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단편 소설

기차 3 - 또 다른 시간

권정선재 2010. 10. 11. 20:37

 

기차 3, 또 다른 시간

 

 

그러니까 지금 가는 기차를 타면 무조건 죽는다니까!”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한 아가씨와 한 할머니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지금 가는 열차를 타지 않으면 제 시간에 도착을 하지 못 한다고요. 그래도 할머니가 책임을 지실 거예요?”

그럼!”

할머니의 너무나도 당당한 태도에 아가씨는 살짝 당황했다.

, 어떻게 책임을 지실 건데요?”

확실한 건 아가씨가 그 기차를 타지 않아야, 앞으로의 삶도 있다는 거야. 그 기차를 타게 되면 모든 것이 끝이 난다고.”

어째서 그렇다는 건데요?”

너무나도 낯선 노파임에 분명했지만,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하는데 무조건 외면을 하기도 살짝 걱정스러운 그녀였다.

무슨 사고라도 난데요?”

그 열차는 원래 존재해서는 안 되는 열차야. 원래 이 시간에 그 곳에 있어서는 안 되는 열차라고.”

너무나도 의미심장하게 이야기를 해서 무언가 특별한 것이라도 있는 줄 알았던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할머니, 여기 이렇게 표도 있잖아요.”

네 눈에는 그게 표로 보이냐?”

?”

이걸 어쩌냐?”

할머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아가씨를 빤히 바라봤다.

내가 지금 말하는 것을 제대로 듣지 않으면 결국에는 후회를 할 거야. 그곳에서 살아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정말 한 열차에 하나, . 잘 해야 셋이 겨우 살아날 수 밖에 없다고.”

이 기차를 타도 새벽 두 시가 넘는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을 한다고요. 이거 놓치면 세 시나 되어야 도착한단 말이에요.”

늦춰!”

할머니는 고함을 지르듯 큰 목소리로 외쳤다.

지금 가면 분명히 죽어. 너 분명히 죽는 법이니까, 그 열차 절대로 타면 안 되는 거라고! 이 멍청한 것아.”

이 할머니 뭐야?”

아가씨는 차가운 눈으로 할머니를 노려봤다.

미친 할머니 아니야?”

미쳐?”

그래요.”

아가씨가 큰 소리로 할머니의 말을 받아쳤다.

아니 길을 가는 멀쩡한 사람을 붙잡으면, 그거야 말로 미친 할머니지, 뭐 다른 미친 할머니가 있어요?”

은인을 몰라보네.”

은인은 무슨.”

아가씨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면서 할머니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허름한 그녀의 옷차림에 아가씨는 조소를 머금었다.

보아하니 노숙자죠?”

뭐야!”

이런 식으로 구걸을 하면 사람들이 돈 좀 집어주나 봐요? 좋아요. 나도 할머니 이야기 재미있었으니까 돈을 주죠.”

아가씨는 지갑에서 만 원짜리 지폐를 하나 꺼내서 할머니에게 건넸다. 그리고 지갑을 닫으며 도도한 눈빛으로.

오늘 그 정도면 충분한 수익이 되었다고 보는데요. 공연히 다른 사람들은 괴롭히지 않았으면 해요.”

누가 돈 때문에 이러는 줄 알아!”

할머니는 소리를 빽 지르면서 아가씨를 노려보았다.

정말로 아가씨에게 너무나도 끔찍한 일이 생길 지도 모르니까, 그러니까 그 열차에 타지 말라고 하는 거잖아!”

이유를 말을 해야죠.”

아가씨는 차분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할머니 아무런 이유도 없이 무조건 기차를 타지 말라고 하면 도대체 누가 그 말을 듣는다는 거죠? 제대로 이야기를 해봐요.”

죽는 열차야.”

너무나도 음침한 할머니의 목소리에 아가씨는 살짝 주춤했다.

, 죽음의 열차요?”

그래.”

할머니는 깊은 눈으로 아가씨를 살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나를 만난 것을 보면 꼭 죽을 팔자는 아닌 것이 분명해. 그러니까 그 열차는 피해야 해.”

그런 무서운 말이 어디에 있어요?”

아가씨는 여전히 믿지 않는 표정을 지으면서 할머니를 바라봤다.

그런 열차가 있다면, 여기 코레일에서 가만히 두고 있겠어요? 플랫폼에도 들어오지 못 하게 하죠.”

그 열차와 관련이 된 사람들이 아니면 몰라.”

할머니의 목소리는 음침하게 펼쳐졌다.

지금 출발하는 그 열차를 타고 죽을 사람이나, 혹시나 그 열차를 타고도 살아난 사람이 전부이지.”

살아난 사람이 있다면 알려져야 하는 거잖아요.”

아가씨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그런데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말이 되요?”

살아남은 사람 중에 정상으로 살아 남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 것 같아? 얼마 되지 않아.”

사람들이 사라지는데 다른 사람들은 관심도 갖지 않는 거예요? 사람이 죽는데 시체도 안 생긴다고요?”

내가 말을 잘못했군.”

할머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죽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는 것이여.”

, 사라진다고요?”

아가씨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흔들렸다.

사라진다니,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죠?”

차가운 기운이 온 몸을 휘감고 지나가게 되면 더 이상 그 존재는 산 자의 숨을 가지지 못 하게 되지.”

됐어요.”

아가씨는 몸을 한 번 부르르 떨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끔찍한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아요.”

사람을 좀 믿는 건 어때?”

믿을 수 있는 일이어야 믿지요. 기차가 뭐 대단한 공간이라고 사람이 죽었는데 아무런 소리가 안 난다는 거예요.”

죽는 것이 아니라니까.”

할머니는 답답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곳은 죽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는 곳이라고.”

아무튼요.”

아가씨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할머니랑 지금 말싸움 하느라 기차 탑승 시간 다 된 거 알아요? 이러다가 기차 놓칠 수도 있단 말이에요.”

타면 안 되는 거라고.”

할머니는 다시 한 번 간절히 대꾸했다.

그러다가 죽고 후회하면 늦어!”

이 할머니 뭐야? 재수 없게.”

아가씨는 단단히 가방을 고쳐맸다. 더 이상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다는 행동이 당차 보였다.

자꾸 이러시면 역무원을 부를 거예요.”

후회할 거야.”

할머니는 다시 한 번 간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의 표정에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지만 아가씨에게 그러한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 거 안 해요.”

아가씨는 새침하게 쏘아붙이고는 탑승장을 향해 걸어갔다.

저런.”

할머니는 그런 아가씨를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제 운명도 모르는 멍청한 것.”

할머니는 시선을 돌린 채 또 다른 사람들을 찾아서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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