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종이 가방

권정선재 2010. 5. 26. 07:00

종이 가방

 

권순재

 

 

 

가방이라고 할 수 있을까?

종이 가방

너무나도 얇고

가녀린 그것을

가방이라고 할 수 있을ᄁᆞ?

 

물이 조금만 묻어도 헤지고

떨어지기 십상인 그것을

감히 가방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의 사이도

종이 가방과 같았다.

튼튼해 보이지만,

겉으로는 무언가 단단해 보이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기에

우리는 종이 가방과 같았다.

 

색이 참 고왔다.

촉감이 참 좋았다.

허나 튼실하지 못 했다.

우리 사이도 그러하였다.

 

예뻤지만,

아름다웠지만,

한 순간 타오르니

더 이상 탈 것이 없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는

염치 없는 말은 하지 않겠다.

다만 다시는

네가 나 같은 한심한 종이 가방을 만나지 않기를,

그러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다시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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