교육을 위한 동영상? 작은 엄마, 삼촌이 가지고 있는 USB 메모리들, 그거 다 야한 동영상이에요! 완전 최고 화질! 국가별로 나눠져 있다니까요.”

신지가 민용을 쨰려본다.


“그런 거였어?”

“아, 아니야.”

민용이 윤호를 바라본다, 윤호는 모른 척 한다.


“오빠, 따라 와.”

“시, 신지야.”

신지가 민용의 귀를 잡고 끌고 간다.


“쟤들은 참 애들 같아.”

문희가 미소를 지으며 배를 먹는다.


“선생님도 어서 드세요.”

“네.”

민정이 미소를 지으며, 배를 먹는다.


“윤호도 어서 먹으렴.”

“네.”

윤호가 배를 크게 물고 앞을 보는 순간


“!”

민정의 오물거리는 입이 보인다.


“어? 윤호야 왜 그래?”

“네?”

“내 얼굴에 뭐가 묻었어?”

“아, 아니요.”

윤호가 고개를 숙인다.


“흠.”

민정이 고개를 갸웃한다.


“자, 잘 먹었습니다.”

“왜 더 먹지 않고.”

문희가 서운한 듯 묻는다.


“마, 많이 먹었어요.”

윤호가 후다닥 방으로 들어 간다.


“흠.”

“윤호가 왜 저럴까요?”

“모르겠어요.”




“으아.”

왜 선생님의 입술만 보이는 걸까? 윤호는 미치겠다.


“힝.”

그 키스 때문이다. 자꾸만 선생님의, 입술만 보인다.


“하아.”

얼굴에 다시 열이 오른다.




“잘 먹었습니다.”

“내가 과자랑 음료수 가져다 줄테니, 윤호랑 얘기나 나누세요.”

“아니에요.”

민정이 싱긋 웃는다.


“먹을 건 더 안 주셔도 돼요.”

“그래요.”

“네.”

민정이 문희를 소파에 앉힌다.


“할머님은 이제 쉬세요.”

“그래도.”

“괜찮아요.”

민정이 미소를 짓는다.


“그럼 저는 윤호랑 놀다가 갈게요.”

“그러세요.”

“네.”


민정이 미소를 지으며 윤호의 방으로 들어 간다.




“뭐 하고 있었어?”

“선생님 왜 노크도 안 해요?”

윤호가 울상을 짓는다.


“치, 너는 내 집에 노크하고 들어 왔냐?”

“아, 아니요.”

윤호는 할 말이 없다.


“윤호야, 우리 이번 주말에 뭐할까?”

“주말에요?”

그런데 또 민정의 입술만 보인다.


“아, 아무 것도요.”

“아무 것도?”

“네.”

윤호는 황급히 고개를 숙인다.


“이윤호.”

“네?”

민정이 허리에 손을 올린다.


“너 나한테 뭐 화난 거 있어?”

“아, 아니요.”

“그런데 왜 자꾸 나를 피해?”

“제, 제가 언제요?”

“지금도 나를 안 보고 있잖아!”

민정이 인상을 쓴다.


“도대체 왜 그래?”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럼 얼굴을 봐.”

윤호가 마지못해 얼굴을 든다.


“그렇게 얼굴을 보이니 좋잖아.”

“!”

또 입술만 보인다.


“하아.”

윤호가 한숨을 쉬며 다시 고개를 숙인다.


“흠?”

민정이 고개를 갸웃한다.


“윤호야 무슨 일 있어?”

민정이 걱정스럽게 묻지만, 윤호는 시큰둥하게 대꾸한다.


“아니요.”

윤호가 힘없이 대꾸한다.


“선생님 저 피곤해요.”

“그래?”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윤호의 표정이 다소 굳어 있다.


“아, 미안.”


“아니에요.”

“아니야.”

민정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 난다.


“그럼 선생님 갈게.”

“네.”

민정이 고개를 갸웃하며 방에서 나온다.


“왜 저러지?”

민정이 울상을 짓는다.


“내가 뭐 잘못했나?”




“하아.”

윤호도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이윤호, 선생님에게 그렇게 대하면 어떡해?”

선생님에게 잘 대해주고 싶은데, 지금의 윤호로써는 그게 쉽지가 않다.


“휴.”

선생님 얼굴 보기가 부끄럽다.


“어떡해?”

이게 사랑인가?

“휴.”

윤호는 답답하다.


“하아.”

이럴 때 찬성이라도 있으면 다행인데, 찬성도 없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이렇게 찬성이 필요할 줄은 모른 윤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