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9
“이제 많이 괜찮아졌어요.”
“그렇습니까?”
채영은 흐뭇한 눈으로 해진을 바라봤다. 저토록 성실하게 재활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비록 어디에서 다친 것인지 여전히 말을 해주지 않아서 궁금하기는 하지만 그런 것은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얼마나 더 있으면 나을 것 같습니까?”
“글쎄요. 그건 본인의 의지에 달린 문제 같아요. 다만 허벅지에 총상. 아, 아니. 아무튼 그 상처가 꽤 커요.”
“그렇군요.”
“그리고 옆구리에도 칼로 인, 아니 아무튼 조금 깊은 상처가 하나 패여 있는데 그쪽도 무리가 있었던 모양이더라고요. 아무래도 높은 곳에서 떨어져서 생긴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그런 것에 대면 아주 정상적이에요.”
“강한 녀석이죠.”
“네.”
“조장!”
류환을 발견하기가 무섭게 큰 소리로 그를 불렀던 해진이 곧바로 눈을 떼구르르 굴리며 고개를 숙였다.
“내가 조장이라고 부르지 말라니까.”
“하지만 버릇이 되었습니다.”
“그냥 형이라고 해라.”
“네?”
해진이 눈을 크게 뜨고 류환을 응시했다.
“지, 지금 그게 무슨?”
“네가 나를 그런 식으로 부르는 것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겠어? 나는 그런 것 같은데?”
“하지만.”
“싫어?”
“아니요.”
해진은 고개를 몇 번이나 도리질 쳤다. 류환은 그런 해진이 귀여웠던 모양인지 가볍게 그의 볼을 꼬집고 자신도 놀라서 손을 뒤로 감추었다.
“아무튼 저 여자 의사도 이상하게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일단 네 몸에 상처가 그리 정상적인 상처들이 아니라서 그런 거겠지. 그래도 의사는 의사가 맞는 모양이다. 총에 의한 것인지 칼에 의한 것인지 복잡하지 않게 바로 알아차리더군. 꽤나 유능한 의사인 모양이다. 너에게 잘 된 것 같다.”
“그렇게 많은 대화를 나누신 겁니까?”
“어?”
갑자기 해진의 목소리가 차분해지자 류환은 고개를 갸웃했다. 해진은 먹던 아이스크림 슫가락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
“병실로 갈 겁니다.”
“이거 다 먹고 가야지!”
“조장이, 형이나 다 드십쇼.”
“리해진!”
도망이라도 가는 것처럼 병원 건물로 가는 해진을 보며 류환은 고개를 갸웃했다. 저 녀석이 도대체 왜 저러는 것인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내가 뭘 잘못한 건가?”
류환은 입을 쭉 내밀고 남은 아이스크림을 퍼먹었다.
“정규직으로 일을 할 생각이 없나?”
“네?”
일당 봉투를 받던 류환이 고개를 들었다.
“정규직으로요?”
“뭐 그래도 하는 일은 크게 다를 것이 없을 거야. 그런데 자네처럼 성실한 사람이 우리 작업장에 매일 나왔으면 해서.”
“지금도 매일 나오고 있습니다.”
“아니 우리가 조금 더 제대로 자네를 관리하고 싶거든. 혹시나 다른 작업장으로 가면 낭패라서 말이야.”
“그럴 일 없을 겁니다.”
류환이 단호하게 이야기를 하자 작업 반장은 입을 내밀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별 생각이 없다는 사람을 붙들 필요는 없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그래.”
“그냥 하지 그래?”
“아니요.”
같이 일을 하는 동료의 물음에 류환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한 곳에 정착하는 것은 문제가 생길지도 몰랐다.
“다른 일도 하고 싶은 일들이 있어서요.”
“맞네. 자네는 젊으니 뭐든 할 수 있지.”
“그럼.”
“그래 가.”
“이 사람은.”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수혁이 건넨 총을 허리춤에 차면서 류환은 무심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거라면 공연히 그 사람에게 어떤 감정 같은 것을 가지고 싶지 않았다. 그가 할 일은 그저 사람을 죽이는 거였다.
“어디지?”
“저 놈이 누구야!”
“이게 무슨!”
“리해진.”
“형 오늘은 늦으셨습니다.”
“일이 있어서.”
류환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해진의 옆에 앉았다.
“이제 저 퇴원해도 된다고 합니다. 이제 그냥 가끔 들려서 치료를 받아도 될 정도라고요. 이제 집으로 갈 수 있습니다.”
“아직은 아니야.”
“네?”
“돈이 조금 더 모여야 해.”
“하지만 저는 형과 같은 장소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너 그런데 호칭을 그렇게 하려면 말투나 좀 바꾸지 그래?”
“네?”
“형이라고 하면서 말투는.”
해진은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류환은 해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고 병실 샤워실로 들어갔다. 물소리가 나고 해진은 무릎을 안았다.
“형. 형. 형, 형이구나.”
해진은 조심스럽게 가슴에 손을 얹었다. 두근거렸다. 같이 살 날이 멀지 않았다.
“역시나 위험해.”
“네?”
상사의 말에 수혁의 미간이 모아졌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우리가 그 동안 주요 타깃으로 삼았던 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죽어가고 있다. 이게 가능하다고 생각을 하는 건가?”
“불가능한 것은 또 뭐라고 생각을 하십니까? 저쪽은 이미 짐승으로 길러진 이들입니다. 불가능할 것은 없습니다.”
“아니.”
상사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 녀석은 그냥 두면 우리에게 위협이 될 거야. 우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할 거라고. 그 녀석을 막아야 하네.”
“하지만.”
“내가 지금 서 팀장 의견을 물은 건가?”
“아닙니다.”
수혁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사실은 언제 이야기를 할 거지?”
“무슨 사실 말입니까?”
“리해랑이 죽지 않았다는 것.”
“아직은 아닙니다. 아직은.”
수혁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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