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단편 소설

아님, 말고.

권정선재 2011. 1. 14. 07:00

아님, 말고.

 

내가 지금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게. 재미가 없으면 어떻게 하냐고? 그건 내 사정이 아니지. 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네가 재미없게 들은 거니까 말이야. 아무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니까? 재미가 없으면? , 아님, 말고.

너 지윤이 알지? 그래, 그 지윤이 말이야. 그 지윤이 남자친구 현태는? 아 왜, 그 있잖아. 키는 180이 조금 못 되고, 그래, 얼굴 작고 잘 생긴 애. , 두 사람이 사귀는지 몰랐던 거야? 뭐 그럴 수도 있지. 지윤이는 통통, 아니 조금 퉁퉁한 편이니까 말이야. 아무튼 두 사람이 사귀고 있는데 얼마 전에 현태 그 녀석이 바람을 피다가 딱 걸린 거 있지? 그것도 지윤이의 가장 소중한 친구랑 말이야. 지윤이 그 때 난리가 났었어. 너는 모르는 구나. 그 때 지윤이 학교 다 뒤집어 엎을 뻔 했다니까. 그래, 너도 리더십 알지? . 200명 넘게 듣는 영강. 그거 수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다짜고짜 들어가더니, ! 장현태 나와! 안 나와? 너 잡히면 죽는다! 이렇게 외치면서 강의실을 뛰어다녔다는 거야. 당연히 교수는 놀라서 뒤로 나자빠졌지. 그 상황에서 놀라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냐? 더 가관인 건 뭔 줄 아냐? 우리들은 지윤이가 그런 짓을 해서 현태 녀석을 잡으면 죽이기라도 할 줄 알았다니까. 그런데 현태를 보고 지윤이가 갑자기 탁 하니 무릎을 꿇는 거야. 그리고는 훌쩍이면서, 현태야, 내가 조금 더 잘 할 테니까 나를 한 번 봐주면 안 되니? 내가 더 잘 할 테니까 바람 피지 말고 나만 봐라. 막 그러는 거야. 그래, 얼마나 어이가 없니? 우리들은 다들 눈꼴이 시어서 어떻게 여자가 저렇게 굴 수 있는지 말이야. 자존심도 없어. 평소에 지윤이 봤을 때는 자기 할 말 되게 잘 해서 자기 생각이 완전 뚜렷한 애인 줄 알았는데 말이야. 막상 또 만나니 그런 것만은 아닌 모양이더라고. , 사람이라는 게 참 우스워. 상황에 따라서 그렇게 다른 사람이 되는 거니까 말이야. 이게 무슨 뒷담화냐? 이 정도는 다들 이야기를 하곤 해. 너 없을 때는 우리들도 다 너에 대해서 이 정도 이야기를 해. , 그렇다고 화를 낼 건 또 뭐가 있냐? 너도 똑같이 하면 되는 거지. 안 그래? 어렵게 생각은 하지 마. 당연한 거라고. 아무튼 그래서 지윤이가 현태에게 울며불며 사정을 해서 현태가 지윤이를 차지 않고 다시 사귀게 되었어. 그래, 우습게도 분명히 주도권은 지윤이가 잡아야 하는 상황인데도, 지윤이 그 년이 울며불며 지랄을 하는 통에, 모든 주도권은 현태에게로 넘어갔지 뭐야. 그러니까 말이야. 멍청한 거지. 아무튼 그래서 두 사람이 다시 연애를 하기 시작하는데 주변에서 보기에 얼마나 꼴이 사나웠는지 아니? 물도 떠다주고, 밥까지 떠다먹이더라. 그리고 나서 현태가 밥을 다 먹으면 그 식판까지 다 반납을 하고 난리도 아니었어. 보통 남자가 여자를 집에 데려다주곤 하는데, 지윤이 그 등신 같은 년은 지가 현태 집까지 데려다주고 고생을 했다나 봐. 얼마나 한심한 노릇이니? , 그럴 수도 있다고? 너도 너무한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니? 그게 사랑이니? 두 사람이 전부터 그랬으면 모를 일이지. 하지만 현태가 바람피우고 나서 그러니까 문제인 거야. 그래, 그런 거라고. 지윤이가 현태를 너무나도 좋아해서, 현태가 바람을 피우건 말건 좋아해서 그런 거라니까. , 뭐가 재미있는 이야기냐고? 그래, 조금 더 들어봐. 아무튼 그래서 현태도 점점 다시 지윤이에게 마음이 갔다나봐. 그렇지. 어떤 남자가 자기에게 그렇게 헌신적으로 구는 여자를 마다하겠니? 좋아하지. 그럼, 아무리 싫어하고, 아무리 박색인 여자라도 그렇게 공을 들이고 그러면 좋아할 수 밖에 더 있니? 그런데 그 정도로 공을 들이니, 안 넘어올 남자가 있나, 아무튼 그래서 현태도 점점 더 지윤이를 좋아하게 되었단 말이야. 그냥 이대로 두 사람이 서로 좋아했다고 하면 딱 좋은 결말이잖아. 그렇지. 그렇게 두 사람이 사랑하게 되었다. 그런 결말이니까 말이야. 그런데 웃긴 게 지윤이가 다시 바람을 피운 거라는 사실이야. 그래, 이번에는 지윤이가 바람을 피웠어. 그래서 현태가 화를 내고 그러니까, 지윤이가 뭐라고 하는 줄 아니? 그래, 현태가 생각을 하기에는 지윤이가 다시 울며불며 매달릴 줄 알았던 거야. 그런데 지윤이 그 년이 너무나도 도도하게, 그래 나도 너 한 번 봐줬고, 그러니까 이렇게 그냥 넘기자. 우리 두 사람 다 바람을 피운 건데 누가 누구를 원망하고 그러는 거 너무 우습지 않니? 우리 두 사람 인연이 아니었나 봐. 그러면서 딱 끊어 버리는 거야. 현태만 결국에 바보 된 거지. 중간에 바람을 피우던 여자애? 되게 예쁜 애였지. 하지만 현태 그 병신 같은 것이, 지윤이가 자신에게 공을 들이니까 다시 마음을 싹 비우고, 다시 지윤이에게 올인을 해버린 거야. 그래, 그러니까 그 여자애는 신경도 못 받고 그냥 현태를 놓아버린 거지. 여자가 공을 들이면 남자의 마음이 돌아가는 것과는 별개로,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를 바라보면 쉽게 포기하는 여자도 있는 법이니까. 이거 웃기지 않니? 안 웃겨? 안 웃기다고? 아님, 말고. 그래, 내가 다른 이야기를 해줄게.

