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18
“해진이 경시대회 안 나가볼래?”
“네?”
연경의 물음에 해진이 눈을 크게 떴다.
“해진이 요즘 열심히 하는 것 같아서.”
“그, 그게.”
“우리 반은 수지가 나가야죠!”
지난 번 해진과 트러블이 있던 아이 하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늘 수지가 했잖아요.”
“그러니까 이번에는 해진이가 나가보는 것이 어떨까 싶어서. 해진이도 수학 잘 하는 것 같고.”
“아니요.”
해진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로 실력이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연경은 다소 아쉽다는 표정을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어.”
“리해진.”
“조장 오늘은 일찍 오셨습니다.”
“왜 경시 대회에 나가지 않겠다는 거야?”
“어떻게 아셨습니까?”
“네 선생이라는 여자가 전화를 했다.”
해진은 입을 꾹 다물었다. 류환에게 어린 아이로 보이고 싶지 않아서 학교와 자신을 완벽히 분리하고 싶었다.
“제가 알아서 할 일입니다.”
“왜 나가지 않으려는 거지?”
“혹시나 남조선에서 저희를 아는 또 다른 이가 생기면 안 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너 하나 못 지킬 거라고 생각을 하나?”
“그런 일이 아닙니다.”
해진은 류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굳이 튀는 일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리해진.”
“조장. 제가 뭘 어떻게 하시기 바라는 겁니까? 저는 그저 남조선의 평범한 아이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남조선의 그저 평범한 아이가 되지 않으면 결국 조장에게도 위험한 일이 될 겁니다.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까? 저는 조장과 함께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은 것이 전부입니다.”
“나도 그래.”
류환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하며 해진에게 다가와서 가만히 그를 품에 안고 그의 등을 토닥였다.
“하지만 네가 너의 기회까지 포기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내가 남조선에 와서 놀란 것이 바로 그거였어. 조국의 아이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정해져 있다. 이 나라도 어느 정도 그 선이 분명한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 조국에 비해서는 그것을 넘나드는 것이 자유롭다. 그러니 나는 네가 그 선을 자유롭게 넘을 수 있기를 바라. 네 능력을 마음껏 펼치기를 바란다.”
“제가 정말 그래도 되는 걸까요?”
해진의 목소리가 가늘게 흔들렸다.
“제가 그러면 결국 우리가 위험해지는 것 아닌가요?”
“왜지?”
“사람들은 우리를 쫓을 테니까요.”
“나만 봐.”
류환은 살짝 무릎을 굽혀 해진의 눈을 바라봤다.
“우리들은 언제든 다시 사라지면 된다. 한 번 사라진 경험이 있는데 다시 사라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
“조장.”
“나는 믿는다.”
“네.”
해진이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이번에는 시간이 좀 걸렸군.”
“저항이 심했다.”
팔에 난 상처를 핥으며 류환은 느긋이 대답했다.
“하지만 안에 흔적은 남지 않았을 거다.”
“그럴 테지.”
수혀은 긴장된 눈으로 류환을 응시했다.
“떠날 준비라도 하는 건가?”
“무슨 말이지?”
“일을 너무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해서.”
“너도 감시를 붙인 건가?”
“그건 보험이지.”
“보험?”
“아니다.”
류환이 반문하자 수혁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튼 우리 보스는 네가 혹시라도 우리를 버리고 떠날까 걱정이 되어서 그랬던 거야. 네가 조금이라도 우리를 믿고 느긋한 태도를 보여준다면 우리도 더 이상 너를 위협하지 않을 거다.”
“그러니까 범 이빨이라도 빼고 싶다는 건가? 그러면 아가리에 물려도 아프지 않을 거라 생각을 하는 모양이지?”
“그렇겠지.”
수혁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널 이용할 가치가 있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너를 두려워하고 있으니 말이야.”
“그런데 너는 뭐지?”
“뭐가?”
“아직 대답을 안 했을 텐데.”
류환은 가만히 수혁을 노려보았다.
“왜 우리의 편을 들어주는 거지?”
“그게 그리 중요한 일인가?”
“나에게는.”
“나는 아니야.”
“서수혁.”
“우리는 그저 비즈니스적인 관계라고. 그저 그 정도 경계만 지키면 되는 거야. 그 선을 넘는 순간 모두 망가질 거다.”
류환은 가볍게 바닥에 돌을 찼다. 그리고 수혁에게 날렸지만 수혁은 그것을 손으로 막고 바닥에 던졌다.
“나를 위협하지 말라고.”
“너 정도 실력을 가지면 그리 쉽게 당하지 않을 텐데.”
“뭐라고?”
“아니다.”
류환은 머리에 쓰고 있던 비니를 더욱 깊숙이 눌렀다.
“그나저나 일이 뜸해지는 군.”
“네가 워낙 일처리를 철저히 해서. 다른 쪽도 살짝 눈치를 보고 있거든. 아, 그리고 너희 가족은 일단 우리 대사관에 있다.”
“마음대로 해라.”
류환은 차갑게 대꾸했다.
“죽이던지 살리던지.”
“진심인가?”
“이미 죽은 사람들이다.”
“원류환.”
“남으로 내려오는 순간 그리 생각을 했다. 그리고 오마니도 그리 생각을 하고 계실 거다. 나를 이미 죽었다고. 그런 이들이 다시 만난다고 해서 뭔가 감성적인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을 하나?”
“아닌가?”
“당연히 아니지.”
“그렇군.”
수혁은 바닥에 담배를 던지고 발로 비볐다. 그리고 가만히 류환의 뒤를 바라봤다.
“리해랑이 살아있다.”
류환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의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수혁은 엷게 웃었다.
“리해랑이 살아있어.”
순식간에 류환에 수혁의 목을 졸랐다. 수혁은 여유롭게 새로운 담배를 입에 물었다.
'☆ 소설 창고 > 수현우 팬픽 [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현우 팬픽] 체육 선생님 17 (0) | 2013.07.23 |
---|---|
[수현우 팬픽] 체육 선생님 16 (0) | 2013.07.22 |
[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17 (0) | 2013.07.20 |
[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16 (0) | 2013.07.19 |
[수현우 팬픽] 체육 선생님 15 (0) | 2013.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