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감기, 원조랑은 또 다른 맛
Good - [연가시] 잘 본 사람
Bad – 한국형 재난 스릴러 싫은 사람
평점 - ★★★
[감기] 이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자연스럽게 [연가시]가 떠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 편 모두 전염병으로 인해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이야기이니까요. 하지만 [감기]의 느낌은 조금 다릅니다. [연가시]가 병에 걸린 사람들 그 자체에 조금 더 포커스를 둔 느낌이라면 [감기]는 그 상황에 대해서 포커스를 다룬 느낌입니다. 그러다 보니 조금 더 잔혹하고, 조금 더 아픈 이야기가 태어났죠. 일부에서 이 영화를 보면서 광주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외부와 격리가 된 사회. 그리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정부의 폭력 아래 자신들의 자유를 강압당하는 것이 전부이니 말이죠. 아무리 그러한 상황이 싫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무 것도 없고요. 그래서 너무나도 아픈 영화입니다. 분명히 심심한 영화이고, 분명히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어디에서 본 영화가 아니게 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굉장히 현실적인 정부의 압력 같은 것이 고스란히 나오는 거죠. 이 부분에 있어서 다소 불편한 사람이 있기도 할 것 같기는 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그 어떤 영화보다도 사실적인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정부는 더 많은 사람의 희생을 막기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킬 테니까요.
다만 그 현실적인 것을 보여주는 부분에 비해서 캐릭터의 매력도는 다소 떨어지는 편입니다. 특히나 ‘수애’가 보여주는 그 모습은 너무나도 불편하고 마음에 들지 않거든요. 모성애라는 이름으로 설명을 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녀의 행동을 단순히 모성애라고 표현하기에는 좀 그렇거든요. 그녀로 인해서 반대로 다른 사람들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으니 말이죠. 사실 [숨바꼭질]을 보면서 느꼈던 것이 이 영화에서도 다시 느껴지기도 합니다. 도대체 왜 당신은 그렇게 행동을 하는 거냐고! 외치고 싶거든요. 그리고 동시에 강렬하게 무언가를 보여주던 것에 비해서 영화가 다시 가고자 하는 지점이 감동이라는 것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극장에 가는 이유는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그런데 이 영화. 보면 볼수록 오히려 머리가 더 지끈지끈 아파옵니다. 인물들의 성격이나 행동들 역시 마음에 들지 않고요. 게다가 사건이 풀려나가는 모양새 역시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성급하게 이야기가 풀려나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조금은 더 조심스럽게 진행을 해도 될 이야기일 텐데 말이죠. 분명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한 편에 너무 많은 장르를 담은 느낌입니다.
‘장혁’은 열혈 소방관 ‘지구’ 역을 맡았는데 너무 선하기만 해서 짜증을 유발하는 인물입니다. 물론 영화에서 숭고한 영웅이 될 선한 캐릭터는 분명히 필요합니다. 특히나 의사인 주제에 굉장히 이기적인 인물인 ‘수애’가 맡은 ‘인해’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행동을 선보이기에 더더욱 그의 선한 행동은 이 영화가 가지고 있어야할 가장 기본적인 미덕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그의 행동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마냥 선하기만 합니다. 마치 슈퍼맨을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건 거의 종교의 어떠한 사람과도 닮아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면 화를 내거나 그래야 정상인데 그러한 것도 보이지 않으니 이 캐릭터가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냥 이상하고 그릇된 무언가로 보인다고 해야 할까요? 사람이 아무리 선하기는 하더라도 적어도 어떠한 기준 같은 것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리고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정당하게 따지기도 해야 하고. 그러나 국가가 저지르는 폭력에 대해서는 잘못이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서 그가 아끼는 여인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행동은 조금 우스워요. 그렇지만 생각 외로 괜찮고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고맙습니다] 이후로 계속 안정된 연기를 선보이는데 적당히 껄렁대면서도 선한 느낌은 잘 살아있습니다.
‘수애’가 맡은 ‘인하’는 정말 이해도 안 될뿐더러 영화 사상 최악의 민폐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물론 보통의 재난 스릴러 영화에서 여자는 필요없습니다. 늘 사고만 치고 민폐만 끼치죠. 주변 사람들도 하나도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오직 자기가 생각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고 자신만 괜찮으면 된다고 믿는 존재들이죠. 극 중 ‘인하’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녀는 의사로 정당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물론 엄마라는 이름 하나로 그 모든 것을 설명을 하려고 하지만 그 이야기는 결국 모든 엄마들을 다 모욕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딸을 살리고 싶은 마음 같은 것이 잘 살아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엄마들이 자신의 직업 윤리까지 벗어나서 행동을 하지도 않을 테니 말이죠. 그리고 초반에 나오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차사고가 나서 구해준 소방대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보다는 자기 이야기나 하고 있으니 말이죠. 특히나 자기 물건 찾아내라고 온갖 난리를 치는 그녀를 보면 더욱 화만 치밉니다. 도대체 여성의 캐릭터를 왜 이렇게 그려놓았는지도 모르겠고요. 굉장히 그릇된 마초의 영화가 아닐까 생각이 될 정도로 여자의 캐릭터가 이해가 안 됩니다. [야왕]에서처럼 미친 모성애를 선보이는데 역시나 [야왕]처럼 그다지 큰 공감은 되지 않습니다.
‘유해진’은 ‘지구’와 함께 근무하는 구급대원인데 적당히 웃기고 빠집니다. 다만 그의 캐릭터 그 자체는 그다지 빛을 발하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해운대]에서 ‘김인권’ 정도도 안 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 자체의 이야기가 진행이 되지 않아서 그의 연기가 영화에서 더 매력적으로 보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희준’ 같은 경우에는 사건의 시초가 되는 인물인데 역시 이해는 안 되는 인물입니다. 자신으로 인해서 어떠한 일들이 일어났다는 것 보다 동생이 우선이거든요. 어떻게 보면 ‘수애’랑도 약간 닮은 구석이 있는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그렇지만 비중도 크지 않고 역할도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박민하’ 양 같은 경우는 이 영화 사상 최악의 민폐이며 정말 마음에 안 들더군요. 개인적으로 아역이 너무 많이 출연하는 것도 그다지 좋게 보지 않는데요. 여화에서 그녀가 맡은 역 역시 밉상입니다. 돌아다니면서 사고만 치고 울기나 하고. 똘똘한 여자 아이 캐릭터로 가도 되었을 텐데 왜 이런 걸까요?
사실적인 재난의 현장 탓에 마지막까지 보게는 하지만 그다지 기쁜 마음으로 보게 하는 영화는 아닌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라고 이야기를 하기는 하지만 거기에서 그친다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너무 급하게 일이 수습이 되는 느낌입니다. 뭔가 크게 벌인 것에 비해서 급한 느낌이랄까요? 아무래도 이것저것 벌여놓은 것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특히나 차인표가 대통령으로 나와서 미국과 뭔가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 역시 묘한 느낌입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멋있는 장면이지만 어떻게 보면 또 이해가 안 되는 장면이기도 하니 말이죠. 전반적으로 그냥 볼 수 있는 영화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냥 볼만한 한국형 재난 스릴러 [감기]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어디든 나타나는 유해진
둘 경기장에서 소각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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