내가 예전에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잖아. 그래 부천역에 있는 편의점에서 주말 야간에 말이야. 내가 좀 친절하고 그런 성격 아니겠니? 손님들이 들어올 때마다 편의점에서 큰 소리로,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를 도대체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몰라? 다른 곳은 야간이라고 하면 손님이 없게 마련인데, 거기는 유난히 사람이 많은 곳이었어. 그러니까 말이야. 정말 엄청나게 많았다니까. 하룻밤 매출이 네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날도 있었으니까 말이야. 아무튼, 너도 알지? 그래, 나 버스 탈 때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는 거. 기사님에게 인사를 하는 거 당연한 거 아니니? 너 이상하게 말을 한다 그래. 그게 당연한 거야. 사람이 사람을 보는데 인사를 해야지, 그러면 그냥 무시를 하고 가니? 아니 너를 구박을 하는 게 아니라 당연한 말을 하자는 거야. 그래, 인사를 하는 거라고. 너는 버스에서 내릴 때 고맙습니다라는 소리도 안 하니? 아니 사람이 가득 차 있는 만원 버스에서 하라는 게 아니라 말이야. 그냥 마을 버스 같은 거 있잖아. 아주 조그마한 차. 그런 곳에서는 고맙습니다. 인사 정도 하는 건 예의가 아니겠니? 몰라, 아무튼 나를 인사를 하고 내린단 말이야.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래서 그 날도 당연히 버스에 올라 탔어. 그래서 안녕하세요. 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내가 뭐라고 했는줄 아니? 어서오세요. 푸하하, 웃기지 않니? 버스 아저씨의 그 당황한 표정을 너도 봤어야 했어. 나는 이미 와 있는데 나를 어서 오라고 하다니, 이런 표정이었다니까. 안 웃겨? 아직도 안 웃기다고? 나 참 너 웃음이 너무 박한 거 아니니? , 안 웃기다니. 아님, 말고.

