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수다] 애프터 어스, 아빠는 잘 만나야 해.
지하철에서 예고편이 정말 주구장창 나오는 그 순간부터 정말로 기대했던 영화인만큼 [애프터 어스]가 이토록 지루하고 따분하고 심심한 영화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이 영화를 보고 든 생각은 딱 하나. 아, 아빠를 잘 만나야 하는 거구나. 싶더라고요. 만일 제이든 스미스의 아빠가 윌 스미스가 아니었더라면 그가 이런 연기를 가지고 주연을 맡을 수 있었을까? 게다가 그 어린 제이든과 그가 맡은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심심한 역할 ‘키타이’를 원톱으로 이끌 수 있을 리가 없었을 테니까요. 갑 논란이 계속 나는데 이건 갑 논란 아닌가요? 아무리 봐도 아빠를 잘 만나는 게 데뷔의 최고봉 아닐까요?
정말 시종일관 지루한 이 영화는 MBC 예능 프로그램 [뜨거운 형제들]의 [아바타 소개팅]을 떠올리게 하는데, 이건 뭐 재미도 없고 약간의 감동만 있는 정도랄까요? 그래요. 아빠가 다리가 아파서 아들이 혼자서 강인하게 밖으로 나가야 해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토록 윌 스미스의 지친 얼굴을 계속 봐야 하는 영화라니. [라스트 에어벤더]에서도 ‘M 나이트 샤말란’감독에 대한 믿음이 많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이토록 실망할 영화가 나올 줄 몰랐다고요! 이건 정말 뭘 이야기하려는 지를 관객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그런 영화거든요. 뭔가 거대하고 웅장한 그런 것을 원하신다면 무조건 NO!
미래의 지구는 뭔가 신기하기는 해요. 하지만 거기에서 끝. 그냥 신기해. 그게 다라고요! 우주에서 웜홀 타고 통과하는 것도 이미 [스타트랙 다크니스]의 워프에서 훨씬 더 세련되고 새끈하게 만날 수 있잖아요. 게다가 도대체 왜 계속 뭔가가 이렇게 튀어나올 것처럼 불안함을 조성하는 거죠? 물론 영화가 아.무.것.도 없으니 그런 긴장감이라도 줘야 하는 거라는 것은 알겠지만 그래도 이 영화 불쾌해도 너무 불편하고 불편해도 너무 불편하다고요!
소년이 성장하기 위한 여정. 그래요. 소년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난이 필요하겠죠. 하지만 소년이 성장하기 위한 그 고난을 왜 관객들이 두 시간 가까이 의자에서 겪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안 그래도 힘든 일주일. 그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풀기 위해서 극장으로 향하는 건데 말이죠. 아무리 손에 팝콘과 콜라가 들려 있다고 하더라도 재미없는 영화를 보면 절대로 힐링이 될 수 없단 말이에요. 뭔가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은 알겠는데. 그래도 이건 너무 아니지 않나요? ‘윌 스미스’에게 화도 나지만 여기에 낚인 나에게도 참 화가.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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