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해치지 않아 1.2
최근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인기를 끌고 있는 ‘HUN’의 또 다른 만화입니다. 망해버린 동물원. 하지만 사랑하는 여자를 다시 만나기를 바라면서 가짜 동물원을 만든 한 사내와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가짜 동물들. 그리고 그 안에서 동물인 척 흉내를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 가짜로 만들어진 동물들과 그 안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작은 동네 동물원에 오는 이들의 이야기는 느리지만 그리고 가짜지만 아름답습니다. 소소한 관계를 맺는 것들에 있어서는 확실히 ‘HUN’만의 매력이 돋보이더군요. 모두가 각자의 사연이 있고, 그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결국 식구를 이룬다는 이야기. 누군가의 삶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는 그의 다른 웹툰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만 가장 무난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다가가는 느낌입니다.
특히나 웹툰과는 다른 영어 대사가 적혀 있다는 점이 꽤나 흥미로운 점인 것 같아요. 확실히 독특한 생각으로 단행본을 만드는데 앞장 서는 것 같습니다. 샴의 경우에도 총 3권이 함꼐 있으면 옆에 글자가 만들어지는 구조였으니 말이죠. 특히나 제가 늘 강조하는 웹툰을 굳이 돈 주고 단행본으로 사는 재미도 확실히 있는 것 같고요. 사실 한 번 본 이야기고, 굳이 단행본으로 구매를 할 정도면 그 이야기가 이미 마음 속에 담긴 만큼 조금 색다른 구성이 아니면 다소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이렇게 색다른 구성을 해주면 책을 구매하고도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게다가 HUN의 만화 자체가 이야기에서 그리 꿀리지 않는 만큼 책을 읽는 재미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리고 휴머니즘도 돋보이다 보니 누군가에게 추천을 해도 그다지 나쁘지 않죠.
다만 중간 중간 비어있는 구성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운 것이 사실입니다. 다른 작품에서는 그러한 것을 크게 느끼지 않았는데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해치지 않아]에서는 이 부분이 조금 돋보이는 것 같더군요. 물론 만화라는 장르의 특성상 어느 정도 비는 구석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일 겁니다. 그 빈 곳은 독자들이 만화적 상상력을 이용해서 알아서 채우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말이죠. 다만 중간에 조금 아쉽게 이어지는 부분들은 안타깝습니다. 특히나 작가 특유의 주인공은 슬프게가 더 돋보이는 것 같기도 해요. 뒤늦게 그랬다. 이런 식의 결말도 아쉽고요. 아무래도 이 모든 것이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야기에 몰입을 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야기에 들어가는 만큼 거기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것들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거죠.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이어서 다시 휴머니즘이 꽤나 강조가 되는 만큼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재미있게 읽으신 분들은 역시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샴]이나 [향연 상자]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조금 무거운 느낌이거든요. 대신 휴머니즘이 강조가 되는 만큼 보고 나서 가슴이 꽤나 먹먹해지기도 합니다. 다소 급하게 결말을 맺는 것 같기는 하지만 결말이 주는 무게감 같은 것도 있는 편이고요. 개인적으로 이 만화를 읽고 나면서 든 생각은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떠한 것을 볼 적에 우리가 보고 싶은 부분을 우선으로 보곤 하죠. 그리고 그게 진실이다! 라고 생각을 해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쪽만 보고 나면 그릇된 판단을 내릴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그리고 정작 그것의 진짜 모습을 보고는 내가 생각한 거랑 달라. 싫어. 이렇게 해버리는 것 같아요. 누구나 다 꿈을 꾸는 그런 공간에 대한 이야기. 사람이 동물인 척 흉내내는 [해치지 않아 1.2]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 문화 > 행복한 책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한 책방] 지식채널 e 8 (0) | 2013.07.05 |
---|---|
[행복한 책방] 2013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영화 (0) | 2013.07.04 |
[행복한 책방] 세계대전 Z (0) | 2013.07.02 |
[행복한 책방] Mr. 박을 찾아주세요. (0) | 2013.07.01 |
[행복한 책방]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 나라의 앨리스 (0) | 2013.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