얼마 전에 버스를 타는 곳에 있는 동물 가게 앞에서 본 걸 이야기를 할게. 동물 병원 앞에 참새들이 너무나도 많이 있는 거야. 너도 알잖아. 내가 참새들을 너무나도 좋아한다는 거 말이야. 그래서 참새들이, 혹시나 갇혀 있는 다른 새들이 불쌍해서 세상의 소리를 지저귀는 것 아닌가라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어. 그런데 뭔가 이상한 거야. 그렇게 지저귀는 거면 그냥 새 한 마리 옆에 붙어 있으면 되는 거잖아. 그 짧은 다리를 가지고 계속 쫑쫑 거리면서 뛰어다니더라니까. 뭐야? 너 몰랐던 거야? 참새는 다리가 너무 짧아서 걸어다니지를 못 하잖아.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거짓말이 아니야. 진짜라고. 참새는 다리가 너무나도 짧아서 걸어다니지는 못하고 그저 폴짝폴짝 뛰어다닐 수 밖에 없어. 못 믿겠다고? 얘가 또 사람 이상하게 취급을 하네. 내가 너를 속여서 어디에 쓰니? 그러니까 말이야. 내가 너를 속인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것이 있니? 없다고. 그래 너 스마트폰 있잖아. 네가 그렇게 자랑을 하던 스마트폰으로 찾아 봐. 아니 억울해서 그래. 너에게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맞는 소리를 하는데 네가 아니라고 하니까 그게 억울해서 그러는 거라고. 그래 어서 확인을 해 봐. 봐봐, 내 말이 맞지? 너는 왜 사람 말을 안 믿고 그러니? 너 왜 사람 말을 못 믿고 그래? 내가 공부는 못 하더라도 머리가 나쁜 것은 아니라니까. 너도 알잖아. 내 지식은 완전 넓고 얇은 습자지라는 거. 푸하하, 그래 습자지 지식, 습자지 지식. 분명히 되게 나를 무시하는 말인데 나는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더라. , 이상하게 기분이 무조건 나쁘지는 않더라고. 습자지라는 것이 그렇게 나쁜 말인가? 오히려 나는 많은 지식을 알고 있다는 말이니까 기분이 좋더라. . 왠지 모르게 뿌듯하다고 할까? 내가 아는 것이 전혀 없으면 누가 나에게 그런 말이라도 해주겠니? 그러니까 말이야. 내가 아는 것이 많으니까 나에게 습자지 지식이라는 말이라도 해주는 거 아니야. 아무튼 그렇게 참새가 거기에 앉아 있었어. 아유, 벌써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잊은 거야? 참새 이야기를 하고 있었잖아. 참새, 그래 버스 정류장에 있는 동물 가게에 참새가 새장 옆에 있더라고. 그런데 그 참새들이 거기에 왜 있었던 건 줄 아니? 새장에서 떨어진 모이를 주워 먹으려고 말이야. 세상에 자유로움 밖에 없는 그것들이 속박해 있는 새들을 부러워 하고 있는 거였어. 먹을 것이 잔뜩 있으니까 말이야. 그래, 어쩌면 부러울 지도 몰라. 천적이 없잖아. 그 새장 속에 있는 한 그 누구도 그들을 죽일 수가 없으니까 말이야. 너 모르는 구나? 참새에게 천적이 얼마나 많은 줄 말이야. 네가 너무나도 귀여워 하는 그 길고양이들도 참새들의 적이야. 날아다니는 새를 어떻게 잡느냐고? 그건 나도 모를 일이지. 하지만 길고양이들, 아니 외출냥이라고 부르는 애들도 있잖아. 아 왜, 애완 고양이인데 집에서만 기르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하는 애들 말이야. 그래, 그런 애들이 가끔 주인에게 죽은 참새를 물어주곤 한데. 왜냐니? 다 은혜를 갚는 거지. 주인에게 선물을 하는 거야. 좋아한다는 의미로 말이지. 아무튼 그렇게 길을 돌아다니는 고양이들도 참새를 잡고 말이야. 조금 큰 새들도 참새를 잡아 먹어. 내가 초등학교 때 완전 무서운 것을 봤거든. 아니 나만 본 것이 아니라, 우리 초등학교 전교생들이 다 봤어. 그런데 그게 참새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계탑 아래에서 새들이 다투고 있는 거야. 먹이를 두고 말이지. 그런데 그 먹이라는 것이 참새였어. 까치가 참새를 먹고 있었던 거야. 까치라는 동물은 그저 행운만을 불러온다고 믿었던 시기였지. 그런데 그 행운을 준다는 까치가 귀엽고 작은 참새를 잡아 먹는 거야. 그런데 참새라는 녀석도 은근히 힘이 좋았단 말이야. 그래서 어떻게 해서라도 죽지 않으려고 버둥거리고 있었어. 그래서 까치라는 녀석이 어떻게 했는 줄 아니? 그 참새를 위에서부터 주욱 긁어 내려왔어. 그러니까 우리 학교의 시계탑은 벽돌로 되어 있었거든. 그 벽돌을 따라서 쭉 참새를 긁은 거야. 그래, 끔찍하지. 일부러 그런 건지 실수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어. 아무튼 그러다가 결국 까치는 다시 날아갔어. 그런데 뭐가 이상하더라. 참새가 움직이지 않는 거야. 그래서 이제 지친 것인가 하고 생각을 했는데, 그 참새의 모양이 이상했어. , 머리가 없었어. 그 시계탑에 긁혀서 머리가 떨어지고 만 거야. 그러니까 결국 까치는 그 참새를 죽여서 식사를 한 거지. , 그래 이건 웃긴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지? 너에게 웃긴 이야기를 해주려고 했는데 말이야. , 아님, 말고.

