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12
“새로 전학 온. 아, 이름이 뭐라고 했지?”
“이해진입니다.”
“그래. 새로 온 해진이. 다들 박수.”
아이들은 저마다 경계의 눈초리로 해진을 응시했다. 해진은 별로 그들의 시선에 대꾸를 하지 않은 채로 교사가 가리킨 자리로 향했다. 누군가가 다리를 거는 것을 보고 해진은 심호흡을 하고 사뿐히 그 다리를 넘어 자리에 향했다. 그리고 잔뜩 발라진 본드에 한숨을 내쉬고 창문을 열고 그대로 의자를 던졌다.
“이해진 너 뭐하는 거니?”
연경이 놀라서 해진을 불렀다.
“의자에 나쁜 것이 묻어있어서요. 혹시 새 의자가 필요하면 어디로 가야 하는 건가요? 제가 가지고 오겠습니다.”
“어?”
“어디로 가야 하는 거죠?”
“살아있는 연어들이 있다.”
“리무혁 대장 동지.”
“연어들을 죽여야 한다.”
태원마저 남으로 가서 행방이 묘연한 상황에서 고집을 피우는 무혁 탓에 주현의 심기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하지만 대장 동지. 지금 북남 간의 상황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합니다. 위원장 동지도 지금은.”
“지금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야!”
무혁은 갑자기 고함을 지르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갸들이 남조선에 있다는 것을 알면 다른 이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기야. 나도 살아야 할 것 아니네?”
“대장 동지.”
“연어들은 죽어야만 해.”
“너 전학 왔다며?”
점심 시간도 해진에게는 조용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어디에서 다들 그렇게 이야기를 듣고 왔는지 학교 안의 껄렁거리는 아이들은 모두 해진에게 다가와서 그에게 시비를 걸려는 모양이었다.
“나 귀찮게 하지 말았으면 하는데?”
“얘 지금 뭐라는 거냐?”
학생 하나가 해진에게 주먹을 날리는 순간 해진의 눈이 번쩍였다. 그리고 순식간에 학생의 급소를 모두 누른 후 바닥에 넘어뜨렸다.
“또 나에게 말 걸고 싶은 애 있는 거야?”
“야. 다들 뭐 해? 저 녀석은 하나라고!”
“네?”
휴식을 취하고 있던 류환은 놀라서 자리에 앉았다. 평소에 점심 시간에는 아무런 말도 없는 류환이기에 동료들도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알겠습니다.”
류환은 전화를 끊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작업 반장에게 향했다.
“오늘 일찍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 원류환 씨. 오전만 하고 가면 어떻게 해? 그럴 거면 우리가 다른 사람을 데리고 왔을 거 아니야.”
“죄송합니다.”
“아니 죄송하다고 되는 게 아니라.”
“오늘 일당은 받지 않겠습니다.”
순간 작업 반장이 입을 꾹 다물었다. 어차피 류환은 오전에 다른 사람들이 하루에 할 일도 다 해 놓은 상태였다. 없어도 그만이었고, 어차피 보낼 상황이었지만 류환이 이렇게까지 말을 하는데 부정할 필요는 없었다.
“뭐 자기가 그렇다면 할 수 없고.”
“내일 뵙겠습니다.”
“그래 들어가요.”
류환은 곧바로 자신의 옷으로 갈아입은 후 해진의 학교로 향했다.
“아니, 이게 말이 되는 일입니까? 우리가 애를 학교에 보낸 거지. 깡패한테 맞으라고 보낸 것은 아니잖아요.”
“어머님. 이해는 하겠는데요. 상대는 아이가 하나였고 이쪽이 더 많았다고. 다른 애들도 그랬다고요.”
“지금 선생님 뭐라는 겁니까?”
학부모들이 해진을 둘러싸고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데 교무실 문이 열렸다. 류환은 뚜벅뚜벅 해진에게 걸어와 가만히 그의 얼굴을 살폈다.
“다친 곳은?”
“없습니다.”
“그럼 되었다.”
“지금 뭐가 되었다는 거야?”
붉은 안경을 쓴 여자 하나가 류환에게 삿대질을 했다.
“이봐요. 당신이 누구인지는 모르겠는데. 이 아이의 보호자인 것 같은데. 지금 이러면 안 되는 거지?”
“무슨 문제가 있었습니까?”
“당신 애가 우리들 애 만들어놓은 것 좀 봐요.”
소파에 앉아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아이들의 상태가 가관이었다. 저마다 멍에 코에는 휴지도 하나씩 꽂고 있었다.
“도대체 애를 어ᄄᅠᇂ게 가르친 거면 애가 저런 식으로 행동을 하는 거예요? 우리 애들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러는 어머님들은 도대체 애들을 어떻게 가르치셨기에 처음 학교에 온 아이를 단체로 괴롭히는 행동을 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뭐, 뭐라고요?”
“상식적으로 생각을 하십시오. 우리 해진이가 무슨 킬러도 아니고. 순식간에 이 모든 아이들을 두들겨 팰 수 있었겠습니까?”
류환의 차분한 말에 밀리던 학부모 하나가 곧 진정을 하고 다시 삿대질을 했다.
“아니 애들이 그러는데 애가 매점에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저 아이가 멱살을 잡고 그랬다고 하던데요.”
“사실이냐?”
“아니요.”
해진이 고개를 흔들자 류환은 다시 학부모를 응시했다.
“아니라고 합니다.”
“뭐라고요? 당신은 지금. 증거 있어요? 증거?”
“그러는 그쪽은 증거가 있습니까?”
“뭐라고요?”
순간 가만히 있던 해진이 품에서 볼펜 하나를 꺼냈다. 다들 그것을 바라보는데 해진이 볼펜을 이리저리 조작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곧 소리가 흘러나왔다.
‘야. 전학을 왔으면 제대로 행동을 해야 할 거 아니야? 어쭈 이거 봐라? 야 쳐!’
아이들이 잘못했다는 증거가 거기에 고스란히 녹음이 되어 있었다. 학부모 하나가 분노하면 그것을 낚아채려고 한 순간 류환이 그것을 낚아채 자신의 품에 넣었다. 그리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모두를 바라본 후 해진의 손을 잡았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봐도 되겠습니까?”
“애들 다친 것은 어떻게 하고요?”
“정당 방위입니다.”
“정당 방위라니. 애가 지금.”
류환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아이가 먼저 그 아이들을 공격했다는 증거가 있다면 그때 말씀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전에는 저는 해진이를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이만.”
“이봐요!”
류환은 시끄러운 학부모들의 소리를 뒤로 하고 해진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해진이 곧 가쁜 숨을 몰아쉬고 류환의 품에 안겼다.
“죄송합니다.”
“아니야. 원래 남조선의 사내 녀석들은 다른 녀석의 기를 죽이려고 하는 법이다. 유준이 녀석도 그랬으니까.”
“조장.”
“쉿.”
류환은 미소를 지으며 검지를 해진의 입에 가져갔다.
“형이라고 부르라니까. 그리고 정말로 안 다친 거야?”
“네.”
“잘 했어.”
류환은 가볍게 해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해진은 볼이 붉어진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류환에게 칭찬을 받는 일은 늘 기분이 좋았다.
“그래도 이제 싸우면 안 돼. 알았지? 죽일 수도 있어.”
해진은 혀를 살짝 내밀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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