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새 눈이 오면 5
“아저씨 오늘은 일찍 왔네요?”
“이현우.”
현우가 허리에 수건만 두르고 있자 수현은 미간을 모았다.
“내가 분명히 집안에서라도 제대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미리 다 말을 했다고 생각을 하는데 말이야.”
“아.”
현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아원에서의 버릇이 자꾸만 나와서요. 거기에서는 이런 거 하나도 중요하지 않고 그냥 편했거든요.”
“지금 네가 고아원에 있는 건가? 내가 생각을 하기에 여기는 고아원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러니 더 편하죠.”
“뭐?”
“어차피 아저씨도 남자고 나도 남자잖아요. 남자들 사이에 뭐 그런 것을 가릴 것이 있다고 그래요?”
“나는 싫어.”
“그래요?”
현우는 고개를 갸웃하고 해맑게 미소를 지었다.
“아저씨 되게 예민하네. 혹시 남자라도 좋아하는 거예요?”
“뭐?”
“아니 그렇잖아요. 솔직히 아저씨 정도로 생긴 외모에 여자가 하나도 없는 것이 이상하고. 이 집 되게 이상한 거 알아요?”
“뭐가 이상한데?”
“여자 냄새가 하나도 안 나.”
킁킁거리는 현우를 보며 수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봐 꼬맹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일 거면 이번 방학 동안 뭐 할지 그런 거만 생각을 하라고.”
“생각을 했어요.”
“뭘 할 건데?”
“봉사요.”
“뭐라고?”
“봉사할 거라고요.”
“미친 거 아니야?”
“네?”
“네 주제에 도대체 누구를 돕는다는 거야. 지금 네 앞가림도 제대로 못 하는 거 못 느끼는 거야?”
“느끼죠.”
현우는 눈웃음을 치며 해맑게 웃었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을 도울 수가 있는 거라고요. 지금 내 처지가 어떤지 잘 알고 있으니까.”
“뭐라는 거야? 그럼 어디에 갈 건데?”
“내가 나온 곳이요.”
“뭐라고?”
“전에는 그곳에 있는 것이 막 눈치가 보이고 그래서 애들에게 잘 대해주지 못했지만 이제는 아니잖아요.”
현우가 꿈에 젖은 목소리로 말을 하자 수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참 낯설고 이상한 아이였다.
“네가 그런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건가? 그런 거 착각인 거 몰라?”
“상관 없어요.”
“뭐라고?”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너 정말.”
“그럼 저는 먼저 잘게요.”
“미친.”
수현은 심호흡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저 녀석 뭐 하는 녀석이야?”
욕조에 뜨거운 물을 가득 받고 쉬면서 수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무리 천진하고 자기가 사는 세상에서 산다고 하더라도 저렇게 여유가 있을 수가 있는 거냐고?”
“아저씨 뭐 해요?”
“뭐야?”
수현은 미간을 모았다.
“왜 불러?”
“나 화장실이 급한데.”
“뭐라고?”
“나 지금 오줌 마렵다고요.”
“나, 나 지금 씻고 있어.”
“그럼 상관이 없는 거죠?”
“어?”
“변기는 안 쓰고 있는 거잖아요.”
“그, 그러니까.”
문이 벌컥 열리고 현우가 황급히 바지춤을 내렸다. 그리고 수현이 고개를 돌림과 동시에 시원한 소리가 귀로 들어왔다. 수현은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고 있는데 현우는 손까지 엉덩이에 넣고 가볍게 긁었다.
“완전 싸는 줄 알았네. 아저씨 뭐 그렇게 오래 씻어요?”
“너는 도대체 사람이 있는데 뭐 하는 거야?”
“나도 그렇게 씻고 싶다.”
현우는 욕조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당황하는 수현을 둔 채로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욕실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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