너 호주에는 캥거루 소시지가 있다는 것을 아니? 정말로 말이야. 그 캥거루, 펄쩍 펄쩍 뛰어다니는 그 녀석들 말이야. 그래, 배에 새끼를 넣어 다니기도 하는 그 캥거루, 그 캥거루를 먹는다니까. 거짓말이 아니야. 너는 한국방송에서 했던 프로그램도 안 봤냐? 인천에는 캥거루 꼬리 찜도 있다고 하잖아. 캥거루 꼬리를 푸욱 고아서 곰탕으로 먹기도 한데. 그런데 그 캥거루를 왜 먹는 줄 아니? 캥거루가 처음에는 보호를 해야 하는 종이었대. 그래서 보호를 했지. 그런데 그러니까 애들이 새끼를 너무 많이 까는 거야. 천적이 없어서 죽지는 않지. 또 보호를 하고 있지. 그래서 개체수가 너무 많아서 도저히 처리를 할 수가 없어서 결국에는 식용으로 넘긴 거래. 그런데 정작 호주에 사는 사람들은 별로 먹지 않는데. 자기들이 사랑을 하는 캥거루를 어떻게 먹을 수가 있냐는 거지. 하지만 그러면서도 캥거루를 수출하는 것은 그리 크게 신경을 쓰지 않나 봐. 나 같으면 그렇게 사랑을 하는 캥거루를 수출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을 텐데 말이야. 그런데 아, 그래, 코알라. 너도 코알라를 알지? 너무나도 귀여운 그것 말이야. 마치 인형 같이 생겼고 보드랍게 생긴 애. 호주에서는 그 코알라도 먹으려고 했었대. , 그건 찾지 마. 나도 확실히 모르는 거야. 나도 전에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정확히 어디에서 봤는지 기억이 안 나거든. 그러니까. 아무튼 그 코알라도 먹으려고 했는데 못 먹었대. 왜 못 먹었는 줄 알아? 맛이 없어서. 맛이 없어서 못 먹었대. 푸하하, 웃기지? 아니야? 아님, 말고.

 

어디를 다녀와?”

친구네 집.”

이 시간까지?”

. 이 시간까지.”

그런데 왜 이렇게 지쳤어?”

걔가 이상한 이야기를 막 하잖아.”

이상한 이야기?”

, 재미있는 이야기라면서.”

재미 없었어?”

이상했다니까.”

무슨 이야기였는데?”

캥거루를 먹네. 막 그런 이야기.”

으유, 끔찍해.”

그러니까.”

걔는 먹는데?”

걔가 먹는 게 아니라.”

그럼?”

그걸 먹는 사람들도 있다고 그러더라고.”

그걸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한단 말이야?”

안 될 사람이지.”

안 될 녀석이네. 그걸 가만히 듣고 있었어?”

그러면 어떻게 해? 멱살이라도 잡고 뜯어 말려?”

그럼, 멱살이라도 잡고 뜯어 말려야 하는 거지.”

나는 그런 거 못 해. 미안해서 어떻게 그래.”

그럼 그냥 둬?”

그냥 두지.”

