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수현우 팬픽 [완]

[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10

권정선재 2013. 7. 5. 19:00

[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10

이제 퇴원을 할 때가 되었다고.”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지.”

아니. 안전가옥이라는 것 정도는 우리가 마련을 해줄 수가 있는 거라서 말이야. 네가 거절을 안 한다면.”

거절한다.”

류환은 단호히 대꾸하며 수혁을 노려봤다.

내가 그런 식으로 너희들 안으로 들어갈 거라고 생각을 한 건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어떻게 한 거지?”

가족이 한국으로 들어올 거다.”

뭐라고? 나는 이미 거절했다.”

왜 거절을 하는 거지? 네 가족이잖아.”

아니.”

류환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수혁에게서 한 발 멀어진 후에 가만히 수혁을 살폈다. 무기는 없어 보였다.

지금 네가 내 가족을 데리고 오는 것이 정말로 나를 위해서 그런 일을 하는 건가?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데. 단순히 나를 협박하기 위한 용도 중에 하나로 내 오마니를 데리고 오는 것 아닌가?”

맞지.”

그런데 내가 감사해야 하는 건가?”

물론.”

수혁은 담배를 입에 물고 너무나도 쉽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유가 어떻게 된 것이건 결국 가족이 이 나리에 왔으니까. 이 나라는 네 조국보다 더 나은 나라고.”

누가 그러지?”

뭐라고?”

뿌리부터 갈라져 있는 이 나라는 우리 조국보다 하나 나을 것이 없다. 뿌리 깊은 지역 갈등, 그리고 정치인이라는 족속들은 인민들을 먹여 살리기 보다는 자기들의 잇속만을 챙기지. 이런 나라가 좋은 나라인가?”

최소한 너희들과 다르게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직업을 선택하고 원하는 곳에서 살 자유가 있으니까.”

류환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안전 가옥에 가지 않으면 너희 나라에서도 너를 죽이러 오는 사람들이 있을 거 같은데? 그 꼬맹이 녀석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서라도 안전 가옥에 가서 생활하는 것이 맞을 거다.”

조국에서 아무리 대단한 혁명 전사를 보낸다 하더라도 우리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나?”

하지만 민가에서 너희들이 움직일 수 있는 폭이 그리 넓지 않다는 것 정도도 이미 알고 있지.”

서수혁.”

선택을 하라고.”

 

몸은 좀 가볍나?”

. 조장.”

해진은 제자리에서 뛰어보기까지 하면서 해맑게 웃었다.

리해진.”

. 조장.”

남조선에서 우리에게 안전 가옥이라는 것을 준비한다고 한다. 그곳에 들어가면.”

싫습니다.”

류환의 말이 끝이 나기가 무섭게 해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조장하고 그냥 단둘이 살고 싶은 것이 전부입니다. 다른 생각 같은 것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지금 조장께서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그 남조선 간나 새끼들 안으로 들어가려는 겁니까?”

너를 위해서다.”

저를 위해서라고요?”

리해진. 너에게 평범한 남조선 아이들의 삶을 줄 거라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방법이 없잖냐?”

아니요.”

해진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는 조장만 있으면 다른 것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습니다. 그저 조장과 한 집에 사는 것이 전부라고요.”

하지만 나는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류환은 살짝 무릎을 굽히고 해진의 눈을 가만히 바라봤다. 해진은 뺨을 붉힌 채로 시선을 살짝 아래로 숙였다.

리해진 나를 싫어하나?”

?”

류환의 물음에 해진이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그게 무슨?”

그런 것이 아니면 나를 그렇게 못 볼 이유가 없잖아. 리해진. 은근히 내 시선 많이 피하는 것 같단 말이야.”

그런 거 아닙니다.”

해진은 주섬주섬 옷가지를 챙기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마음도 몰라주는 류환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도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으니까.

네가 나를 따르고 싶다면 안전 가옥으로 가자. 일단 너를 지키는 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우선의 일이니까.”

저 더 이상 예전의 그 꼬마가 아닙니다. 조장이 그렇게 저를 보살피고 그래야 할 필요가 없다고요.”

너는 여전히 꼬마야.”

류환은 해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해맑게 웃었다. 해진은 그런 류환이 맘에 안 들어 볼을 부풀렸지만 류환의 눈에는 더욱 어리게만 보이는 해진이었다.

 

역시나 최고의 실력이야.”

그런 칭찬 듣기 싫다고 했을 텐데.”

.”

수혁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입에 담배를 물었다.

너에게는 미안하게 생각을 하고 있다.”

뭐가 미안하다는 거지?”

우리가 직접 할 수 없는 일이니 네 손에 피를 묻히는 거라서 말이야. 너도 이런 일은 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리해진 귀에만 들리지 않는다면 상관은 없어.”

류환은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누군가를 죽인다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은 없었다. 다만 더 이상 이곳에서 머물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리해진이 곁에 없다는 사실은 두려웠다.

너는 아마 이해하지 못할 거다. 너희는 사람보다는 돈에 먼저 움직이는 그런 치졸한 놈들이니.”

모르는 소리라고 함부로 하지 마라. 국정원 녀석들도 너희 못지 않게 서로를 지키기 위한 놈들이니.”

웃기지도 않는 군.”

류환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네 어머니나 그 꼬맹이의 어머니와 두 동생이 한국에 오는 일이 조금 문제가 생길지도 모를 것 같다.”

류환은 가만히 수혁의 얼굴을 살폈다. 다소 장난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진지한 그의 얼굴에 류환은 속으로 욕을 삼켰다.

애초에 그런 것을 바라지도 않았는데 그런 것을 해줄 것처럼 이야기를 하면서 나를 자극하는 이유가 뭐지?”

그게 너를 흔들 수 있다는 것을 아니까. 괴물로 길러진 너희들을 막을 방법이 이런 것 뿐이라는 것은 네가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그리고 리해진. 그 녀석도 우리에게 필요할 것 같아서.”

그게 무슨 말이지?”

너 혼자 처리 못 하는 일도 있잖아.”

순식간에 류환은 수혁에게 달려들어서 그의 목을 조르고 그의 품에 들어있던 총을 꺼내 수혁의 머리를 겨눈 후 방아쇠를 반쯤 당겼다. 끼리릭 하는 소리가 들려도 수혁의 얼굴에는 여유가 넘쳤다.

너는 나를 못 쏠거다.”

어떻게 확신을 하는 거지?”

여기에서 나를 쏜다면 너희 둘이 한국에서 아무런 문제도 없이 살아가는 것은 무리일 테니까. 너희 조국만이 아니라 이 나라도 너희를 죽이려고 난리가 날 거다. 그런 것을 바라는 건가? 그런 거라면 지금 당겨라.”

류화는 잠시 심호흡을 하고는 탄창을 분리한 권총을 수혁에게 건넸다. 수혁은 혀를 내두르며 새로운 담배를 입에 물었다.

네 적을 분명히 아는 것이 좋을 거다. 그리고 대놓고 나처럼 네 편 드는 사람은 믿어.”

류환은 뭐라 말을 덧붙이지 않고 자리를 피했다. 수혁은 한참이나 담배를 피워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