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라디오

권정선재 2010. 5. 18. 07:00

라디오

 

권순재

 

 

 

멍하니 라디오를 듣다 나의 이름이 나왔다.

지난 밤 술을 마시고,

나도 모르게 두드린 사연이

아마도 선정이 된 모양이었다.

 

천천히 읽는 DJ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의 볼은 점점 더 붉어졌다.

 

술김에

정말 술김에 한 행동으로는

너무나도 부끄럽지만

너무나도 아픈 일이었지만

그래도 나의 마음을 비워주고

나의 행동에 반성을 건네주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나의 소리에

나는 정신이 들었다.

그 동안 내가 쫓던 것은

네가 아니라 나의 망상이었구나,

DJ가 해주는 상담의 말을 들으며

너는 이미 사라졌는데,

나는 너를 잡고 있구나

그러한 것을 알면서 얼굴이 붉어졌다.

 

라디오에서 더 이상 나의 사연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라디오를 끄지 않았다.

너의 목소리가 들릴까 하여

나는 감히

감히 라디오를 끄지 못 했다.

미련하게도

그러지 못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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