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8
“조장 많이 피곤해 보이십니다.”
“내가 그래?”
“네.”
해진은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서 류환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유난히 피곤해 보이는 느낌에 해진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토해냈다.
“왜 네가 그렇게 걱정이냐?”
“그럼 조장 일인데 제가 걱정을 안 합니까?”
“나 안 죽어.”
“누가 죽는다고 했습니까?”
“그런데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 그냥 요즘 피곤한 일이 좀 많았잖아. 그리고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도 힘들고.”
“원래의 삶이라고요?”
해진이 살짝 멈칫하며 손을 떼자 류환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가볍게 해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는 내 걱정을 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어른이니까. 일단 너부터 다 낫고 여기를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야.”
“저도 어른입니다.”
“네가 무슨 어른이야?”
“조장.”
“너는 아직 아이야.”
류환의 쐐기를 박는 이야기에 해진은 살짝 볼을 부풀렸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류환에게 자신은 아이일 수밖에 없었다. 처음 만났을 적에도 그보다 작은 아이였고, 지금도 그보다 작은 아이였다.
“몸은 좀 괜찮나?”
“네.”
“빨리 나아야 한다. 지금 우리가 믿는 것은 남조선이 아니라 우리 둘이야. 남조선을 믿다가는 다시 당할 수도 있어.”
“네.”
해진은 아랫입술을 살짝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동구를 만날 수 있게 해주면 나도 동구를 만나야 하는 것 아닌가? 도대체 왜 여즉 동구를 못 보게 하는 거여?”
“그 사람이 원하지 않습니다.”
수혁의 차가운 말에 순임의 얼굴에 허탈한 표정이 스쳤다.
“동구가 나를 안 보고 싶어 한다고?”
“그냥 아무도 보고 싶어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자신으로 인해서 더 큰 문제가 생기기를 바라지 않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여. 세상에 어느 어미가 자기 자식 탓에 일이 터질 것이라고 그것을 겁을 낸다고. 하여간 그 바보 같은 놈은 지 어미 속도 모르고 그렇게 한심한 생각을 하고 있는가. 다음에 동구를 만나면 꼭. 내가 꼭 자기를 보고 싶어 한다고. 그렇게 말을 해주겠는가? 부탁이네.”
“알겠습니다.”
슈퍼를 나선 수혁은 바로 담배부터 물었다. 순임은 늘 그를 불편하게 하는 상대 중에 하나였다.
“젠장.”
“당신 또 온 거야?”
수혁은 고개를 둘렸다. 두석이 멀리서부터 인상을 찌푸리면서 오자 수혁의 표정도 그리 좋지 않았다.
“가는 중입니다.”
“여기는 왜 온 거야?”
“모친께 직접 물어보시죠.”
수혁은 바닥에 담배를 대충 던지고 언덕을 내려갔다.
“당신 우리 동구 어디 있는지 아는 거지!”
우리 동구? 수혁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두석을 돌아봤다.
“지금 하신 그 말씀이 본인의 경찰 생활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시는 것은 아니겠죠?”
“뭐라고?”
“원류환은 간첩입니다. 우리 정부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죠. 지금 그 사람을 우리 동구. 이런 식으로 표현을 했다는 것은 국가를 부정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말입니다. 그런 말씀 쉬이 하시면 안 됩니다.”
“지금 협박하는 거냐?”
“협박이 아니라 사실을 알려드리는 겁니다.”
“야! 너 거기 안 서!”
“두석이 너 왔냐?”
순임이 밖으로 나오자 두석은 그제야 목소리를 낮추었다.
“너 한 번만 더 와서 우리 엄마 괴롭혀 봐. 그리고 우리 동구 혹시라도 잡아놓고 있는 거면 각오하고 있는 것이 좋을 거야. 내가 무조건 구해올 거니까. 알았어? 우리 동구 다치기만 해보라고!”
달동네 언덕을 내려오는 수혁의 마음이 묘했다. 도대체 원류환이 이 마을에서 한 일이 무엇인지 이상했다. 갑자기 흘러들어온 사내에 도대체 이 마을 사람들은 왜 이리 정을 준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런 일은 이제 하지 않아도 될 텐데?”
“앞으로 나랑 리해진 두 사람이 먹고 정상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집을 구하는 것도 어렵고.”
“그건 우리가 해주겠다.”
“아니.”
수혁의 제안에 류환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네 도움은 받지 않는다. 리해진이 병원에 입원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 정도 도움도 받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을 텐데.”
“위에서 네가 한 일에 대해서 감탄하고 있어. 우리 쪽 그 누구도 그렇게 깔끔한 처리를 하지 못했거든.”
“그걸 지금 칭찬이라고 하는 건가?”
“물론.”
“듣기 불쾌하군.”
“그랬다면 할 수 없고.”
수혁은 담배를 입에 물고 가만히 류환을 응시했다.
“슈퍼 아줌마가 너 보고 싶다고 하더군. 어차피 살아있는 것 가서 한 번 얼굴이라도 보여주어도 되는 것 아닌가?”
“그 사람들하고 나는 더 이상 상관이 없다고 말을 했을 텐데? 공연히 그 사람들 흔들어서 뭘 얻어내겠다는 거지?”
“모르지. 지금은 우리가 만든 울타리 안에서 벗어나려고 발악을 하고 있는 원류환을 평생 묶어놓을 수 있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지 말이야. 만일 그런 것이 있다면 우리도 더 이상 고생할 필요가 없고.”
류환이 앞으로 달려들자 수혁은 가볍게 그를 피하고 뒤에서 발로 밀었다. 류환은 넘어질 듯 하면서도 한 바퀴 굴러서 자세를 잡고 다시 수혁에게 덤볐다. 몇 번의 합이 이루어지고 수혁은 한숨을 토하면서 혀로 입술을 축이고 짧아진 담배를 바닥에 던진 후 가볍게 목을 풀고 손을 들었다.
“지금 네가 싸워야 하는 상대는 내가 아니라고. 지금 나는 너를 돕고 있는 거야. 모르는 거야?”
“지금 네가 하는 일을 내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면 네가 나를 돕는 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텐데.”
“그런 건 모르지.”
“간나 새끼.”
“하여간 욕은. 아무튼 우리는 별로 바라는 것이 없어. 우리는 네가 그 정도 일을 해주기를 바랄 뿐이야.”
류환은 더 이상 대답을 하지 않고 멀어졌다. 수혁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면서 다시금 담배를 입에 물었다.
“통닭이다.”
“조장이 돈이 어디에 있어서 이런 걸 사옵니까? 설마 그 남조선.”
“아니야.”
살을 발라서 해진의 입에 넣어주며 류환은 가볍게 눙쳤다. 해진은 얼굴이 붉어지면서 그 닭을 받아먹었다.
“맛있냐?”
“네.”
“일 하고 있어. 우리 두 사람이 살 집을 찾을 거야. 그 누구도 우리를 괴롭히지 못할 그런 곳으로. 그래서 너 공부시키고 그럴 거다.”
“조장.”
“그러니 어서 먹어.”
류환은 씩 웃으면서 살을 발랐다. 해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꾸역꾸역 닭을 먹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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