네가 더 이상하네.”

내가 뭘?”

왜 그렇게 답답하게 구니?”

그건 답답하게 구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이해를 잘 해주는 거라니까. 내가 무슨 답답하게 군다고 그래?”

그게 안 답답하게 구는 거야?”

.”

답답한 거야.”

그러면 어떻게 해?”

재미 없다고 딱 자르고 나와야지.”

친한 사이라서 안 돼.”

그런 거 보면 하나도 안 친한 거야.”

무슨 말이야?”

정말로 친하면 그런 것 정도는 이야기를 해야지.”

정작 안 그러게 된다니까.”

안 그러게 된다고?”

.”

?”

너무 친하니까 말이야.”

너무 친해서 오히려 낯을 가리게 되는 건가?”

그런 거지.”

불편하다.”

, 불편해. 친해지게 되면 가릴 것이 없다고 생각으 했는데, 의외로 더 많이 가려야 하게 된다니까.”

그런 걸 몰랐네.”

나도 만나기 전에는 몰랐어.”

밥은?”

못 먹었어?”

점심은?”

점심도.”

? 너 아침도 안 먹었잖아.”

그렇지.”

그럼 하루 종일 굶은 거야.”

그렇게 되네.”

미쳤어.”

붙잡고 있잖아.”

밥은 먹어야지.”

먹을 수 있을 줄 알았지.”

미련하네.”

나도 몰랐다니까.”

거기는 왜 간 건데?”

밥 먹으러.”

그런데?”

못 먹었지.”

그러니까 미련하다는 거야.”

내일 또 가야 해.”

?”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준대.”

가지 마.”

어떻게 안 가?”

왜 가야 하는 건데?”

불렀으니까.”

그럼 가지 않아도 되는 거네.”

?”

내가 말렸잖아.”

그런 게 어디에 있어?”

여기.”

아우 몰라, 머리 아파.”

아스피린이라도 줄까?”

코카콜라 제로 칼로리랑 주라.”

그렇게 먹으면 안 좋다니까.”

이렇게 먹어야 술술 넘어가더라.”

내일은 딱 잘라.”

뭐라고?”

재미가 없다고.”

서운해 할 거야.”

재미가 없는데, 서운한 게 무슨 소용이야.”

그래도 친구잖아.”

그런 건 친구도 아니야.”

.”

웃기는.”

네 말이 맞는 것 같아서.”

어서 자. 피곤해 보인다.”

, 먼저 잘게.”

 

내가 오늘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줄게.

저기.

? 왜 얼굴이 굳어?

오늘은 안 듣고 싶어서.

오늘은 안 듣고 싶다고?

. 저기 오늘은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줄게.

네가?

.

재미 없으면?

아님, 말고.

좋았어. 네 이야기를 들을게.

예전에 아주 친한 친구 사이가 있었어. 정말 너무나도 친한 사이가 있었단 말이야.

우리처럼?

우리처럼. 그런데 그 친한 친구 중 하나가 늘 다른 친구를 괴롭히고 있었어. 아무리 싫다고 해도 그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자꾸만 귀찮게 하는 거란 말이야.

어떻게?

말로.

말로?

, 말로. 계속 말을 하면서 제대로 정신도 못 차리게 하는 거야. 그게 얼마나 힘든 건 줄 알지?

그럼, 알지.

그런데도 계속 이야기를 하는 거야. 친구가 듣기 싫다고 자꾸만 티를 내고 있는데도 말이야.

그걸 가만히 둬?

그러면?

말을 해야 하는 거지. 나는 너의 이야기가 듣기가 싫다. 그렇게 말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래야 이야기를 안 하지.

그렇게 어떻게 이야기를 해?

왜 못 해?

서운해 하잖아.

그게 중요해?

그럼 중요한 부분이야.

아무튼 그래서 어떻게 된 건대?

그 친구가 결국에는 이야기를 하기로 했대.

재미가 없다고?

.

그래서?

말을 하고 있잖아.

?

너에게.

그게 무슨 말이야?

너 정말로 재미 없어.

내가?

그래.

거짓말.

거짓말이 아니야.

그럼 너는 왜 계속 내 말을 들어줬던 거야? 내 말이 재미 있어서 그런 거 아니었어? 그런 거 아니었냐고! 아닐 리가 없잖아. 너는 계속 내 말을 들었는데. 안 그래? 내 말이 재미가 없다면 네가 계속 내 말을 들을 이유가 없잖아. 그냥 가면 되는 거잖아. 하지만 너는 계속 내 말을 들었던 거잖아!

