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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영화] 소원, 집에서 먹는 밥

권정선재 2013. 10. 4. 19:00

[맛있는 영화] 소원, 집에서 먹는 밥

 

Good 이준익의 휴머니즘을 느끼고픈 사람

Bad 극장서 울기 싫은 사람

평점 -★★★★☆

 

전혀 예상도 하지 않았고 기대도 하지 않았던 영화가 어떠한 감동으로 다가올 때, 그 절절함은 생각보다 큰 편입니다. 이미 상업 영화 은퇴를 하겠다는 발언을 했던 이준익감독과, 아무리 그렇게 보지 않으려고 하더라도 결국 배우의 사생활이 저절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설경구의 조합은 어딘지 모르게 확실히 묘한 느낌을 주지 않나 싶습니다. 대충 이런 느낌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극장에 갔는데 일단 제가 생각을 한 것보다 훨씬 더 절절하게, 그리고 사실적으로 이야기를 그려놓았다는 점. 그리고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기에 충분한 것이라는 점에서 [소원]은 소중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물론 피하고 싶은 진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사실 피하고 싶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보통 영화를 보면서 전혀 울지 않고 슬프다기 보다는 억지로 사람들을 울리려고 하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주로 드는 편인데 [소원]은 눈시울이 붉어지더라고요. 이 모든 것이 결국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라 어른들의 잘못이었구나. 그리고 어른들이 그 아이들을 지켜보지 못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들은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는 거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참 묘한 느낌이 듭니다. 아이들은 죄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잘못이라고 인지를 하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쁜 어른은 벌을 안 받는 이야기입니다.

    


소원 (2013)

8.9
감독
이준익
출연
설경구, 엄지원, 이레, 김해숙, 김상호
정보
드라마 | 한국 | 123 분 | 2013-10-02
글쓴이 평점  

 

그저 평범한 가족. 아빠는 일을 하고 엄마는 슈퍼를 하는, 이웃들과 친한. 그런 가족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사실에서 이 영화는 더 크게 다가옵니다. 아동 성폭행이라는 것이 어떤 누군가에게만 처해지는 상황이 아니라는 거죠. 누구나 다 겪을 수 있는 일이고, 누구나 다 감내해야 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몰라서 그러지 우리 옆집에서 그러한 아이가 아파하고 있는 수도 있을 거고, 반대로 근처에 나쁜 사람이 살고 있을지도 모르죠. 우리가 이러한 것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지 않으니까. 최대한 이런 상황에 대해서 피하고 싶어하니까. 그러니까 이런 이야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피할 필요도 하나 없는 일이고 그것이 누군가의 잘못으로 일어나는 일도 아니고 그저 사고 같은 것이지만 왜 우리 아이에게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혹시 부모로 내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르지만 전혀 그러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영화는 간절하게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저 사고와도 같은 거니까. 최대한 아파하지 말라고. 그냥 괜찮은 거라고. 그냥 사람들로 인해서 다 나아가는 이야기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사람에 대한 상처를 사람들로부터 치유를 받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소원역은 이레라는 아역 배우가 맡았는데 이토록 아픈 역할을 도대체 어떻게 소화를 한 것일까? 하는 느낌이 다 들더라고요. 연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참 많이 괴로웠을텐데 아이가 이 상처를 어떻게 잘 감당을 할 수가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영화를 찍으면서 아이에게 모든 것을 잘 설명을 해주었을까? 궁금할 정도로 이 아이는 완벽한 연기를 선보입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잘못해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믿는 아이. 그리고 친구들이 자신을 이전과 같이 대하지 않을까봐 생각을 하는 이 똑부러진 아이는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사실 이러한 소재의 영화의 경우 대충 어떤 느낌으로 진행이 되겠구나. 싶기는 한데 그 모든 것이 소원으로 인해서 다 사그라듭니다. 아빠조차 무서워하게 되는 한 아이. 그런 아이가 다시 마음을 열고 글을 쓰기 시작하고, 이제는 말도 하게 되는 순간을 보면 참 묘한 느낌이 듭니다. 더 이상 어른들의 눈만으로 아이를 보면 안 되는 거구나. 싶기도 하고. 어딘지 모르게. 이 아이를 그냥 꽉 안아주고 싶은 느낌이랄까요? 분명히 지금 이 순간도 소원이와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아이가 있을 텐데 우리는 늘 그런 아이들의 아픔에 대해서 쉽게 잊고 다시 그러한 일이 생기면 안 되는 거다. 라고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 조금 더 아프게 다가오게 만드는 역할이 아닌가 싶습니다. 워낙 연기를 잘 해서 관객들의 가슴을 더 아프게 만드는데 일조하더라고요.

