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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영화] 화이, 엄마가 까준 한라봉

권정선재 2013. 9. 25. 20:36

[맛있는 영화] 화이, 엄마가 까준 한라봉

 

[화이] 시사회에 다녀와서 쓰는 리뷰입니다.

-‘여진구관련 부분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올 가을에 이토록 묵직한 영화가 여러 편이 개봉해서 개인적으로는 참 기분이 좋아요. ‘유아인주연의 [깡철이]를 비롯해서 손예진김갑수가 나오는 [공범] 그리고 여진구를 비롯 훈내나는 남자들이 대거 출연하는 [화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화이]의 단편적인 느낌은 아저씨의 속편 같다는 것? 그리고 잔인하면서도 즐겁다는 거였습니다. 사실 이런 느낌의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아요. 잔인한 영화인 주제에 전혀 잔인하지 않은 척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영화이니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즐거운 이유는 꽤 잘 만든 영화라는 겁니다. 마지막까지 보게 만드는 힘을 가진 영화거든요. 영화가 진행이 되면 될수록 그 안에 담겨 있는 완벽한 퍼즐이 맞춰지면서 뭔가 묘한 느낌이 듭니다. 사실 영화의 초반에는 그렇게 쫀쫀한 느낌을 주는 영화는 아니었어요. 이게 뭐지? 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데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느낌이 뭔가. 우와!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고요. 게다가 초반에는 다소 어설프지 않았나 싶었던 여진구의 연기력 폭발과 나머지 아빠들의 연기도 엄청납니다.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2013)

8.9
감독
장준환
출연
김윤석, 여진구, 조진웅, 장현성, 김성균
정보
액션, 스릴러 | 한국 | 125 분 | 2013-10-09
글쓴이 평점  

 

다만 [화이]는 조금 잔인한 느낌이 들 정도로 죽음을 사실적으로 묘사했습니다. 이야기 자체의 구조도 조금 묵직한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래도 영상 탓에 청소년 관람불가를 받게 된 것이 아닐까 싶어요. 개인적으로 [악마를 보았다] 못지 않을 정도로 잔인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리게 하는 것은 완벽한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다음을 궁금하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꽤나 많은 수의 배우들이 나오는 만큼 그 모든 배우들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가능할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영화는 완벽하게 이 모든 배우들을 연결하고 캐릭터들을 매력적으로 그려냅니다. 특히나 비중이 조금 작지 않나? 싶었던 배우들 역시 후에 가면 꽤나 큰 비중을 담당하는 것이 신기하더라고요. 그리고 왜 이런 배우가 고작 이런 역할로 출연하는 거야? 싶었을 때도 그런 것 이상의 역할을 맡았다는 것이 대단하다는 말만 나오더라고요. 마지막까지 주먹을 꽉 쥐게 만드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게다가 그들의 모든 행위가 나름 납득이 가기에 더 매력적인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꽤나 묵직한 스릴러 형식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결말을 예측하기 어려운 이 영화. 추리하며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김윤석석태역을 맡았는데 다른 범죄자들이 두려워할 정도로 강인한, 그리고 차가운 인물입니다. 하정우를 보면 한동안 무서웠고, 여전히 장광아저씨를 보면 두려운 만큼 그 역시 여전히 두려운 느낌을 주는 배우입니다. 그리고 그 느낌을 제대로 살리지 않았나 싶어요. 영화에서 그 누구보다도 잔혹한 느낌을 맡았는데 그 느낌이 고스란히 잘 살아나니 말이죠. 어쩌면 이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 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잔인하고 그러면서도 굉장히 침착한 느낌의 인물입니다. 극 중 화이가 괴물이 보인다고 하는데 그 자체가 괴물로 보일 정도로 김윤석은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표현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냉혈한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때로는 어쩌면 아버지? 라고 할 수도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것 같아요. 다만 자신의 아이가 자신을 닮지 않았다는 사실을 괴로워하는 그런 아버지라고 해야 할까요? 어떠한 고통 같은 것을 이야기를 하는 느낌인 것 같기는 하지만 사실 그가 보여주는 부성애 자체가 굉장히 그릇된 감성이라서 쉽게 뭐라고 말을 하기는 어렵지만 말이죠. 굉장히 잔인한 이야기에 쉽게 몰입할 수 없는 이야기이지만 쉽게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 중 가장 첫 번째에는 김윤석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부분은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드레그 하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여진구는 극 중 잔인한 다섯 아빠에게 길러진 화이역을 맡았는데 다섯 아빠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연기를 선보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약간 걱정이 된 것도 사실이에요. 아무래도 [해를 품은 달]의 인기 때문에 캐스팅이 된 것이 아닐까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니 전혀 그런 캐스팅이 아니더라고요. 웬만한 배우들도 하지 못할 역할인데도 깔끔하게 소화합니다. 그리고 다섯 배우들에게도 전혀 밀리지 않습니다. 빵 터뜨린 감정 역시 완벽하게 그려집니다. 이 어린 배우가 도대체 어떻게 이 정도 연기를 선보일 수가 있는 걸까? 궁금할 정도로 완벽한 연기를 선보이는데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자신의 부모를 죽인 다섯 아빠에게서 자라나면서 또 하나의 괴물로 자라나는 소년. 사실 어린 배우가 이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는 완벽하게 이 연기를 선보입니다. 게다가 그 누구보다도 짙고 굵은 목소리를 통해서 말이죠. 개인적으로 [화이]를 보면서 [아저씨]원빈이 겪었을 유년 시절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외롭고 누군가의 정이 그리운 그런 아이로 말이죠. 하지만 본성은 잔인하지 않은. 하지만 결국 괴물로 자라나야 하는 그런 아이 말이죠. 굉장히 많은 순간 망설이면서 아슬아슬한 무언가를 선보이는데 참 매력적으로 화이를 소화합니다.특히나 다섯 아버지를 죽여야하는 그 상황.그리고 거기에서 망설이는 모습 등은, 또래의 그 어떤 배우들도 보여주지 못하는 그런섬세한 연기였습니다. 특히나 자기 손으로 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의 분노는 20대 배우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더군요.

