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17
“조장 아침은.”
“안 먹어도 된다.”
“하지만.”
“괜찮아.”
류환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해진에게 와서 가볍게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시 한 번 웃었다.
“어제 내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해서 그런 것은 아니야. 그저 오늘부터 일을 더 열심히 해야 해서 그래.”
“그러니 저도 일을.”
“공부나 열심히 해라.”
“조장.”
“학비가 꽤나 많이 드니까.”
“네.”
“하긴 우리 해진이는 공부 잘 하니까.”
해진은 뭐라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귀를 붉혔다.
“해줄 거지?”
“네.”
해진은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따라 더 열심히야.”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그래도 사람 몸이 우선이여.”
“네.”
류환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벽돌을 짊어서 위로 올라갔다. 다른 인부들은 모두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 성실히 일을 해.”
“마치 자기 일 같다니까.”
“신기할 정도야.”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일을 시작할 쯤 나이가 든 사내 하나가 순간 발을 헛디뎠다. 그리고 모두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고개를 돌렸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고개를 돌리니 류환이 그를 붙들었다.
“자, 자네.”
“어서 올라오십시오.”
“위험해.”
“괜찮습니다.”
류환은 한팔로 사내를 이끌어 올렸다. 그리고 한숨 놓았나 싶었는데 곧바로 위에서 자재가 쏟아져 내렸다. 류환은 재빨리 그를 품에 안았다. 잠시 요란스러운 소동이 지나고 류환이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털고 일어났다.
“정체가 뭔가?”
“젊어서 그렇습니다.”
류환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일을 시작했다.
“오늘 사고가 있었다고.”
“그것이.”
“나가세요.”
반장은 단호한 표정으로 사내를 응시했다.
“우리 현장에 당신처럼 그렇게 위험한 사람을 둘 수 없습니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하려고?”
“아무 일도 없지 않았습니까?”
류환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며 끼어들었다.
“현장에 피해를 끼친 일 없었습니다.”
“공사 시간이 연장이 되었잖아요.”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뭐라고요?”
“지금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이 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일이 그렇게 문제가 될 일도 아니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이 분 일 잘 하십니다. 경험도 많으신 분이고요.”
“방동구 씨가 지금 여기 반장입니까?”
“아닙니다.”
남한에서의 자신의 이름을 들은 류환이 침을 꿀꺽 삼켰다. 다른 누군가가 이 이름을 듣게 된다면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았다.
“우리는 우리만의 원칙이 있습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안 됩니다. 방동구 씨가 나갈 겁니까?”
류환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 사내도 괜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엷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 거죠?”
“어?”
“이렇게 푸니 답이 안 나와서요.”
“아, 그 문제는 말이야.”
수지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다가도 이내 덤덤한 표정을 짓고는 해진에게 수학 문제 풀이를 보여주었다. 잠시 미간을 모으던 해진은 곧바로 같은 유형의 다른 문제를 풀고 답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너 수학 잘 해?”
“어?”
갑자기 수지가 말을 걸자 해진이 미간을 모았다.
“뭐라고?”
“아니. 나는 딱 한 번 보여주었는데 네가 바로 풀어서 말이야. 보통 그런 사람 잘 없어서. 너 수학 잘 하는 구나.”
“아니야.”
해진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네가 푸는 방식을 잘 본 것이 전부야. 한 번 본 것을 틀릴 정도로 그렇게 멍청한 사람은 아니니까.”
“처음 접해보는 유형을 그저 한 번 보고 잘 풀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수지는 입을 쭉 내밀었다. 하지만 해진은 그런 수지의 말이 들리지 않는지 자신의 자리로 향해서 다시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도대체 저 몰래 무슨 일을 벌이시는 겁니까?”
“그게 무슨 말이지?”
수혁의 물음에 상사는 대수롭지 않다는 어조로 반문했다.
“내가 뭘 어쩐다는 건가?”
“그들을 왜 쫓는 겁니까?”
“왜 자네가 성을 내는 거지?”
“그들이 이제는 저도 신뢰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죽이면 되는 거야.”
“뭐라고요?”
“서 팀장. 서 팀장도 분명히 해야 할 거야. 그들은 우리의 적이야.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그들은 적이라고.”
“아닙니다.”
수혁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식으로 남북 문제가 해결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하십니까?”
“우리는 그 문제를 풀 필요가 없어. 우리는 그저 시키는 일을 하면 그만이지. 그리고 지금 위에서는 그들을 우리 손에 넣기를 바라.”
“그럴 일 없을 겁니다.”
“서 팀장.”
“그들은 사람입니다.”
“그러는 서 팀장은 그를 사람으로 보나? 그저 짐승으로 보는 것 아닌가?”
수혁은 잠시 입을 앙 다물더니 방을 나섰다. 상사는 한숨을 내쉬고 눈을 감았다.
“꼭 성공해야 한다.”
“위대한 주체 조국의 영광을 위해 성공 하겠습니다. 반드시 성공해 보이겠습니다.”
“그래.”
주현은 씁쓸한 눈으로 몇몇의 사내들을 바라봤다. 마지막 연어들. 이들도 자신이 죽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이들은 류환과 해진을 죽이건 살리건 결국 죽을 이들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사실을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꼭 다시 만나디. 알겠나?”
“네.”
“그 둘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 반드시.”
리무혁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리자 주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의 아들까지도 죽일 수 있는 사내에 대해서 오래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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