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아홉 번의 여름과 열 번의 가을
개인적으로 조금 지루한 영화이지만 그래도 보게 되면 한 남자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느낌입니다. 너무나도 가난한 가정에서 자랄 수밖에 없는 주인공. 그는 굉장히 섬세한 타입이면서 동시에 영리한 사람이지만 그의 아버지는 전혀 그에 대해서 그러한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그저 아들이라는 이유로 어떠해야 한다! 그러한 생각만을 하고 있는 사람이죠. 우리의 시골과도 닮은 그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다가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역시 남자는 어떻게 해야 해! 아니 여자가 그렇게 하면 되겠어? 이러한 차별 같은 것이 있으니 말이죠. 저만 하더라도 술보다는 커피가 더 좋은 사람이고 운동보다는 영화가 더 좋은 사람이거든요. 평범한 남자라고 하기에는 조금 섬세한 주인공은 늘 아버지에게 구박을 받습니다. 아니 무슨 남자애가 그런 것도 못 하느냐는 반응에 소년은 그저 묵묵히 자신이 잘 하는 것을 위해서 계속 노력을 합니다. 열심히 공부를 하고 좋은 성적을 받기도 하죠. 하지만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이런 아들을 칭찬하지 않아요. 그런 것을 가지고는 칭찬을 받을 수가 없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아버지가 생각을 하는 아들은 같이 버스를 운영할 수 있는 아들이기에 그와 다른 아들의 성격은 아픈 편입니다.
이야기가 지루한 이유는 이야기가 시간의 순서대로 진행이 되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앞과 뒤가 조금 뒤섞여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마구 진행이 되는데요.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아, 영화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영화를 다 보기 전에는 영화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인지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어릴 적부터 참 소심한 성격에 늘 엄마와 누나들의 뒤에만 숨어있던 주인공은 성인이 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세계 금융의 중심이라고 불리는 뉴욕에 가서도 흑인에게 돈을 뜯기는 일을 반복하죠. 그리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노력을 하면서 동시에 유혹에 흔들리기도 합니다. 자신을 길러준 엄마에게 모든 은혜를 갚아야 하는 거라고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그저 평범한 청춘이 되고 싶은 청년의 갈등이 나로 때도 공감이 갑니다. 누구라도 저 상황에서는 다 저럴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죠. 엄마가 모든 것을 다 해주고 누나가 자신의 대학까지 포기를 하면서 미국에 갈 수 있게 된 이상 모든 것을 다 가족에게 해주어야 옳겠지만 막상 또 그런 상황이 되게 되면 쉽게 그러지 못하는. 그저 평범한 청춘의 이야기이니 말이죠. 시간이 앞과 뒤로 움직이는 이유는 청년인 현재, 그리고 소년인 과거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이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한 사람의 이야기만을 보여주는 데다가 딱히 로맨스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조금 심심한 영화입니다. 다만 이 심심한 만큼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뭔가 묘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번 [2013 인도네시아 영화제]에 초대를 받은 영화들 중 [하비비]가 그런 것처럼 이 영화의 주인공 역시 외국의 모든 업적을 뒤로 하고 고국을 위해서 돌아오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상황에서 결국 아버지에 대해서 존경스럽다는 표현을 하게 됩니다. 자신이 그저 아들로. 아버지가 자신에게 시키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아버지의 행동에 대해서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다가 결국 이해를 할 수 있게 되는 상황인 거죠. 사실 모든 자식이 다 그런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부모님이 자신을 이해를 해주기를 바라면서 정작 자신은 부모님에 대해서 전혀 이해를 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거죠. 그러면서 부모에 대한 원망만을 늘어놓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부모님에 대해서 이해를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부모님은 그 전까지 절대로 재촉을 하지 않습니다. 자식이 자신들을 이해를 할 때까지 가만히 견디는 거죠. 이 영화에 이러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지루하고 답답하기는 하지만 마지막을 보는 순간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가만히 느낄 수 있는 영화 [9번의 여름과 10번의 가을]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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