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48
“우리는 애초에 살지 못할 운명이었다.”
“그 정도는 알고 있고, 이미 충분한 각오도 되어 있었어.”
해랑의 말에 류환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누구도 환영하지 않는 곳. 당연히 죽음을 위한 곳일 거였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렇게 겁을 내는 거야? 어차피 죽을 것 다 알고 있었다면서? 그렇다면 아무 것도 겁을 낼 필요가 없는 거잖아. 네가 뭐라고 하건. 이미 그 일은 일어나는 것 아닌가?”
“그럴 테지.”
류환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미 상황이 달라졌다.”
“리해진?”
“그래.”
류환의 얼굴에 묘하게 비치는 미소에 해랑은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후 담배를 입에 물었다.
“도대체 뭘 하자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너희 두 사람 다 남자야. 그 정도는 이미 알고 있는 거지?”
“알고 있어.”
“그런데 왜 그래?”
“그런 것은 이미 상관이 없어.”
“대단하군.”
“성별이 그리 중요한 건가?”
“그래.”
“나는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
류환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저 꼬맹이랑 뭘 하겠다는 것은 아니야. 저 꼬맹이는 내가 생각을 하기에 너무나도 어린 녀석이니까. 저 녀석하고 뭘 할 수는 없을 테지. 그리고 내가 저 녀석을 위해서도 그러면 안 되는 거고. 내가 저 녀석을 위해서는 저 녀석을 놓아주어야 맞는 거니까 말이야.”
“놓아준다.”
해랑은 입에 담배를 물었다.
“그래서 네가 얻는 것은 뭐지?”
“자유?”
“자유라고?”
“그래. 저 녀석의 자유.”
류환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나로 인해서 괴로울 녀석이니까. 나는 저 녀석이 아프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 그게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고. 저 녀석이 혼자서 설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전부니까.”
“잘 모르겠군.”
해랑은 멀리 연기를 뿜었다.
“나는 그런 사랑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럴 테지.”
“뭐냐? 바로 동의하는 거냐?”
“아무래도.”
“잔인한 놈.”
“사실이잖아.”
“그렇지.”
해랑은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고 시펑도 사실이었으니까.
“원류환.”
“응?”
“내가 무섭지는 않냐?”
“왜?”
“그 상황에서도 살았으니까.”
“아니.”
류환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네가 그 상황에서 살아돌아오지 않았다면 나는 실망을 할 뻔 했어. 너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바로 리해랑이니까. 흑룡 조장 리해랑이 고작 이 정도에 당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거야?”
“그런가?”
“그런 거야.”
류환의 시선이 잠에 빠진 해진에게 보였다.
“또 이러는 거야?”
“응.”
“미치겠군.”
류환이 해랑에게 손을 내밀었다.
“뭘?”
“담배.”
“미친 거 아니야?”
“나도 피우니까.”
“나 참. 꼬마 조장 오고 나서는 한 번도 피지 않았으면서. 어차피 피지 않기로 했던 거라면 그냥 피지 않는 것이 더 좋을 거야.”
“자기도 피는 주제에.”
“나는 그 누구도 끊으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까.”
“뭐.”
해랑은 가볍게 어깨를 한 번 으쓱하더니 담배를 건넸다. 류환은 미소를 지으며 담배를 깊이 빨아들였다.
“좋군.”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서수혁이 알아서 하겠지.”
“그런가?”
“그런 거야.”
“미친 거 아니야?”
빈 탄창 소리가 나기가 무섭게 해랑이 달려들어서 그대로 류환을 제압한 후 그의 손에 들린 총을 빼앗았다..
“조, 조장.”
“나는 네가 싫다.”
류환은 차가운 눈으로 해진을 응시했다.
“어서 꺼지라고!”
“조장 그러지 마요.”
해진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조장이 그러면 저는 도대체 어떻게 하라고. 조장 제발 그러지 마요. 저 조장 아니면 갈 곳이 없어요.”
“왜?”
“조장.”
“나는 네가 귀찮아!”
류환의 고함에 해진이 움찔거렸다.
“너만 아니었다면 내가 여기에서 보내는 생활이 아무런 미련 같은 것도 생기지 않았을 거야. 그리고 무조건 살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을 거라고. 너만 아니었다면. 너만 아니었다면 편했을 거다.”
“제가 그냥 가기를 바라는 건가요?”
“그래.”
“정말로요?”
“그래!”
류환은 고함을 지르는 동시에 해진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해진이 뒤로 넘어갔다.
“내가 너로 인해서 도대체 왜 이렇게 버거워야 하는 거지? 도대체 네가 뭔데? 네가 뭐라서 말이야?”
“죄송합니다.”
“너를 죽일 거다.”
류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해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지만 그는 류환의 손을 전혀 밀쳐내지 않았다.
“왜 가만히 있는 거야!”
하지만 해진은 여전히 그를 바라봤다. 류환의 손에 더 큰 힘이 들어가고 그대로 해진이 축 늘어졌다.
“젠장.”
해랑은 낮게 욕설을 내뱉으면서 해진에게 다가갔다. 다행히 맥은 뛰고 있었다. 류환은 이마를 짚고 벽에 기댔다.
“서수혁 부탁한다.”
“원류환.”
수혁은 잠시 류환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해진을 어깨에 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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