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재의 스물셋: 하나. 경악스러웠던 ‘백지영’
어제 6월 11일 ‘백지영’이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당당한 매력을 가진 유쾌한 가수인 그녀인데요.
그런 그녀가 예능에 나와서 놀라운 말을 한 겁니다.
아마도 [Good Boy]라는 신곡의 홍보도 겸한 것 같은데요.
남자 친구 버릇에 데이트 비용을 자신이 안 낸다는 겁니다.
일단 그렇게 돈이 많은 그녀가 돈을 안 낸다는 사실에 한 번.
그 이유가 남친 버릇 길들이기라는 발언에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아니 어떻게? 그녀가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어쩌면 그다지 놀라운 말이 아닐 수도 있어요.
‘백지영’ 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여자 사람들이 그랬습니다.
[사진 출처 : 다음 검색]
지금 만나는 친구의 경우에도 데이트를 하게 되면 돈을 하나도 부담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백지영’의 사례와는 완벽하게 다릅니다. 이 친구는 정말로 돈이 없거든요. 대학로의 한 코미디 극단에서 일을 하는데 그들의 노력에 비해서 정말 터무니없는 돈을 받았지만 다들 꿈을 위해서 참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그러려니 했습니다. 하지만 어쩌다 한 번 만나면 제가 모든 돈을 다 냈습니다. 그리고 그게 당연했습니다. 얼굴을 보면 좋으니까. 당연히 만나기 위해서 제가 돈을 내는 것이 맞는 거죠. 그런데 돈이 있는 친구들도 이상하게 돈을 안 내려고 합니다.
참 웃긴 것이 남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다들 쪼잔하다고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그런데 왜 남자만 쪼잔한 거죠? 한 친구를 만났을 때 영화관에 가서도 4D를 봐도 돈을 애초에 낼 생각도 안 하고, 영화 시간을 기다리기 위해서 커피 전문점에 들어가도 돈을 쓸 생각을 안 하고, 심지어 극장에서 먹을 팝콘과 음료를 고를 때도 신이 나서 고르더니 계산할 때는 관심도 가지지 않는 겁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저보다 공부도 잘 하는 친구라서 과외도 해서 돈도 많았다는 거죠. 하지만 제 주변 여자 사람들에게 하소연하니 모두 답이 비슷합니다. 에이,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래?
사실 저는 제가 모든 돈을 내는 편이에요. 솔직히 돈을 눈앞에서 가르고 그러는 것이 우스우니까 그러죠. 친구들하고 보더라도 제가 먼저 뭘 하자고 이야기를 했더라면 다 하는 것이 보통이에요. 남자 친구들하고 보더라도 영화비 같은 거 제가 보자고 했으면 제가 다 냅니다. 그런데 남자 친구들의 경우에는 기를 쓰고라도 자기가 내려고 해요. 참 우스운 노릇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돈을 내고 나면 나름 뿌듯함도 있고, 이 친구들이 고마워하는 구나라는 생각도 해요. 그런데 여자 친구들은 와우, 돈을 내건말건 신경도 안 써요. 어차피 내려고 하더라도 이러면 빈정이 상하기 마련이죠.
저는 어릴 적부터 여자는 돈을 쓰면 안 된다는 주의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학교 뒤에서 기숙사로 올라가기 위해서 택시를 탈 때 누나들이 있어도 제가 돈을 다 냈고, 뭘 해도 제가 다 돈을 냅니다. 하지만 이런 건 어디까지나 제가 먼저 배려를 해서 가능한 거죠. 여자가 당연히 이런 거라고 생각을 하면 솔직히 화가 나고 어이가 없습니다. ‘백지영’의 경우 이래서 참 실망스러웠습니다. 워낙 쿨하고 매력적인 여성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죠. 행동은 잔뜩 개방이 된 서양의 행동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마인드는 조선시대의 여인네라니.
물론 여자가 모든 돈을 다 내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생각을 해요. 지금은 제가 학생이라서 다들 돈이 없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취업을 하면 당연히 남자가 돈을 더 많이 벌게 되는 상황이 올 테니까요. 비록 남자는 2년이 늦는 바람에 처음 들어가면 동갑내기들 보다는 초봉이 낮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 많은 돈을 받기도 하고, 같은 액수의 돈을 벌더라도 딱 50:50을 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을 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남자가 100% 다 내야 하는 거라고요? 그런 생각도 예의에 어긋나는 거 아닌가요? 양성 평등이라고 하면서 왜 여자들은 보호를 받으려고 하는 거죠?
물론 모든 여자 사람들이 다 그런 거 아니에요. 지금은 다들 졸업을 하고 바빠서 못 만나기는 하지만 학교를 다닐 때 보았던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의 경우 자기들이 다들 자신의 몫을 내려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이상하게 만났던 상대들은 밥, 커피, 영화, 뭐든 다 제가 내야 하더라고요. 이 친구들도 연애를 하면 그런 걸까? 생각을 했는데 그렇게까지 가지는 않더라고요. 물론 남자들 스스로도 돈을 다 내야 한다는 마인드도 바꿔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김원희의 맞수다]에서 ‘백지영’이 했던 것 같은 경악스러운 발언이 안 나오는 거겠죠.
저만 하더라도 아는 누나의 친구를 만났을 때 제가 돈을 다 내야 한다는 생각에, 결국에는 커피를 얻어 마셨지만, 낮에 커피를 사고 저녁에 식사를 할 때 우겨서 치킨 집으로 갔어요. 제가 돈을 다 내야 하니까 누나가 먹고 싶다고 하는 베트남 음식을 먹어보고 싶기는 했지만 혹시나 돈이 모자라면 어떻게 해요? 좀 그렇잖아요. 그렇다고 처음 만난 여자 사람인데 돈을 내라고 하기도 그렇고 말이죠. 물론 저 같은 마인드도 옳은 것은 아니에요. 남자들도 함께 바뀌어야 하는 거겠죠. 남자들끼리도 여자랑 딱 절반씩 나누면 이상하게 보니까. 그런데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저도 ‘백지영’ 같은 사람에게 버릇이 든 것 아닐까요?
로맨스 소설 쓰는 스물셋 머시매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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