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가방
권순재
가방이라고 할 수 있을까?
종이 가방
너무나도 얇고
가녀린 그것을
가방이라고 할 수 있을ᄁᆞ?
물이 조금만 묻어도 헤지고
떨어지기 십상인 그것을
감히 가방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의 사이도
종이 가방과 같았다.
튼튼해 보이지만,
겉으로는 무언가 단단해 보이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기에
우리는 종이 가방과 같았다.
색이 참 고왔다.
촉감이 참 좋았다.
허나 튼실하지 못 했다.
우리 사이도 그러하였다.
예뻤지만,
아름다웠지만,
한 순간 타오르니
더 이상 탈 것이 없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는
염치 없는 말은 하지 않겠다.
다만 다시는
네가 나 같은 한심한 종이 가방을 만나지 않기를,
그러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다시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