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수현우 팬픽 [완]

[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11

권정선재 2013. 7. 6. 19:00

[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11

아직도 안 자고 있었나?”

조장이 오지 않으셨는데 잘 수 있을 리가 있습니까? 어디 다녀오시는 겁니까? 많이 늦으셨습니다.”

아무 것도 아니야.”

류환은 가볍게 해진의 뺨을 만지고 집으로 들어섰다.

집은 좀 편한가?”

남조선 간나 새끼들이 시간마다 전화를 해대는 것을 빼고는 나쁘지 않습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겁니까?”

우리를 믿지 못하는 거지.”

류환은 쓴웃음을 지으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저들에게 우리는 여전히 괴물이니까. 우리는 여전히 남조선 사람들에게 적이니 당연한 것 아니겠나?”

그렇다면 여기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선 아닙니까? 조장. 이제 더는 더 이상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됩니다. 더 이상 남조선 간나 새끼들의 말을 들으면서 굽신굽신 있을 이유가 없단 말입니다.”

하지만 남조선 사람들에게 얻을 수 있는 도움도 있을 거다. 특히나 리해진. 네가 학교를 다니는 문제 같은 것. 일단 신분증이 나온 상황이니 학교를 가는 것은 문제가 없을 거야. 아무 문제도 없을 거라고.”

하지만 저는 학교에 다니고 싶지 않습니다.”

?”

그건.”

어차피 나는 낮에 집에 없을 거다.”

류환은 해진의 손을 이끌어 자신의 옆에 안혔다. 그리고 가만히 해진의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한 후 자신은 그 머리에 기댔다.

리해진.”

.”

너는 무조건 지킨다.”

조장.”

한 치만 더 깊이 들어가면 다리를 절 수 있는 상황에서 너는 침착하게 내 눈을 바라본 녀석이었다. 그리고 환부를 동료들에게 드러내지 않게 계속 치료하면서 거기에서 벗어났어. 그리고 남조선으로 왔다. 이제는 네가 내 곁에 오기 위해서 노력을 한 만큼 내가 너를 내 곁에 두기 위해 노력을 할 거다.”

조장.”

이제 형이라고 부르라니까.”

류환은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이런 말을 하면 위대한 주체 조국에 계신 수령님께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저 바보 동구로 사는 삶이 훨씬 더 나았어. 조국의 그 어떤 사람보다도 편한 삶을 살았으니까. 그리고 우리 인민들이 안타깝다.”

조장. 그런 말씀은.”

이제 괜찮아.”

해진이 놀라서 반응을 보이려고 하자 류환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 더 이상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거였다.

리해진. 더 이상 네가 생각을 하는 것을 부정할 필요가 없다. 너도 남조선에 와서 더 편하지 않았나?”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그럼?”

그저 조장이 곁에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랬군.”

류환은 애써 웃음을 참았다. 누군가가 자신을 의지한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일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나는 좀 씻고 올게.”

.”

잠시 더 소파에 앉아있던 해진은 류환의 벗은 옷가지를 들고 세탁기에 넣으려다가 핏방울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조장.”

해진은 샤워실 문을 바라봤다.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묻고 싶었지만 류환이 굳이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을 하면서 애써 시선을 거두었다.

나 때문이야.”

해진은 눈물을 애써 참은 채로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크윽.”

수혁의 이야기와는 다르게 상대는 꽤나 거칠게 저항을 했다. 배에 새겨진 구멍을 따라 여전히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하지만 일단 씻는 것이 우선이었다. 뜨거운 물에 고통을 삼키며 상처를 씻은 후 소독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았다.

젠장.”

저절로 욕설이 흘러나왔다. 언제까지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 일을 계속 한다고 한들 자신에게 유리한 것이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불리하게만 작용을 할 거였다.

서수혁.”

어서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야 했다.

 

나와 보라니까.”

싫습니다.”

리해진.”

류환은 거칠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교복을 입은 해진의 모습은 제 나이로 보일 만큼 예뻤다.

귀엽네.”

조장.”

임무로 입은 그 옷보다 색이 밝아서 좋군. 진짜로 학생이 되어서 남조선에서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학교에 다니면 제가 남조선에서 생활을 할 수 있는 걸까요? 그저 평범한 아이가 될 수 있는 걸까요?”

물론.”

류환은 탁자 위에 놓인 넥타이를 해진의 목에 걸어주었다. 류환의 가슴이 닿자 해진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류환은 쿡 하고 웃고는 넥타이를 메고 가만히 해진의 얼굴을 바라봤다.

리해진.”

. 조장.”

형이라고 부르라고.”

. .”

학교 잘 다녀와.”

.”

해진은 아랫입술을 물고 얼굴을 붉힌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해진아!”

계단을 내려가는 해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류환은 손을 흔들었다.

잘 다녀와!”

.”

해진은 겨우 대답을 한 다음 다시 고개를 돌린 후 얼굴을 붉힌 채로 학교로 향했다.

 

아직 의식은 없습니까?”

.”

몸의 절반에 화상을 입은 해랑은 평온하게 잠을 잔 상태였다. 마치 죽은 것처럼 보이는 그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오직 바이탈 싸인이 전부였다. 그걸 제외하고는 아무 것도 그의 생명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일단 깨워야 합니다.”

그게 환자의 의지라.”

도대체 의사들이 하는 일이 뭡니까?”

뭐라고요?”

젠장.”

수혁은 낮게 욕설을 내뱉고 몸을 돌렸다. 해랑이 의식을 찾지 못한다면 그를 유리한 카드로 사용하겠다는 그의 계획은 어긋나 버릴 거였다.

보통 다른 환자들은 이런 상태가 얼마나 됩니까.”

그게 환자마다 다릅니다. 빠르게 일어나는 환자도 있는 반면, 몇 년이나 의식을 찾지 못하는 환자도 있습니다.”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산 너머 산이군. 알겠습니다.”

수혁은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기가 무섭게 입에 담배를 물었다. 다른 사람들이 그를 노려보았지만 그의 가슴에 박혀 있는 국정원 신분증에 아무도 말을 하지 못했다. 수혁은 엘리베이터 바닥에 꽁초를 버린 후 병원 건물을 빠르게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