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수현우 팬픽 [완]

[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16

권정선재 2013. 7. 19. 19:00

[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16

누가 너희를 쫓았다고?”

모르는 일인가?”

아무 것도 모른다.”

입에 담배를 문 수혁의 얼굴에도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도 전혀 모르고 있는 일이었다. 그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다.”

더 이상 네가 우리들에 관여를 하지 않기 바란다. 네가 끼어들면 끼어들수록 이런 일이 더 커질 테니까.”

하지만 여기에서 내가 너를 놓으면 더 큰 문제가 생기게 될 거야. 내가 조금 더 신경을 쓴다면 달라질 거야.”

아니.”

류환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있기에 우리가 지금 이런 위기인 거야. 다시는 당신이 주는 일도 하지 않을 거다. 그랬다가는 더 큰 위협이 오게 될 테니까. 그런 것 바라지 않아. 나는 우리 두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

그런 것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건가?”

수혁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멀리 연기를 뿜었다. 어두운 하늘 가로등을 담배 연기가 어른어른 가렸다.

일단 내가 알아보지.”

그런 게 필요하지 않다고.”

류환은 심호흡을 하고 애써 감정을 눌렀다.

네가 우리를 도우려고 하면 할수록 우리에 대한 흔적을 많이 남기게 되는 것일 테니까. 그런 것은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에 대해서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게. 생각을 하지 못하기를 바라.”

그래서 떠나려는 건가?”

그래.”

국정원이 너희를 찾을 거다.”

지금도 이미 찾고 있어. 하지만 우리를 찾지 못하고 있지. 서수혁. 너만 아니라면 이 나라는 우리를 찾지 못한다.”

수혁은 가만히 류환의 얼굴을 살폈다. 그의 말이 맞을 터였다. 자신이 아니면 국정원은 끈도 잡지 못하고 있었다.

낯선 곳에서 너희 둘이서 살아가는 일이 간단할 거라고 생가을 하나? 그 일은 어려운 일이야. 알아?”

이미 한 번 우리들은 이 나라에 들어와서 산 기억이 있다. 그 누구도 모르게 말이야. 그리고 너희들이 그런 식으로 덤벼들기 전에는 들키지도 않았어. 너희들만 아니었더라면 이곳의 평화는 깨지지 않았을 거다.”

그렇게 우리 탓을 하는 건가?”

탓이 아니야.”

류환은 심호흡을 하면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지금이라도 수혁을 죽이고 싶었지만 그건 방법이 아니었다.

우리는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어.”

평범?”

수혁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하나?”

뭐라고?”

애초에 너희는 평범한 존재들이 아니야. 평범할 수가 없다고. 그런데 지금 와서 평범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면 그게 그런다고 평범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건가? 절대로 아니야.”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류환은 이를 악 물었다. 수혁은 가볍게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 입에 담배를 물었다. 그리고 먼 하늘을 바라봤다.

너희는 떠날 수 없을 거다.”

아니.”

떠날 수 없다.”

왜 그렇게 확신을 하는 거지?”

류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라오스 국경에 너희 오마니가 잡혔다. 하지만 우리 정부에서 나서서 그녀와 그리고 그 꼬맹이의 가족을 구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지. 네가 만일 내 손을 떠난다면 그들은 그대로 끝이야.”

류환은 숨을 천천히 들이쉬었다. 온 몸에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어마어마한 고통과 두려움이 스몄다.

나는 너를 위해서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류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훌쩍 담을 넣었다.

 

조장 알아보셨습니까?”

비켜.”

친근한 목소리로 묻는 해진도 옆으로 밀치고 류환은 수도꼭지에 입을 가져가서 벌컥벌컥 물을 들이켰다.

조장.”

리해진.”

류환은 순간 고개를 돌리고 무서운 눈으로 해진을 보더니 그대로 그의 어깨를 붙잡고 벽으로 밀쳤다.

너 때문이야.”

?”

너 때문이라고.”

조장.”

네가 도대체 뭐지?”

류환의 목소리가 가늘게 흔들렸다.

너는 아무 것도 아니잖아.”

조장 왜 이러시는 겁니까?”

너는 분명히 아무 것도 아닌데. 나에게 있어서 아무런 존재도 아니어야 맞는 건데. 너를 지키고 싶어.”

조장.”

해진이 손을 들어 류환의 손을 잡았다.

아픕니다.”

너도 그런가?”

?”

너도 그러냐고 물었다.”

류환의 눈에 투명한 눈물이 고였다.

나는 내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너를 선택하고 싶다. 그런데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도 같이 들어.”

무슨 일이 있습니까?”

우리 가족이 오고 있단다.”

그건 지난 번에 끝이 난.”

그러니까!”

류환이 벽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해진이 침을 꿀꺽 삼켰다.

내가 왜 내 오마니가 아닌 너 따위를 생각을 먼저 하고 있는 거냐고? 왜 이러는 건지 물었다.”

조장.”

나는 여인이 좋다. 절대로 너를 더 좋아하지 않아. 그런데 너를 이대로 내버려둘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너를 그냥 이대로 내버려두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도대체 나도 왜 이런 건지 모르겠다. 도대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도 나는 모르겠어.”

저도 그렇습니다.”

해진은 숨을 토해내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도 조장을 지키고 싶습니다.”

나랑 같은 마음인가?”

?”

나도 모르겠어.”

류환은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어서 가만히 해진의 눈을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해진의 손을 이끌어서 자신의 가슴에 얹었다. 미친 듯 뛰고 있었다.

조장 심장이.”

나도 왜 이런 건지 모르겠어.”

류환의 얼굴에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

너 때문인 건지. 아니면 국경에 걸려있는 나의 오마니와 너의 가족 탓인 건지. 아님 슈퍼집 할머니 때문에 그런 것인지. 지금 나의 목숨이 걸려 있어서 그런 것인지. 나는 전혀 모르겠다.”

조장. 그런 생각은 하지 마세요. 머리 아프니까.”

나도 하고 싶지 않아.”

해진은 조심스럽게 류환의 가슴에 고개를 기댔다. 그리고 류한은 그런 해진의 머리에 턱을 얹고 멍하니 벽을 바라봤다. 그 무엇도 명확한 답이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