네가 실망을 할까봐 그랬어.

. 거짓말.

거짓말이 아니라고. 너 정말로 재미 없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너무나도 재미가 없어.

그걸 그냥 참고 있었던 거라고?

그래.

.

미안해.

뭐가?

이런 말을 해서.

아니야.

?

너를 죽이겠어.

나를 죽인다고?

그래, 너를 죽인다고.

왜 나를 죽인다는 거야?

내가 웃기지가 않다며?

그런데.

그러니까 죽이는 거야.

그건 이유가 안 돼.

이유가 돼.

어떻게?

내가 이유라고 생각을 하니까.

 

따사로운 햇살이 벤치로 내리쬐고 있었다. 벤치에 앉은 사내는 계속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직도 저러고 있나?”

.”

그녀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참 괜찮은 사람이었다. 저렇게 이상한 짓을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저런 이상한 짓을 하지만 않으면 참 좋을 것 같은데, 너무나도 아쉬웠다. 왜 저런 짓을 하는 것일까? 그녀는 너무나도 돕고 싶었지만 도울 수가 없었다.

그래, 식사는 잘 하는 건가?”

아니요.”

밥도?”

.”

허 참.”

사내는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식사도 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었다. 거의 저런 상황이라도 자신이 먹는 것에 있어서는 이상한 집착을 보이곤 했었다. 다들 먹는 것에 있어서는 무서울 정도로 집착을 하고는 했는데, 저 사내는 그러한 존재들과는 아주 조금이라도 다른 모양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나?”

영양제 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괜찮아?”

아직은요.”

좀 그렇군.”

좀 그래요.”

그런데 이렇게 밖에 오래 있어도 괜찮은 건가? 어서 빨리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니야? 밖에 있으면 더 많이 안 좋아질 것 같은데 말이야.”

그러지는 않더라고요.”

그래도.”

.”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벤치로 향했다.

용경 씨.”

사내는 이상한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봤다. 그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 눈에는 아무 것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녀는 안타까운 눈으로 가만히 용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 큰 사내였지만, 그녀의 눈에는 그저 어린 아이에 불과했다. 너무나도 약한, 그저 안아주고 싶은 어린 아이에 불과했다.

이제 가야죠.”

그녀는 조심스럽게 용경의 팔을 잡았다. 용경은 처음에 고개를 젓더니, 곧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린 아이 같아 보이기도 하는 용경을 보면서 그녀는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이런 일이 그녀가 간호사를 하는 보람이고, 긍지였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정신병자라고 손가락질을 하지만, 그녀의 눈에 용경은 그저 멀쩡한 사내일 뿐이었다. 다만,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많은 생각을 하는, 그저 그 정도의 문제 밖에 없는 사내였다.

오늘도 친구 분이 왔나요?”

.”

어떤 친구예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는 친구,”

어머 좋겠다.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

아니야. 재미 없어.”

그래요? 아님, 말고.”

그녀는 미소를 지으면서 용경의 팔을 부축했다. 여자인 그녀보다도 가녀린 용경의 팔을 만질 때마다 그녀의 마음에서는 동정심이 솟구쳤다. 너무나도 안타깝고, 너무나도 안쓰러운 사내였다.

저기 용경 씨 먹고 싶은 거 있어요? 달력을 보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용경 씨 생일이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용경 씨가 먹고 싶은 거 정말 맛있게 해줄게요. 내가 생긴 건 이래도, 꽤나 요리를 잘 하거든요. 그러니까 뭐든지 다 말해도 되요. 내가 다 만들어줄 테니까요.”

라면.”

? 라면?”

.”

그건 좀 그런데?”

그녀는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어떻게 한 번 솜씨 좀 발휘를 하려고 했는데 겨우 라면을 먹고 싶다고 하다니, 그녀는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어떤 라면이요? 비비는 거? 끓이는 거?”

 

참 착한 아가씨야.”

그렇지.”

의사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 창밖의 그녀를 바라봤다. 짧은 간호복 아래로 드러난 미끈한 다리가 참 아름다운 여자였다. 그런 그녀를 늘 품에 안을 수 있는 그는 말 그대로 행운아에 가까웠다.

언제 결혼을 할 건가?”

