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그래비티, 재료가 잘못된 듯?
Good – 제대로 된 영상을 보고픈 사람
Bad – 스토리적인 짜릿함?
평점 - ★★★
워낙 대단하다는 평가와 아름답다는 평가를 듣는 [그래비티]는 생각 외로 아쉬운 느낌이었습니다. 단순히 대사가 적은 느낌의 영화라는 것이 문제는 아니죠. 그저 캐릭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주의 공간은 그 어떤 영화보다도 매혹적으로 그려낸 느낌이에요. 하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우주라는 공간에서 혼자 남겨진 여인이 살아남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점 자체는 흥미롭지만 그 안에서 그 여인이 너무나도 유약한 존재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물론 패닉에 빠지고 약한 여인이 성장을 하는 이야기라는 점은 흥미롭기는 하지만 반대로 그 만큼의 절실함이 느껴지지 않는 거죠. 특히나 아름다운 우주에 대해서 완벽하게 그려놓은 영화이기에 인물이 가지고 있는 부족함이 조금 더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보는 내내 도대체 왜 네가 살아남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니 말이죠. 물론 그 이유도 있고 절실함도 나름 묻어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알기까지의 시간이 너무나도 오래 걸립니다. 우주라는 광활한 공간 안에서 살기 위해서 버둥거리는 한 여인의 이야기는 매혹적일 수도 있었지만 심심합니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흥미롭지 않다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127시간]은 꽤나 흥미롭게 봤으니 말이죠. 하지만 살기 위한 두 사람의 행동이 다릅니다. [127]시간의 주인공의 경우에는 모든 것을 다 노력을 해서라도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 인물이라면 [그래비티] 안의 ‘산드라 블록’이 맡은 ‘스톤’은 그 정도로 절실한 무언가에 대해서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이 절실하지 않은데 절실한 상황에 떨어지게 된다면? 그건 분명히 본인에게도 끔찍한 일이겠지만 반대로 관객의 입장에서도 끔찍한 일이죠. 분명히 그녀보다 더 살고 싶은 사람이 있고 더 절실한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혼자서 남은 것이니 말이죠. 누군가를 대신해서, 그리고 누군가의 덕을 봐서 살아남은 거라면 조금 더 절실하고 빠르게 정신을 차려야 할 텐데 ‘스톤’은 전혀 그러지 못합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우주를 아주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공간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우주에 대해서 가만히 다루고 있으니 말이죠. 우리는 우주에 대해서 막연히 동경을 품고 있기는 하지만 그 자체가 배경인 영화는 본 적이 거의 없으니 말이죠. 가장 찬란한 우주 덕에 답답한 인물의 아쉬움은 어느 정도 달아납니다.
‘산드라 블록’이 맡은 ‘스톤’ 박사는 꽤나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인간 자체는 나약한 인물입니다. 그녀가 아마 천부적인 능력을 가지지 못했더라면 우주로 가지 못했을 거예요. 게다가 제대로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주제에 고집도 센 편이고 자신으로 인해서 여러 문제도 일으키는 꽤나 답답하고 짜증이 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위에서도 말을 한 것처럼 이런 류의 여화에서 늘 나오는 그 어떤 인물들보다도 절실함이 떨어지는 인물이죠. 한 아이의 어머니라는 역할로 나오기는 하지만 그에 대한 절박함이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우주라는 공간에 혼자 남겨졌고 어느 순간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기는 하지만 살기 위해서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괴롭고 답답한 거죠. 그녀는 자신이 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영화의 마지막 순간으로 다다라서야 겨우 깨닫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다는 것도 너무나도 늦게 깨닫죠. 그런데 이것을 깨닫는 것도 자신의 노력만으로 깨닫는 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끊임없이 괴로움에 빠져서 답답하게 행동을 하는데 화가 납니다. 물론 그 상황에서 모든 것을 척척 해내는 것도 기이하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져도 될 텐데 말이죠. 그 어떤 영화보다도 지질한 느낌에 답답한 캐릭터는 영화를 죽이는 요인입니다.
캐릭터는 답답하지만 그 대신 우주라는 공간이 주는 웅장함에 어느 정도 그 짜증이 줄어드는 영화입니다. 분명히 화가 나고 답답하기는 하지만 끝까지 보게 되니 말이죠. 우주라는 공간은 우리가 늘 이야기를 하는 공간이기에 익숙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혀 접할 수가 없는 공간이기에 마냥 낯선 공간입니다. 그 공간 안에서 한 인간이 사투를 벌인다는 점은 흥미롭기는 합니다. 그리고 그녀가 살아남기 위해서 거꾸로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고 말이죠.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개인적으로 여전사와도 같은 무언가를 원했는데 영화 속 인물은 마냥 나약하기만 합니다. 반대로 인간의 나약함과 작음을 이야기를 하는 거라면 할 말은 없겠지만 그래도 아쉽군요. 매우 아쉬운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우주에 용서가 되는 영화 [그래비티]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광활한 우주 그 자체
둘 – 꿈속의 아름다운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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