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하게도 그냥 보다보면 가슴이 먹먹하게 만드는 영화가 가끔 극장가를 찾아오곤 한다.
요 근래 본 영화 중에, 아무 이유 없이 슬프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면하고 싶지 않았던 영화는 세 편이었다.
한 편은 개봉을 하자마자 극장에 가서 봤고, 나머지 두 편 중 한 편은 개봉을 기다리다가 놓쳐서 뒤늦게 다운을 했고, 마지막 한 편은 개봉을 한 지도 몰랐던 영화였다.
개봉을 하자마자 본 영화는 [만추]였고, 기다렸던 영화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전혀 몰랐던 영화는 [암페타민]이었다.
전혀 상관이 없는 이 세 편의 영화. 세 편 모두 사랑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꽤나 매력적인 영화들이다.
만추 (2011)
Late Autumn
6.5
[만추]는 꽤나 화제를 모았던 영화였다. 현재는 해병으로 근무를 하고 있는 ‘현빈’과 최고의 매력녀 ‘탕웨이’가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잠시 감옥에서 나온 여자와 직업 남성의 사랑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수감자와 직업 남성은 누가 보더라도 쉽게 이해를 할 수 없는 사회에서 가장 낮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만추]를 보다보면 이 두 사람이 만드는 사랑 이야기는 그리 낮은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짙으면서도, 장난스러운. 하지만 그 속에는 진심이 담겨 있는 사랑의 모습은 느릿느릿 진행이 되기는 하지만 가슴에 한 자리를 단단히 버티게 된다.
사랑을 전혀 할 줄 모를 것 같은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사랑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는 가장 기본적인 것에서 시작해서, 흔히 말을 하는 사랑은 열병과도 같은 것이라는 말과 잘 어울리지 않나 싶다.
처음에는 장난으로 다가섰던 ‘현빈’이 천천히 마음을 바꾸고 있는 과정 역시 관객에게 잘 다가오지 않았나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영화였다.
개인적으로 흐름이 느린 영화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지만, [만추]는 괜찮게 볼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오직 하나. 감정이 충실하게 전달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2011)
Come Rain, Come Shine
5.1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역시 화제를 모으기는 했지만, 이전에 개봉을 했던 [만추]에 비해서는 그 화제가 살짝 약했던 영화였다.
역시나 매력적인 ‘현빈’이 등장을 하기는 했지만 [만추]가 생각 외로 재미가 없다는 이야기와 함께 작은 영화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살짝 열풍이 죽은 것도 사실입니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보편적인 재미있다. 라는 개념에서 생각을 해보았을 때 확실히 재미가 없는 영화입니다.
지나칠 정도로 느린 속도로 한 커플이 헤어지기로 결정을 한 후 짐을 싸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데요. 맨 처음 공항으로 ‘현빈’이 ‘임수정’을 데려다주는 장면에서는 거의 십 분 정도를 할애하고 있습니다.
중간에 벌어지는 사건들도 아주 작은 사건들일 뿐.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만추]와는 또 다르게 즐길 거리가 거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만추]보다 감정이 세밀하게 드러나지도 않습니다. 다소 속으로 삼키는 듯. 억지로 누르는 듯. 그러한 감정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는데요.
감정이라는 것이 무조건 밖으로 뿜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가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느낌도 참 좋습니다.
암페타민
Amphetamine
0
마지막으로 다룰 영화는 [암페타민]인데, 이 영화는 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퀴어 로맨스입니다. 개인적으로 퀴어 로맨스를 좋아하는데, 일반 로맨스는 결국 두 사람이 사랑을 하면 이루어지지만 퀴어 로맨스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좋아하는 편입니다. 사랑이란 이루어지지 않을 때 더 아름다운 법이니까요.
주인공은 카프카는 이지만, 동성애자 대니얼을 만나고 난 후 천천히 그에게 끌리게 됩니다. 두 사람은 사랑을 하게 되지만 그 마음을 여는 과정은 아주 천천히 그려지고 있는데요. 대니얼에게 끌리지만 왜 카프카가 바로 그에게 모든 것을 허락하지 못하는 지에 대해서 나오는 회상 장면은 꽤나 안타깝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남자를 사랑할 때와 여자를 사랑할 때의 차이가 나옵니다. 남자는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할 때 닮을 수 있지만, 여자는 그러지 못한다는 구절이 나오는데요. 실제로 연애를 하면서도 상대방을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기에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구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가 아무리 그 사람을 닮으려고 해도 결국 어느 선 이상으로는 상대방을 닮아갈 수 없게 되어 버리니까 말이죠.
물론 [암페타민]이라는 영화는 그리 쉬운 영화는 아닙니다. 말 그대로 암페타민이라는 약에 중독이 되어 있는 카프카의 환상과, 그를 고쳐주기 위한 대니얼의 노력인데. 중간중간 말도 안 될 정도의 영상과 역겨울 정도의 스토리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보고 나면 참 많은 것을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영화를 많이 보다보니 그냥 웃고 마는 영화들은 조금씩 식상해지고 있습니다.
한 번이라도 더 생각을 하는 영화가 필요하신 분이라면, [만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암페타민] 한 번 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심약하신 분이라면, [암페타민]은 보지 마세요!
2008년 2009년 2010년 상/하반기 다음 우수블로거 <ksjdoway@hanmail.net>
Lovely Place Fivestar <http://blog.daum.net/pung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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