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권순재
멍하니 라디오를 듣다 나의 이름이 나왔다.
지난 밤 술을 마시고,
나도 모르게 두드린 사연이
아마도 선정이 된 모양이었다.
천천히 읽는 DJ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의 볼은 점점 더 붉어졌다.
술김에
정말 술김에 한 행동으로는
너무나도 부끄럽지만
너무나도 아픈 일이었지만
그래도 나의 마음을 비워주고
나의 행동에 반성을 건네주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나의 소리에
나는 정신이 들었다.
그 동안 내가 쫓던 것은
네가 아니라 나의 망상이었구나,
DJ가 해주는 상담의 말을 들으며
너는 이미 사라졌는데,
나는 너를 잡고 있구나
그러한 것을 알면서 얼굴이 붉어졌다.
라디오에서 더 이상 나의 사연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라디오를 끄지 않았다.
혹
너의 목소리가 들릴까 하여
나는 감히
감히 라디오를 끄지 못 했다.
미련하게도
그러지 못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