결혼?”

하지 않을 생각이야?”

해야지.”

그러니까 언제?”

나도 모르지.”

의사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두 사람은 잠을 자는 사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결혼과 같은 본격적인 이야기는 아직 채 나누지 못하고 있었다.

저 사람이 원해야 하는 거야.”

무슨 남자가 그리 소심한가?”

당연한 거지.”

당연하다고?”

여자를 배려를 하는 거야.”

웃기지도 않군.”

의사는 가만히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누가봐도 비정상적인 사람들을,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면서 미소를 지을 수 있다는 사실에 참 신기했다. 그 역시도 이 사람들 모두를 이해를 하고 따뜻하게 바라보려고 하지만 정작 그러한 것을 실제로 하는 것은 어려웠다. 아무래도 다들 그가 보기에는 비정상적이었고, 어딘지 치료를 해야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녀의 눈에 그들은 치료를 해야 하는 사람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녀는 그저 그들을 환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의 미소는 더욱 싱그러워 보였다.

그나저나 이번에 보조금은 얼마나 나왔나?”

줄었어.”

, ?”

우리 병원 알지 않나? 환자들 치료 잘 하기로 유명한 거.”

그러니까 자네도 멀쩡한 사람들 좀 잡아.”

?”

다른 병원을 보게. 일단 잡고 보지 않는가? , 그래서 환자가 아니면 다시 내보내면 되는 거고 말이야. 가족들이 원하는 환자들도 모두 받아들이란 말이야. 그래야 일이 좀 되지.”

그런 건 위법이야.”

다들 하고 있는 거야.”

다들 위법을 저지르는 거지.”

그런 올곧음은 때때로 해가 될 수 있어.”

됐어. 그런 이야기.”

너를 위해서 하는 거야.”

알아.”

의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종이컵을 구겼다. 돈과 올곧음, 어떤 것이 더 중요한 것일까?

하지만 지금 이것을 놓을 수도 있잖아.”

결국에는 놓아야 하는 거야.”

아직은 아니야.”

답답한 친구야.”

나도 이런 내가 답답하네.”

그럼 안 그러면 되잖아.”

나는 정의로운 의사이고 싶어.”

누가 그러지 말라나?”

그러니까 그런 일은 할 수 없네.”

그녀도 만족해?”

모르지.”

그녀의 만족을 바라지 않아?”

바라.”

그러니까 조금 더 하라는 말이야.”

그게 어려워. 너무 어려워.”

남들은 쉽게 하는 것이 자네는 왜 어렵다는 것인가?”

나는 남이 아니니까.”

답답한 친구네.”

의사는 혼자 식식 거리면서 나가는 친구를 보며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답답했다.

 

용경 씨, 이제 옷 갈아입어야죠.”

그녀는 미소를 지으면서 용경의 바지를 벗겼다. 그리고 천천히 무릎을 꿇어서 용경의 페니스에 입을 가져갔다. 조심스럽게 입을 벌린 후, 용경의 것을 삼키니 용경은 가볍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

겁 먹지 말아요. 가만히 있으면 되요.”

이상한 콧소리를 내는 용경을 보며 그녀는 다시 싱긋 웃었다. 그런 다음 다시 오랄 섹스에 열중을 하기 시작했다. 용경은 천천히 몸을 비틀었다.

좋아요?”

, ,”

좋구나?”

그녀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 용경의 것은 충분히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는 사이즈였다. 그녀는 입 안 가득 담기는 용경의 것에 행복한 신음을 흘렸다.

용경 씨도 좋죠?”

.”

좋아요?”

.”

그녀는 간호사복의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용경 씨의 몸 위로 올라갔다.

용경 씨는 가만히 있으면 되는 거예요.”

.”

그리고.”

그녀는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용경의 몸에 자신의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이건 비밀이에요.”

.”

