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책상은 책상이다
어쩌면 기발할. 반대로 어쩌면 기괴할 수도 있는 [책상은 책상이다]는 그래서 더 사랑스럽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이야기인 [책상은 책상이다] 같은 경우는 자기 멋대로 단어를 바꿔서 읽기 시작한 한 노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만의 언어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하는데 정작 그는 점점 더 사회에서 멀어져만 갑니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도 그 누구도 그의 대화를 나눌 수 없는 것이니 말이죠. 그의 선택이기는 하지만 그는 갑자기 가장 소외된 이가 되어버립니다. 자신만의 특별한 무언가를 하고자 하지만 정작 그렇게 하지 못하는 거죠. 그리고 이건 당연할 겁니다. 사람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나에게 다가오기 보다는 내가 그들에게 갈 준비를 해야 하는 건데 말이죠. 그들이 나에게 다가오기만을 바란다면 결국 소외로 이어지겠죠.
그리 많지 않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데 모든 이야기들은 가장 낮은 자들 소외된 자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그다지 특별한 것에 대한 이야기는 아닐지도 몰라요. 사실 우리는 모두가 다 소외가 된 사람들이니 말이죠. 그러면서도 정작 우리는 우리가 소외가 되지 않은 사람처럼 행동을 합니다. 소외받는다는 것이. 홀로 남는다는 것이 도대체 얼마나 아픈지. 얼마나 외로운 일인지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러면서도 정작 다른 사람이 소외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일에는 소극적이 되어 버립니다. 어쩌면 그들이 더 이상 소외받지 않으면 우리가 거기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러한 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마련이니 말이죠. 누군가 우리 대신이야. 이런 믿음 같은 거라고나 할까요? 모두가 서로를 서로에게 배려한다면 그 모든 문제가 사라지게 될 텐데 말이죠.
사실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기는 하지만 그다지 어려운 내용도 아니기에 책을 읽고 나서 혼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책입니다. 간혹 가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하게 되는 책들이 있잖아요. [책상은 책상이다]가 그러한 책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다지 어려운 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쉬운 글도 아니 말이죠. 뭔가 사람들이 알아서 깨닫기를 바라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억지로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하는 책은 절대로 아니고요. 사람들이 그저 자신과는 다른, 자신보다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기를. 그들이 더 이상 낯설고 배척받아야 하는 자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를. 그러기를 이 책은 간절히 이야기를 합니다. 그것을 그다지 어려운 단어들이 아닌 알기 쉽고 읽기 쉬운 단어들로 말이죠.
다소 기이한 이야기일 수도 있어서 책을 읽는 것 자체는 그다지 지루하지 않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훨씬 더 깊이 책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도 생기는 것 같아요. 이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야? 라고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자기 마음대로 단어를 바꿔부르다가 결국 소외되는 노인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모든 시간표를 외우는 불쌍한 사람의 이야기가 더 마음에 다가왔습니다.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거라고 해서 마구 외우기는 하지만 정작 그 기차를 타지 않은 사내는 어쩌면 어리석은 자일 수도 있고, 어쩌면 겁이 많은 사람일 수도 있죠. 사실 우리들의 모습하고도 닮았고요. 말로 하는 것은 누구나 잘 하지만 실제로 행하고자 하면 그것을 겁을 낸다거나 망설이는 이들도 많으니까요. 어렵지 않은, 그러나 생각을 하게 하는 [책상은 책상이다]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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