    

설경구라는 배우 그 자체는 좋아하지 않지만 연기를 잘 한다는 것은 인정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나 아버지로의 모습은 말이죠. 여태까지 제가 알고 있던 그 어떤 설경구보다도 힘이 쫙 빠진 느낌입니다. 평범한 노동자로 사는 동훈은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특별히 술을 많이 마시는 인물도 아니고, 특별히 가족과의 사이가 나쁜 사람도 아닙니다. 그저 적당히 가족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그런 부산 남자일 뿐. 그게 이 인물의 모든 것입니다. 그런 평범한 아버지의 모습이기에 이 역할이 더 아프게 다가올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일이 그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일을 겪는 사람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 그저 우리 곁에서 일을 하는 건실한 아버지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를 하는 역할입니다. 그 묵묵함. 그리고 평범함이 이 역할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아픔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내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도대체 왜 나의 아이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지?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니까요. 지극히 평범한, 그래서 더 안타까운 그런 묵묵한 아버지의 느낌입니다.

    

엄지원은 소원이 엄마 미희역을 맡았는데 모든 것이 다 자기 탓이라고 생각을 하는 가련한 엄마에요. 물론 그녀처럼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도 그 전에는 그러한 생각을 하곤 했으니까요. 성폭행을 당한 아이들의 엄마가 문제다. 집에 있으면서 아이를 학교까지 데려다주지 않다니!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런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그 누구도 아이들에게 손을 대지 않는 그런 환경이 필요했던 건데요. 조금 감정을 터뜨리는 느낌이라서 부담스러운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역할이었습니다. 한 아이의 엄마로의 절절함 같은 것이 고스란히 느껴지고요. 특히나 영화에 김해숙이 나오는데 김해숙과는 이미 [무자식 상팔자]를 통해서 모녀 사이를 맡아서 한 번도 그 비슷한 무언가를 보이더라고요. 자기 아이만 지키고 싶은 사나운 맹수 같은 미희역시 평범한 여인이고, 늘 울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 모든 것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더 절절하고 마음으로 이야기가 다가오지 않나 싶습니다. 특별한 엄마도 아니고 그저 누구나 다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그렇게 행동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말이죠. 가슴 절절한 눈물로 아이를 지켜보는 그냥 엄마. 누구의 엄마나 다 이럴 것 같습니다.

    

수많은 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합니다. 하반신 마비 상담 선생님 김해숙절친한 친구 라미란그리고 김상호여순경으로 나오는 양진성양까지 모두가 있기에 가능한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크게 드는 생각은 우리의 공동체에 대한 생각이었습니다. 아이는 나 혼자서 키울 수가 있는 것이 아닌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아이를 가족만의 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모든 사람이 다 같이 키우고 모든 사람이 다 같이 감당을 해야 하는 것인데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거죠. 아이에 대한 문제를 우리 모두가 생각을 하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만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 그리고 더 나아가서 우리 사회에 대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저 기사만 된다 싶으면 피해자의 인권도 따지지 않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기자들의 모습이나, 말도 안 되는 선고를 내리는 법. 이 모든 것에 대해서 아마도 우리 모두가 이야기를 할 시간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우리 모두가 다 같이 생각을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싶어지는 이야기. 모든 가족이 다 같이 보고 함께 가슴 먹먹하고 눈물 흘릴 수 있는 영화 [소원]입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세 여자의 코코몽 율동

아이들이 소원이 가게 앞에 붙여놓은 종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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