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35
“미안하다.”
“아니.”
수혁의 사과에 류환은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그리도 쉽게 미국으로 건너갈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 나라가 우리를 믿지 못할 테니.”
“그렇더군.”
“그러니까.”
류환의 얼굴에 쓴 웃음이 걸렸다.
“그나저나 너는 어떻게 할 거지?”
“내가 뭘?”
“우리랑 더 이상 엮이게 되면 그다지 좋을 것이 없을 텐데. 네가 북에서 온 것도 귀찮게 할 테고 말이야.”
“귀신이군.”
“모를 거라 생각을 했나? 서수혁. 요즘 들어서 네 얼굴이 많이 안 좋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 수 있어.”
“그렇군.”
수혁은 입에 담배를 물고 멀리 연기를 뿜었다.
“이 나라는 너무나도 많이 갈라져 있어. 그래서 자신들이 바라는 것이 아니면 모두 적으로 돌리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일 거야.”
“이 나라가 유독 심하지.”
“그런가?”
“그래.”
수혁은 멀리 담배 연기를 뿜고는 한숨을 내쉬고 벽에 기댔다.
“나를 기억하지 못하나?”
“너무 어렸으니까.”
“그럴 테지.”
수혁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북에서 왜 다시 남으로 온 거지?”
“애초에 북에 간 이유가 부모님 탓이었으니까.”
“원수라도 갚겠따는 건가?”
“그래.”
“그런데 왜 나는 죽이지 않는 거지?”
“그럼 나도 같은 놈이 될 테니까.”
수혁은 아직 조금 길이가 남은 담배 꽁초를 바닥에 버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류환을 가만히 바라봤다.
“원류환.”
“왜?”
“고맙다.”
“뭐가?”
“그들을 죽여줘서.”
“그게 무슨?”
“그들은 나의 적이기도 했어.”
수혁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애초에 우리 부모님들이 돌아가신 이유가 북에 정보를 넘기는 그러한 존재들이 있어서 그런 거니까.”
“대신 복수라도 하는 건가?”
“그래.”
“불쾌하군.”
“그래?”
“그래.”
“미안해.”
“뭐가?”
“리해랑을 놓쳐서.”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류환은 쓴 웃음을 지으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 녀석은 괜찮을 거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을 할 수 있는 거지?”
“동무니까.”
“동무.”
수혁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나는 왜 그런 것이 없는 걸까?”
“너는 진심으로 죽을 각오를 넘기지 못해서 그럴 거다. 그랬다면 진짜로 너에게 동무가 생겼을 테지.”
“너랑 리해진도 그런 건가?”
“글쎄다.”
류환은 하늘을 바라보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해진에 대해서 생각을 하면 그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건 조금 다르지 않을까?”
“다르다고?”
“가족이다.”
“가족.”
수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조장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러게.”
자신의 허벅지를 베고 누운 해진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어 주면서 류환은 가볍게 어꺠를 으쓱했다.
“조장이 모르시면 저는 어떻게 합니까?”
“그런가?”
“네.”
“나도 모르는 것이 있어.”
“조장.”
“남조선은 너무 어렵군.”
“그러지 마세요.”
“내가 뭘?”
“조장이 그렇게 자신없이 하시면 저도 무섭습니다. 조장이 그러실 이유 하나도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조장은 그 누구보다도 소중하신 분이니까요. 조장. 제발 자신감 없지 마세요. 만일 조장이 그러면 저도 두렵습니다.”
“그래.”
류환은 조심스럽게 해진의 뺨을 어루만졌다.
“리해진.”
“네.”
“우리는 가족이지.”
“그건.”
“가족이지?”
류환이 다시 조금 크게 물었다.
“어떤 대답을 원하십니까?”
“가족이라는.”
“조장.”
“만일 우리가 가족이 아니라면 나는 너무나도 힘들고 버거울 것 같다. 말도 안 되는 결정을 해야만 할 테니까.”
“조장.”
해진의 눈동자가 가늘게 흔들렸다.
“그러셔도 됩니다.”
“뭐?”
“그러셔도 된다고요.”
해진이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서 류환의 손을 잡았다. 류환은 그 손을 빼내고 싶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조장이 여기에서 멈추신다면 저는 정말로 바보가 되어 버립니다. 조장. 제발 멈추지 말아주세요.”
“하아.”
류환의 입에서 가늘게 한숨이 터져나왔다.
“그러면 나는 너를 지키지 못할 거다.”
“제가 조장을 지킬 겁니다.”
“리해진.”
류환은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이곳에는 조장과 저만 있습니다.”
그리고 류환과 해진이 천천히 가까워질 쯤.
“하. 천한 것들.”
해랑이 그들에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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