 

장현성은 굉장히 침착한 아빠로 김윤석과 대비되는 캐릭터를 맡았습니다. 화이가 자신들과 다르기를 바라고 지금 이 순간도 그곳에서 빠져 나오기를 바라는 인물이죠. 하지만 그런 한 편으로는 그 역시 이미 괴물이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괴물로 살아가면서 그것을 통해서 돈을 벌고, 그것에 대해서 어느 정도 죄책감을 덜어놓은 상태이니 말이죠. 상대적으로 조용조용한 연기인 만큼 조금 불리할 수도 있었는데 완벽하게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오히려 더 단단히 자신의 역할을 선보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침착한 공포랄까요? 하지만 그 역시  화이에게 입을 다무는 다소 잔혹한 존재죠.

 

조진웅은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답고 멋진 아버지 역할을 맡았습니다. 말도 더듬는 부족한 아빠지만 가장 따뜻한 아빠죠. 영화의 웃음 포인트는 바로 여기에서 나옵니다. 더듬거리는 이 아빠는 참 착한 아빠이고 불쌍한 아빠입니다. 그 역시 범죄에 가담하기는 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애초에 화이를 기르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 역시 그가 바랐던 것이니까요. 그는 아이가 자신처럼 괴물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방법을 몰랐던 거죠. 자신도 이미 괴물이 되어버린. 그러나 왜 그런지 모릅니다. 말을 더듬으면서 운전을 선보이는 그는 위험한 순간에서도 관객을 웃겨줍니다.

 

김성균은 그가 가지고 있는 그 차가운 이미지 그대로의 아빠로 칼을 다룹니다. 아무래도 그러다 보니 조금 더 잔인한 느낌이 더 부각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잔인하고 또 그 모든 상황에 대해서 아무런 죄책감 같은 것을 느끼지 못하는 역할입니다. 그러다 보니 솔직히 조금 부담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에요. 조금은 사람이었으면?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는 이미 사람이기를 포기한 상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면서도 또 나름 아빠의 노릇을 하려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잔인하면서도 그 안에 무언가를 담고 있는 느낌입니다.

 

박해준은 이 영화를 통해서 처음 봤는데 굉장한 훈남으로 사실 아빠 보다는 화이처럼 미성숙한 무언가로 보입니다. 다혈질이거든요. 쉽게 누군가를 죽이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죽이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부담감 같은 것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그래도 된다고 믿는 인물입니다. 일이 꼬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 누군가를 죽이는 것 그 자체를 즐거워하는 인물이랄까요? ‘화이랑 겹치는 것은 비슷한 나이 또래라는 것도 있지만 같은 총을 다룬다는 것. 그리고 감정 컨트롤의 어려움 아닐까 싶습니다.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완벽하게 어우러지면서 [화이]는 마지막으로 다다를수록 더 완벽한 영화가 됩니다. 사실 초반만 보게 된다면 그다지 좋은 영화라는 생각을 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천재 감독이라는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잘못된 평인가?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초반에는 너무 많은 것이 그려지지 않는 느낌이거든요. 그리고 살짝 붕 뜬 것 같기도 하고 캐릭터들도 이해가 되지 않고 말이죠. 하지만 후반으로 가게 되면 이 부분들을 완벽하게 메꿉니다. 우리가 초등학생 시절에 했던 실험 같다고 할까요? 돌을 넣고, 모래를 넣고, 흙을 넣어야 모두 들어갈 수 있다는. 흙부터 넣는다면 비커를 채울 수가 없죠. [화이]가 바로 그러한 영화입니다. 조금 큰 덩어리로 이야기를 하다가 점점 더 중요한 것들을 이야기를 하면서 그 빈 틈을 채워나가는데 그 안에 담겨 있는 감정이나 그러한 것이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보통 영화의 끝은 모든 사건을 수습하기 위한 것으로 해당이 되는데 이 영화는 또 그러지도 않습니다. 마지막까지 관객이 달리기를 바라는 거죠. 어떠한 결말이 나게 될 지는 조금은 알 수 있지만 그 결말에 다다르기까지 그것을 믿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관객이 생각을 한 것과는 약간 다르게 흘러가고요. 반드시 다시 보고 싶은 영화. 그리고 조금 잔인하지만 누구와 보더라도 괜찮을 것 같은 영화 [화이]입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여진구의 절규

조진웅의 부성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