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수현우 팬픽 [완]

[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43

권정선재 2013. 9. 20. 19:00

[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43

리해진은 보낸다고?”

그래.”

미쳤군.”

수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리해진이 혼자서 미국으로 갈 거라고 생각을 하나? 그 녀석은 아마 난리를 칠 거야. 우리가 감당을 못할 정도로.”

그래서?”

?”

그냥 그대로 보낸다고?”

그건 아니지만.”

방법이 없다.”

류환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녀석 아직 어린 아이야. 아무리 강한 척. 아무리 어른인 척 하더라도 결국 그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녀석이 그저 평범한 사람으로 자라는 것. 그게 유일하게 내가 할 수 있는 거다.”

네가 없어도 살까?”

아니겠지.”

그런데?”

그래도 방법이 없지.”

수혁은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이 나라에 도움을 받으면.”

아니.”

류환은 단호히 고개를 흔들고는 수혁을 바라봤다.

이 나라에 도움을 받는다고 해서 바뀔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건가? 절대로 아니야. 이 나라에서는 이 나라 국민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어. 그런데 지금 우리를 지키란 이야기를 한다고?”

그건.”

너도 안 될 거라고 믿지 않나?”

그래.”

수혁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토록 무기력하게 순임을 그들의 손에 넘겨줄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내가 이미 이야기를 했잖아. 우리들은 이미 너희가 상대를 할 수 있는 그러한 상대가 아니라고.”

그래도 다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미안하다.”

아니.”

류환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건 수혁이 사과를 할 일이 아니었다. 오직 그의 잘못이었다.

내가 그들과 너무 많은 인연을 만든 것이 죄였다. 내가 그러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테지.”

그래서 너를 돕는 거야.”

?”

수혁의 말에 류환이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이지?”

네가 만일 그저 임무로만 그 마을 사람들을 대했더라면 나는 너를 보지 않았을 거다. 절대로 너를 구하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너는 북에서 온 다른 이들하고는 달랐다. 그래서 나는 너를 믿고 너를 돕고 싶은 거야. 네가 그래도 그들과 다른 무언가를 보여줄 거라는 확신이 있으니까.”

확신이라.”

류환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부담스러운 말이었다. 절대로 그는 그러한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약했어.”

?”

그래서 그랬다.”

원류환.”

너무 약했어.”

류환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 손으로 그 누구도 지킬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내가 남조선에서 나 혼자서도 잘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더라면 그들에게 그렇게 많이 의지하지 않았을 거다.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그 정도는 이미 알았을 테니까 말이야.”

그래도 상관은 없어.”

수혁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네가 움직이려는 거니까.”

 

북에서 왔다고요?”

.”

해랑은 심사위원에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무슨 문제라도? 탈북?”

아닙니다.”

?”

간첩입니다.”

뭐라고요?”

방청객이 술렁였다. 하지만 해랑은 그러한 것에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은 채로 마이크를 두 손으로 잡았다.

노래를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남조선은 사람의 출신에 대해서 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설마 내가 들은 이야기가 틀린 겁니까?”

그건.”

모두가 머뭇거리는 사이 락커 출신의 가수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래를 부르게.”

?”

이 나라는 자네의 말처럼 그 누구도 차별을 하지 않으니. 자네가 정말 노래를 하고 싶다면 불러.”

고맙습니다.”

해랑은 허리를 숙이고 노래를 불렀다. 그의 깊은 보컬에 모든 사람들이 곧 그의 노래에 빠져들었다.

노래를 참 잘 하는 군.”

감사합니다

그런데 북에서 왔다.”

.”

해랑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이토록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른 것이 다행이었다.

만일 자네가 이 나라에서 태어났더라면 내가 어떻게 도와줄 방법 같은 것이 있을 것 같은데. 나는 합격입니다.”

?”

당연히 아닐 줄 알았다. 이 나라 출신이 아니니까. 하지만 그는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하지만 다른 네 명의 심사위원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로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다른 분들은 안 합니까?”

그게.”

어서 하시죠.”

한 명의 심사위원은 잠시 고민을 하면서 PD를 바라보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고 가위표를 눌렀다. 해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이제 한 사람 남았네요.”

?”

남은 심사위원은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그게.”

제 출신을 잊어주십시오.”

해랑의 말에 그의 눈은 흔들렸다. 그리고 잠시 숙고를 하더니 한숨을 내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합격입니다.”

?”

노래는 정말 잘 했으니까요.”

.”

자네에게는 재능이 있습니다.”

해랑은 밝은 표정을 지으면서 입을 꾹 다물었다. 잠시 후 국정원 직원들이 그곳에 들이닥치는 순간까지 그는 그 순간을 만끽했다. 그곳에서 억지로 끌려나가면서도 해랑의 표정은 너무나도 밝았다. 이곳에 온 모든 것을 다 이룬 느낌. 그리고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을 받은 해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