 

어때 재미있는 이야기지? 하나도 재미가 없다고? 그렇게 말을 하면 안 되는데 말이야. 그러니까 그녀가 환자를 아끼는 이유는 환자를 인간으로 대우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기 때문인 거잖아. 종마로 대우하는 거지. 자신의 모자란 욕망을 채워줄 수 있는 존재로 말이야. 그런데 너는 그것이 신기하지 않단 말이야? 참 색다른 녀석이네. 아니 충분히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물론 네가 재미가 없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말이야. 그래도 재미있다고 이야기를 해주는 쪽에서는 다소 아쉬운 것도 사실이지. 나는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 아무튼 나는 너를 재미있게 해줄 수 없는 모양이네. 너는 내 이야기를 재미있게 생각을 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 그래서 나중에 두 사람은 어떻게 되었냐고? 그 간호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의사랑 결혼을 했어. 겉으로 보기에 의사라는 직업이 신랑이라고 이야기를 하면 그 만큼 면이 서는 일이 또 어디에 있겠니? 나라도 내 남편이 의사라면 받들고 살겠다. 구시대적인 생각이라고? 사람들이 아무리 오늘을 산다고 하지만 말이야. 결국 사람들도 구시대적일 수 밖에 없어. 오늘로 돌아올 수가 없는 거라고. 사람들은 모두 과거의 영광만을 떠올리고 사는 거니까 말이야. 왜 그러는 건지 너는 모르니? 지금 사람들의 기준이 과연 무엇일 것 같아? 미래는 절대로 기준이 될 수 없어. 사람들이 실제로 보지 못한 거니까 말이야. 상상력을 바탕에 두고 미래를 떠올리는 거라고? 절대로 아니야. 아무리 미래를 떠올린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결국 자신이 알고 있던 오늘은 먼저 있던 과거를 따라갈 수 밖에 없는 법이야. 사람들이 존경을 한다고, 따르고 싶다는 사람들은 모두 과거의 존재들이니까 말이야. 절대로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는 거지. , 그리고 사람들이라는 것이 은근히 안정을 원하게 되는 거야. 도전을 좋아하고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그 사람들에게는 그게 안정인 거야. 그런 사람들은 오히려 그 자리에 가만히 머무는 것이 불안정한 것이지. 그러니까 그런 사람들이 말을 하는 것을 들으면 안 돼. 그 사람들은 자신이 그렇게 안정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니까 말이야. 그리고 보통의 사람들은 안정을 원할 때 변화를 바라지 않아. 아무래도 변화가 오게 되면 안정이라는 것과는 살짝 거리가 생기게 되니까 말이야. 그 거리라는 것의 의미에는 여러 가지가 담겨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뭐 커다란 의미 같은 것은 없을 지도 몰라. 결국에는 사람들이 사는 일이니까 말이야. 아무튼, 그렇게 구시대적인 삶을 살고 싶어하는 그녀는 결국 남편에게 들키고 말았어. 그녀는 병원의 간호사이면서 병원에 아주 많은 감시카메라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만 거야. 그녀의 남편은 자신의 눈으로 본 것을 믿을 수가 없었어. 매일 자신이 얼마나 그녀에게 열중을 하고 있는데, 그녀는 자신에게 만족을 하지 못하고 다시 용경 씨에게 가고 있었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그는 묘한 질투감도 느끼고 있었어. 그러니까 그의 병원에 있는 감시카메라는 꽤나 성능이 좋은 것이었거든. 그래서 용경 씨의 남근까지 모두 다 선명하게 줌이 되는 기능이 있었어. 핏줄이 파르르 서 있는 용경 씨의 남근을 보면서 의사 선생의 남근은 아주 볼품 없이 쪼그라들고 말았지. 남자들은 그런 것이 있어. 공중화장실 소변기에서 옆 사람의 성기를 보면서, 자신의 것이 더 크면 오줌 줄기가 굵어지고, 아니면 졸졸 흐르는 그런 거 말이야. 아무튼 의사 선생은 모든 것을 알게 되었어. 하지만 그는 아무 것도 바꾸지 않았어. 그 역시도 구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었으니까 말이야. 그 역시도 이 상황이 변하는 것을 그렇게 원하지 않았어. 이 상황이 변한다는 것은 그에게 다시 한 번 흔들림이 오게 된다는 것이니까 말이야. 그는 절대로 그러한 것을 원하지 않았어. 그래서 결국 그는 모든 것을 자신의 속에 묻은 채 입을 다물고 말았지. 아 용경 씨에 관한 것? 용경 씨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어. 모든 진실을 다 알고, 자신이 더 이상 아프지 않다는 사실도 알았지. 하지만 그는 그곳을 떠나지 않았어. 그곳은 너무나 편했으니까 말이야. 용경 씨는 지금 어떻게 되었냐고? 너와 지금 이야기를 나누고 있잖아. 이게 안 놀랍다고? ,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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